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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덜 낸 병원비 17,000원…진료 기다리다 숨져

[취재파일] 덜 낸 병원비 17,000원…진료 기다리다 숨져
"돈이 없어서 진료가 늦어졌고 결국 숨졌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후배 기자를 통해 사실 관계부터 확인했습니다. 설마했지만, 경찰이 같은 내용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처음 신고받고 출동한 119 소방대원을 통해 출동한 장소를 찾아갔습니다. 다행히 당시 신고한 지인이 있었습니다. 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들어와서 얘기 좀 들어보라"고 말합니다.

58살 유 모 씨가 지인의 집에서 갑자기 복통을 호소한 건 8월 8일 새벽 4시쯤입니다. 119에 신고했고 10분도 안돼 응급센터 직원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당시 출동했던 응급센터 직원은 유 씨가 화장실에서 몸을 떨면서 복통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오한과 복통 증세였다는 겁니다. 응급환자 이송 방법에 따라 앰뷸런스에서 체온과 혈압 등을 쟀고, 같은 내용을 병원에 인계했습니다.

문제는 여기부텁니다. 지인 오 모 씨가 함께 병원으로 가서 접수하려고 했는데, 원무과 직원이 "미수금이 있네요?"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내용인 즉 지난 6월 비슷한 증세로 응급실을 찾았던 적이 있는데 당시 6만 원짜리 링거를 맞고 돈이 부족해 4만 3천 원을 냈다고 합니다. 1만 7천 원이 남아있었던거죠. 지인 오 씨는 일단 사람 살리는게 중요하니 환자가 지금 있는 만 원만 일단 내면 안되겠냐고 물었답니다. 안된다고 했고요.

응급실 바로 앞에 있는 대기 의자입니다. 유 씨는 여기에 새벽 4시부터 오전 9시까지 5시간 정도를 앉아 있었습니다. 병원측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여기저기 움직이며 물도 마셨다'고 합니다. 그 과정이 어찌됐든 오전 9시 20분쯤 유 씨는 의자에 쓰러진 채 발견됩니다. 구토를 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급하게 중환자실로 옮겼지만 의식불명 상태가 됐습니다. 그런뒤 사흘만에 숨졌습니다. 부검결과 사인은 복막염이었습니다.

병원의 설명은 어떨까요. 일단 병원에선 진료가 늦어지면서 숨진 사건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수금 때문에 진료가 늦어진 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6월 진료 당시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고, 이번에 치료를 받으러 올때도 술냄새가 많이 났다고 합니다. 가족에게 연락하려고 했고 진료가 지연됐다는 겁니다. 돈이 아니라, 폭력적인 성향이 있었다. 아니면 술냄새가 났다. 사실 돈 문제가 아니라며 해명했지만, 어떤 설명도 응급환자를 진료하지 못한 이유로는 불충분합니다.

조금 전 유족과 통화했습니다. 당시 응급실을 찾았을땐 이미 아버지가 의식불명된 상태였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병원측 직원이 찾아와 여러차례 대기실에 앉아 쉬는 아버지를 깨웠지만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현재 중랑 경찰서와 보건당국에서 응급실과 복도, 대기실에 있는 CCTV 3대를 찾아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유족도 당시 영상 일부를 확인했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가 직접 보지 않아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취재 중에 만난 소방대원의 말이 기억에 남아 마지막으로 남겨봅니다.

"어떤 병원에선 1차 진료를 의사가 아닌 원무과 직원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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