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아내 몰래 한 결혼의 대가는?…일부다처제에 관한 짧은 이야기

[월드리포트] 아내 몰래 한 결혼의 대가는?…일부다처제에 관한 짧은 이야기
사우디아라비아는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나라입니다. 남성 1명이 4명까지 아내를 둘 수 있습니다. ‘샤리아’라는 이슬람 율법에 근거한 전통입니다. 일부다처제를 놓고 찬반양론이 일 수 있겠지만 그 유래를 보면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이슬람이란 종교를 창시할 때만 해도 아랍 지역은 숱한 전쟁과 기근 등 혼란스러운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가장이 죽는다면 그 집안의 식솔들은 당장 굶주림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런 경우 혼자 남은 아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함으로써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일부다처제가 뿌리내리게 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막과 같은 척박한 지역에서 개인적 생존과 부족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 수세기에 걸쳐 전통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면 더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그럼 여기서 문제, 일부다처제인 사우디에서 남편이 첫 번째 아내에게 말도 없이 두 번째 아내를 맞아들였다면 첫 번째 아내는 잠자코 있어야 하는가?

<일부다처제에서 첫째 아내는 둘째 아내가 오는 걸 정말 싫어할까?
- 경우에 따라 다르다. 남편 하기 나름이었다.>
  
답부터 말하면 “화 내고 집 나가도 됩니다” 입니다. 이와 관련해 ‘걸프뉴스’라는 신문의 온라인 판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려서 소개합니다. 한 남성이 두 번째 아내를 들이자 첫 번째 아내가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물론 자신이 낳은 세 아이도 함께…. 가출 이유는 남편이 아무런 말도 없이 새 장가를 들었다는 겁니다.

그러자 그 마을의 촌장 격인 어르신의 주재 아래 양가 집안의 회담이 열렸습니다. 첫째 아내 집안의 대표로는 아내의 오빠(남편의 손위 처남)가 나섰고 남편 쪽에선 친가 어르신들이 대표로 나섰습니다. 아내의 오빠는 남편의 몰인정한 처사에 아내가 무척 화가 나 있음을 성토했고 결국 남편 측에서 아내의 토라진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양 측이 오랜 협상 끝에 도달한 결론은 ‘4X4, 4륜 SUV (아마 ‘억’소리 나는 차일 겁니다. 사우디는 대형 SUV를 주로 탑니다)와 5만 리얄, 우리 돈 1천 3백만 원’을 남편이 첫째 아내에게 선물하는 대신 아내는 남편의 결혼을 인정하고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는 겁니다.

“참, 결국 돈이구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든 아내의 생일을 잊고 밤늦도록 술 마시고 들어오는 ‘중죄’를 범한 남편이 다음날 꽃다발과 함께 작은 선물을 손에 들고 아내에게 외식을 하자며 용서를 구하는 풍경(저를 포함한 모든 남성이 다 그런 건 아닙니다만...)과 규모가 좀 다를 뿐, 해결책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사연이 알려지고 나서 사우디 독자들의 반응입니다. 인터넷 상에선 열띤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일부는 남편이 첫째 아내에게 큰 선물을 했다면서 남편의 ‘선행’을 칭찬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남편이 아내에게 둘째 아내와 결혼하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건 도의적인 책임이 크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론 남편이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아내 측과 협상을 하냐는 보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 나도 새 아내를 들일 때 원래 있던 아내들에게 이런 선물을 해야 해?’라는 우려가 깔려있는 반응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일부다처제의 기본은 공평한 대우이다. 여행을 갈 때도 모든 아내를 동반하고 간다>

어쨌든 이 ‘가출과 선물’ 사연을 놓고만 보면 엄격한 이슬람주의에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력한 사우디에서도 여성에 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이 감지됩니다. 사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는 남편이 새로운 아내를 맞이하면서 다른 아내들에게 허락이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저 모든 아내를 공평하게 대우해주면 된다는 교리만 있을 뿐입니다.

일부다처제는 그저 돈 있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고 다른 아내에 대한 배려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사우디 사회의 풍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놓고 다양한 반응과 논란이 오갔다는 점만으로도 남녀평등 문제에서 가장 폐쇄적인 정책을 쓴 사우디에서도 여성 역시 소중한 인격체로 존중 받고 그에 합당한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