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으로 주민번호 수집·이용이 제한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보험·여행업계 등이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주·정차량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당장 렌터카 과태료 부과 업무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렌터카는 차주와 실제 운전자가 다르기 때문에 차량등록번호가 아닌 운전자의 주민번호를 활용해 최근 주소지로 과태료를 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 7일 개정법률 시행 이후 운전자의 주민번호 수집·이용이 제한돼 운전자가 업체에 제출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광주 북구의 한 관계자는 28일 "주소지 조회를 안 하고 업체 제공 정보로 고지서를 보내면 반송이 많이 온다. 경찰청에 운전면허번호 조회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관련 규정이 없는지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렌터카 업체들 역시 업무 지연으로 인한 손실을 호소하고 있다.
이제는 주민번호로 주소 등 정보를 바로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에 서류 작성과 확인을 예전보다 꼼꼼하게 할 수밖에 없는 데다가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왜 이리 오래 걸리느냐"며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들도 나타났다.
여행사 역시 개정 법률 시행 이후 업무 부담과 고객 민원에 치이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해진 고객들은 주민번호뿐만 아니라 여권번호와 영문 성명 등 항공권, 호텔 예약 등에 필수적인 정보 제공도 꺼리고 있다.
광주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자 보험 가입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보험사로부터 예외규정에 해당한다는 공문을 받았다"며 "그러나 단체 고객 항공권, 특히 배 승선권의 경우 탑승 수속을 하면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주민번호를 수집, 확인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고객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고객들에게 보험사나 항공사 등에 정보를 전달한 뒤 파기한다고 알리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문서, 휴대전화 메시지, 이메일 등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여행사 관계자는 "전화통화 등 말로 여권번호나 영문 성명을 불러주는 고객들이 있는데 항공권의 경우 출발 직전 영문 이름이 잘못 기재되면 많은 돈을 내고 재발행을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잘잘못을 가리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불만이 모두 여행사로 돌아오게 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디.
보험업계는 보험요율 산출 등에 한해 예외규정을 인정받고 있지만 그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으로는 긴급출동 서비스 등 부가서비스 이용 시에는 주민번호로 가입자를 확인할 수 없다.
또한 특성상 가입자와 보험 납부자가 다른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제는 납부자가 가족의 보험가입내역을 조회하거나 서비스를 받으려 해도 대리인 접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병원 입원, 군 입대, 해외 체류 등으로 실제 가입자가 직접 보험회사와 접촉하거나 휴대전화 인증 등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보험 서비스를 받으려 할 때에도 본인 확인이 어려워지자 보험사 콜센터 직원에게 욕설을 퍼붇는 등 항의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관계 법령을 어기면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고객 불만을 감수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개정 법률 시행에 따른 불편이 곳곳에서 발생하자 법령 재검토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광주 남구의 한 공무원은 "주민번호를 대체하는 마이핀 또한 형태만 다른 개인정보로, 이 또한 유출되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주민번호 수집 관련 법령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수집이 불가피한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세분화하고 기업이나 정부가 다양한 개인 식별 수단 개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7일부터 시행된 개정법률에 따르면 금융거래, 회사 인사관리, 통신서비스 가입, 부동산 거래 등 예외 규정을 제외하고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의 경우 6개월 계도기간 이후 1차 600만원, 2차 1천200만원, 3차 2천4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연합뉴스)
주민번호 수집금지…지자체·여행업 등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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