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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효성 대주주가 낼 돈을 계열사가…투자금 대납 논란

[취재파일] 효성 대주주가 낼 돈을 계열사가…투자금 대납 논란
지난해 3월, 효성그룹의 계열사인 G사는 외국의 투자사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몰타에 주소를 둔 이 투자사는 3년 전 계약에 따른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되팔고 투자금 150억 원을 회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박상진 겔럭시아1

外 투자사 “계약대로 150억 원 달라”

 자초지종은 이렇다. 지난 2010년 G사는 유상증자를 시행하면서 외국 투자사로부터 주식 140만 주를 넘기는 조건으로 150억 원을 투자받았다. 단, 3년 안에 상장이 안되면 해당 주식을 다시 되사준다는 조건을 달았다. 풋옵션 계약을 한 것이다.

 당시 계약서에 따르면 3년 뒤 외국 투자사가 풋옵션을 행사하면 G사의 최대주주인 조현준 사장이 120억 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30억 원은 다른 효성의 계열사가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3년 뒤 상장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외국 투자사는 풋옵션을 행사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외국 투자사는 자신들의 투자액을 모두 회수했고, 결국 G사에 3년 동안 150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준 모양새가 됐을 뿐이다. 그러나 이 150억 원 가운데 120억 원(다른 계열사가 메워주기로 한 30억 원 부분은 다음 기회에 다루겠다), 즉 G사의 최대주주인 조 사장이 부담해야 되는 부분을 결국 회사가 부담한 모양이 된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박상진 겔럭시아1

효성 “절차상 문제 없다”

 지난해 7월 1일 조현준 사장은 계약대로 외국 투자사로부터 주식 114만 여주를 사들이면서 120억 원을 지불했다. 이 상황만 놓고 보자면 계약당사자인 조 사장이 120억 원을 사재로 부담해 깔끔하게 정리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자 G사는 돌연 유상감자를 실시해 조 사장이 외국 투자사로 보낸 120억 원을 회복시켜 줬다. 결국, 조 사장이 투자사에 건넨 120억 원은 G사가 부담한 것과 다름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G사는 유상증자 외에도 자사주 매입을 통해 조 사장에게 46억 원을 추가로 건넸다.

 조 사장은 투자사에 자신의 돈 120억 원을 돌려주고도 회사로부터 166억 원을 받아 실질적으로는 46억 원의 이익을 보게 된 셈이 됐다. 반면 G사는 유상감자로 인해 자산과 자본이 감소했고 그 결과 지난해 부채비율이 300%가 넘을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악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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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대해 효성은 “모든 주주의 동의를 거친 사안” 이라면서 “외국 투자금의 실체적 이익은 G사에 있고 투자 약정상 G사도 연대해 책임지게 돼 있어 회사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조 사장이 회사로부터 받은 46억 원에 대해서도 “유상감자를 통해 G사로부터 받은 돈에 대한 120억 원에 대한 세금(증여세)이 발생하기 때문에 조 사장 보유의 주식을 회사가 매입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효성의 말대로 절차상의 문제는 없어 보인다.

여전히 남는 의문들

 하지만, 왜 굳이 이런 복잡한 형태를 취해야만 했을까. 애초 G사가 외국 투자사와 계약을 맺고 3년 뒤 풋옵션 행사에 응해 회사 자금으로 150억 원을 돌려줬다면 전혀 문제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대주주가 돈을 부담하고 회사에 적지 않은 손해가 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틀 뒤 돈을 다시 마련해 주거나 세금까지 마련해 주기 위해 조 사장을 포함한 주주의 주식을 사들일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박상진 겔럭시아1

 이에 대해 회계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풋옵션이 끼어 있다면 유상증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몇 년 뒤 투자사의 요청이 있다면 결국 돌려줘야 할 돈이기 때문에 차입거래이지, 유상증자라 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G사는 2010년 당시 유상증자를 시행하는 사실은 공시했고 풋옵션이 있다는 사실은 공시하지 않았다.)

 그렇게 때문에 전문가들은 풋옵션을 낀 유상증자가 정상적으로 되려면 대주주가 풋옵션을 부담을 하는 형식으로 계약해야 하고 실제로도 풋옵션을 대주주 사재로 부담했을 때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G사의 경우에도 유상증자라고 말은 했지만, 실제 풋옵션 행사 과정에서 회사가 대주주 대신 돈을 부담했기 때문에 유상증자가 아닌 셈이 된다. 더욱이 이런 상황에 대해 공시조차 없었다는 것은 회계기준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G사가 대주주를 대신해 납부한 120억원이 기업회계기준을 무시한 불법인지, 아니면 투자 관행과 정해진 절차를 그대로 따른 거래인지 여부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결국 법의 판단만이 남은 듯 하다. 
박상진 겔럭시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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