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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브래지어 벗어주며 "명품녀 맞지?"…'리하이'한 중국女

[월드리포트] 브래지어 벗어주며 "명품녀 맞지?"…'리하이'한 중국女
중국어에 '리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보통 '사납다, 무섭다, 지독하다'로 번역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옮겨놓으면 그 미묘한 어감이 살지 않습니다. '리하이'라는 말은 "잔인하고 극악하다고 할 만큼 독하다"라는 뉘앙스를 갖습니다.

중국인들은 이 '리하이'라는 단어를 여성의 성격을 표현할 때도 자주 씁니다. 물론 상냥하고 부드러운 여성과는 정반대입니다. 남성들을 찜 쪄 먹을 정도로 기가 센 여성을 가리킵니다. 다만 부정적인 뜻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속에 '대단하다'는 경외감도 들어 있습니다.

중국의 오랜 역사 가운데 이 '리하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여성에 측천무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력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당 태종의 후궁이자 그 아들 고종의 부인이었고, 자신의 아들 예종의 섭정이었습니다. 나중에 아들을 몰아내고 중국의 전무후무한 여성 황제가 됩니다. 중국에서 명실상부하게 1인자의 자리에 오른 여성은 측천무후가 유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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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천의 '리하이'한 면모를 가장 잘 드러내는 일화가 있습니다. 아직 당 태종의 어린 후궁일 때입니다. 당 태종이 여러 신하와 후궁들을 이끌고 말 훈련장을 찾았습니다. '사자총'이라는 말을 훈련시키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사자총'은 대단한 명마였지만 성질이 워낙 사나와 말 전문가들도 쩔쩔 매야 했습니다. 전혀 길이 들지 않은 채 마구 날뛰자 당 태종이 주위를 둘러보며 한마디 합니다. "누가 이 말을 제압할 수 있겠는가?"

기라성 같은 장군과 무사들도 저어하는데 어린 후궁인 측천이 선뜻 나섰습니다. "제게 세 가지 도구만 주시면 이 말을 길들이겠습니다."
"그 세 가지가 무엇인고?" "쇠 채찍과 쇠몽둥이, 그리고 비수입니다."
"그것으로 어떻게 길을 들이겠는가?" "우선 쇠 채찍으로 마구 때릴 것입니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쇠몽둥이로 머리를 두드려 팰 것입니다. 그래도 안 되면 비수로 찔러 죽여 버리겠습니다."

천하의 호걸이었던 당 태종조차 어린 후궁의 잔인함에 기가 질렸는지 슬그머니 발을 뺍니다. "오늘 일로 내 비수를 더럽힐 정도는 아니다."

측천무후는 정권을 잡는 과정에 피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갖은 잔악한 숙청을 일삼았지만 그래도 기량이 출중한 여성이었습니다. 과거제를 도입해 우수한 인재를 등용하고 세제 개혁으로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켰습니다. 그래서 중국 정치사에 '무주의 치'라는 모범 사례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중국에는 나라를 들어먹은 '리하이'한 여성들도 적지 않습니다. 달기, 포사, 서시 등등 줄줄이 댈 수 있습니다. 평가는 엇갈립니다만, 청나라 말 최고 실력자인 서태후도 결국 나라를 멸망으로 이끕니다. 문화대혁명을 이끌어 중국 현대사에 오점을 남긴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도 있군요.

중국의 여성들에는 이런 '리하이'한 면이 DNA 어딘가에 새겨져 있나 봅니다. 중국 여성들이 '간단치 않다'는 평을 듣는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베이징에서도 그렇지만 상하이에서는 더 자주 여성이 남성과 길거리에서 싸우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기는 물론 육체적인 폭력성까지 남성에게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기세등등한 여성 앞에서 남성들이 꼼짝없이 당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습니다. '리하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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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중국 인터넷 기사를 검색하다 이런 '리하이'한 여성 얘기를 봤습니다. 리아이한 '춘장녀'라고 부를 수 있을 듯합니다. 

지난 23일 베이징의 한 고급 백화점에서 명품 감정 행사를 벌였습니다. 중국에 워낙 '짝퉁'이 범람하다보니 명품 감정사가 제품의 진위를 확인한 뒤 '세계적 명품'이라는 평가서를 주는 행사를 종종 갖습니다. 이 행사에 참가한 한 젊은 여성이 어깨에 걸치는 핸드백을 내놨습니다. 세계적 명품임을 의심하지 않았나 봅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감정사는 '진품이기는 하나 세계적인 명품이라 부를 만한 것은 아니고 따라서 그리 비싼 제품이 아니라'는 평가를 했습니다. 자존심이 상한 이 여성은 감정사와 고성까지 써가며 언쟁을 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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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갑자기 얇은 셔츠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자신의 브래지어를 벗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줄을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물론 감정사까지 대경실색했습니다. 특히 감정사는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주황색 브래지어를 옷 밖으로 꺼낸 여성은 감정사에게 던지듯 건넸습니다. "그럼 이 브래지어도 세계적 명품 아닌가요?"

감정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세계적 명품 맞습니다. 매우 비싼 제품입니다." 여성은 브래지어를 다시 받아들고 득의만만한 얼굴로 현장을 떠났다는 목격자들의 전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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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녀로 인정받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브래지어를 벗어 내보이는 여성. 정말 어이없습니다만 그 대담함, 대단한 기세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측천의 후예답게 '리하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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