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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재 약탈 증거 명백한데…日 '모르쇠'

<앵커>

일본 도쿄박물관에는 '오구라 컬렉션' 이라고 해서 우리 문화재 1천여 점이 소장돼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소장품은 약탈의 증거가 명백한데도 어떻게 소장하게 됐는지 그 경위를 감추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최선호 특파원입니다.

<기자>

두 마리 용이 그려진 갑옷과 백옥 장식의 투구, 군왕의 상징을 갖춘 이 물품들은 고종 황제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제강점기, 한국 문화재 사냥꾼으로 악명 높은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후손들이 도쿄박물관에 기증한 겁니다.

기증 전, 오구라가 작성한 철필 목록에는 '이씨 왕가에서 전해졌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기증 직후, 도쿄 박물관이 작성한 도감에는 아무 설명 없이 '토속품'으로 소개됐습니다.

역시 왕실 물건인 '주칠 12각상'의 경우에도 오구라 목록에는 '경복궁 건청궁, 사무라이들이 명성황후를 암살한 방에서 가져왔다'고 밝히고 있지만, 박물관 도감에서는 모두 생략, 입수 경위를 사실상 은폐하고 있습니다.

[이양수/문화재반환문제 연락회의 간사 : 오구라 자신도 그렇고, 박물관도 다 경위를 알고 있는 겁니다. 공식적으로 써버리면 언제 어떻게 입수했는지 밝혀야 하니까, 그것을 말 못하니까.]

도쿄 박물관은, 지난해 대대적인 전시회까지 열었지만 입수경위에 관해서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일본 학자들조차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이가라시/게이오대학 고고학과 비상근 교수 : (문화재 반환은) 과거 조상이 훔쳐 온 것, 부끄러운 사실을 원래대로 되돌림으로써, 우리가 잃어버린 양심을 되찾는 과정입니다.]

한일협정 당시에는 개인 재산이라는 이유로 돌려받지 못했다지만, 이미 국유화된 지금까지도 오구라 컬렉션 반환 문제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안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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