"경찰의 연락을 받고 형편이 어려운 딸에게 부담이 될까 봐 몰래 아들을 보려 가려고 짐까지 싸놨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다리 밑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60대 장애인이 경찰의 도움으로 50여년 만에 헤어진 가족을 찾았다.
지난달 31일, 정모(65)씨는 절도죄로 1년간의 교도소 복역을 마치고 신상정보를 신고하기 위해 광주 광산경찰서를 찾았다.
담당 경찰관인 기세택 경위는 정씨의 범죄전과기록에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만 기록돼 있고 거주지 주소가 없자 정씨가 기거할만한 복지시설을 수소문했다.
장애 진단 기록은 없었지만 정씨는 청력 이상으로 말을 크게 하지 않으면 잘 알아듣지 못했고 의사소통 능력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었다.
기 경위는 수차례 대화를 시도한 끝에 정씨가 감옥에 가기 전까지 광주천 일대에서 노숙생활을 하며 폐지를 팔아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한 것을 확인했고, 아버지가 익산에서 숨졌고 어머니 성명이 김OO라는 정씨의 말을 토대로 어머니 김모(85)씨의 행방을 조회해 딸 정모(61)씨와 경기도의 한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것을 파악했다.
스마트폰 사진으로 오빠를 확인한 정씨의 여동생은 "내 오빠가 맞다.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라고 울먹이며 "즉시 광주로 내려와 데리러가겠다"고 했으나 이날 밤까지 경찰서에 오지 않았고 전화 연락도 닿지 않았다.
기 경위는 가족이 정씨를 만나는 것을 거부했다고 판단하고 지난 1일 정씨를 임시로 복지시설에 입소시킨 뒤 광산구청을 통해 정씨의 호적이 1979년 말소돼 다시 등록을 해야 하는 상태인 것을 확인했다.
기 경위는 어머니가 살고 있는 도시에 주소를 등록하고 가족도 만나보고 싶다는 정씨의 바람대로 가족과 얼굴만이라도 보게 해주려고 3일 오전 경기도로 출발, 오후 3시 40분께 여동생이 사는 원룸 앞에 도착했지만 가족은 만나주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주민번호라도 만들어주려고 동주민센터에 방문했으나 세대주와 함께 오지 않았다며 주민번호 신고 접수를 거부했다.
기 경위는 "정부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주민번호 신고만 하고 정씨를 다시 데리고 광주로 가겠다"고 가족을 설득했고 이들 모자는 이날 오후 5시께 주민센터에서 50여년 만에 서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정씨의 어머니는 "차마 딸에게 미안해 같이 살자고 할 수는 없었지만 다음날 몰래 아들을 보러 가려고 짐을 싸놓은 상태였다"며 연방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어머니는 "어릴 때 홍역으로 고생하다가 말과 행동이 어눌해져버렸다"며 "남편이 숨진 후 광주에 살다가 형편이 어려워 시어머니와 아들을 두고 딸 2명만 데리고 경기도로 올라왔다"고 눈물을 지었다.
20분 후 주민센터로 찾아온 여동생 역시 오빠를 껴안고 한참 울먹이더니 "빚이 많은데 자식과 친정어머니까지 모시고 있어 오빠까지 부양하는 것이 두려왔다"며 "핏줄인데…. 보고 싶었다. 오빠를 직접 만나니 같이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날 오후 가족과 함께 주민등록 신고를 했고 다음주쯤에는 주민등록증도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기세택 경위는 "출소하면 경찰서에 가 신상정보신고부터 하라는 교도관의 말을 착실히 듣고 돈이 없어 여기까지 걸어왔다는 정씨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경기도의 해당 경찰서와 협조해 정씨가 의료보험, 장애인연금 등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50년 만에 헤어진 가족 찾은 노숙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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