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여자 레슬링, 남자 선수 상대로 '구슬땀'

[취재파일] 여자 레슬링, 남자 선수 상대로 '구슬땀'
스포츠에서 남녀의 성(性) 차이는 두드러집니다. 아무래도 신체 구조상 남자들이 골격이 크고 단단한 데다 근육량이 많아 여성들이 남성들을 이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성선수들은 유연성이라든가 인내력 같은 것에서 강한 면을 갖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남자들이 힘과 스피드에서 단연 우위를 보입니다.

때문에 뛰어난 여성 선수들은 실력을 더 높이기 위해 남자 선수들을 상대로 훈련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테니스나 배드민턴, 탁구 같은 종목들이 대표적입니다. 남자 선수들의 강한 서브나 리턴을 받다 보면 내성이 생겨 실제 여성 선수들과 경기를 할 때는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럼 레슬링은 어떨까요? 종목 특성상 몸과 몸을 맞대야 하는 만큼 남녀가 합동 훈련을 하기에는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부담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국가대표들의 요람인 태릉선수촌에서 다음 달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을 준비 중인 우리 여자 레슬링 대표선수들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매주 한 번씩 남자 중, 고교 주니어 선수들과 실전 스파링을 포함한 합동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데 전혀 부담감이 없어 보였습니다. 남자 선수들의 허리를 부여잡고 돌리고, 다리를 태클로 공격하고, 머리로 들이밀어 서로 박치기까지 하고...

물론 남자 선수들이 나이가 어린 동생들 이라고 해도 솔직히 말해 남녀간의 거리감을 1 퍼센트도 느낄 수 없습니다. 모두 레슬링에 100 퍼센트 완전히 몰입한 모습이었습니다.

48kg급 대표선수인 이유미 선수에게 "혹시 그런 점에서 불편함이 없느냐"고 물었는데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환하게 웃으며 "그런 게 있다면 레슬러가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물어봤는데 모두 대답이 똑 같았습니다. 괜히 그런 질문을 한 기자만 이상한 사람이 된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중학생과 고교생으로 이뤄진 남자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문현중학교 2학년인 이재원 선수는 경력이 짧은데다 아직 근력이 다듬어지지 않아 시종 여자 선배들의 공격을 막기에 급급했습니다.

스파링에서는 다리 태클 공격을 허용한 데다 허리까지 잡히며 점수를 많이 내줬는데 "누나들이 너무 세서 웬만한 남자들은 다 이길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서현고등학교 46kg급인 박찬현 선수도 " 누나들이 힘은 밀리지만 경험이 많은 데다 기술이 빠르고 정확해  오히려 우리가 더 배울 게 많다"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자유형만 치르는 여자 레슬링은 지난해 9월 IOC 총회에서 레슬링이 핵심 종목으로 재진입하면서 4개였던 체급이 6개로 늘어났습니다. 아시안게임은 아직 4체급이지만 조만간 6개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많은 국가들이 여자 레슬링에 대한 투자를 늘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여자 레슬링은 아직 세계 정상권과는 거리가 멀고 아시아에서는 4년전 광저우대회에서 48kg급의 김형주 선수가 동메달을 딴 바 있지만 현재는 일본, 중국, 북한 등 다음으로 3-4위권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 48kg급의 이유미, 55kg급의 엄지은, 63kg급의 김경은, 75kg급의 황은주, 이렇게 4명이 출전하는데 모두 메달에 도전합니다.

훈련의 끝난 뒤 선수들 손바닥을 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물집이 잡히고 까지고, 손바닥이 성한 선수가 하나도 없습니다. 밧줄타기나 턱걸이 훈련을 많이 한 탓 이었습니다. 그래도 모두  "금메달을 따기 위해선 어떤 것도 견딜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남자 선수들과 매트 위를 거리낌 없이 구르고 손에 피가 나도록 밧줄을 타고 올라가는 우리 여자 레슬링 선수들, 그동안 흘린 땀만큼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기대해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