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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탐지견들의 인생 2막을 위하여!

[취재파일] 탐지견들의 인생 2막을 위하여!

관세청이 공고를 냈습니다. 그동안 세관에서 마약, 폭발물 탐지임무를 맡았던 탐지견 3마리를 무상증여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냥 데려가서 잘만 키워달라는 얘깁니다.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며 게다가 잘생긴 리트리버 종입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마음이’ 아시죠? 같은 종입니다. 관심 있으십니까? 관세청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됩니다. 신청기간은 다음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까집니다. (8.18-22). 사진과 이력도 볼 수 있습니다. 오늘(14일) 오전 현재 공고문 조회건수가 3천건에 육박하는군요.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어찌 신청하냐고 물어보신 열혈 시청자도 계십니다.

윙키, 가람, 백호라고 이름붙은 친구들입니다. 윙키는 사람으로 치면 정년퇴직, 가람은 명예퇴직, 백호는 솔직히 말하면 해고(?)됐습니다. 탐지견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기가 적절치 않았던 거죠. 마약을 찾아내는 실력이 썩 신통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세요. 집에서 키우기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공격성도 없고, 보통 개보다는 훨씬 똑똑합니다. 탐지견 훈련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검증된 녀석들이란 뜻입니다.

마약 탐지견 후보들은 강아지 시절부터 훈련받습니다. 9개월간 1차 훈련을 받고 여기서 1차 검증을 통과하면 4개월간 다시 집중 교육을 받습니다. 사람에게 복종하는 훈련부터 시작해 교묘히 숨겨져 있는 마약이나 폭발물의 냄새를 맡는 고도의 훈련까지 받습니다. 뛰어난 탐지견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강아지들만 집중 훈련시켜도 10마리중 2-3마리만 정식 탐지견이 됩니다. 보통 개들을 훈련시키면 100마리중 한 마리 정도만 관문을 통과할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면 탈락한 개들은 어떻게 하냐고요? 민간이나 다른 기관에 넘겨줍니다. 앞에 3마리 처럼 말이죠. 
절차는 이렇습니다. 은퇴견이나 탈락견들은 우선 매각 공고를 냅니다. 보통 윙키는 250만원, 백호는 160만원 이었습니다. 하지만 좀 비싼 탓인지 안 팔렸죠. 가격을 낮추면 될 것 같지만 정부의 인증을 받은 동물단체에서 정식 평가를 받기 때문에 관세청에서 임의로 조정할 순 없게 돼 있습니다. 입찰에 나서지 않으면 같은 가격에 2차 공고를 내는데 여기서도 임자가 안 나서면 무상 증여하는 수순입니다.

공짜라면, 나도 개좋아하는 데 한번 키워볼까 싶으신 분들 계실겁니다. 하지만 조건이 붙습니다. 사육시설이 있어야 합니다. 20-30킬로그램씩 나가는 리트리버를 아파트에서 키우긴 좀 곤란하겠죠. 또 잘 키우고 있는지, 관세청의 사후 검증에도 성실히 응해야 합니다. 만약에 개가 죽으면 사망진단서를 관세청에 보내야 합니다. 학대받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절차겠죠.이런 조건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면 신청해 보시죠.

다행히 마음씨 좋은 새 주인을 만나면 좋겠지만, 가끔은 임자가 나서지 않을 경우도 있습니다.나이가 너무 많은 경우가 주로 그렇습니다. 이럴 땐 세관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키우곤 합니다. 그동안 정이 많이 든 만큼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 거죠. 취재하다 만난 한 교관은 개들이 꼭 자식 같다고 하더군요. ‘수컷은 아들, 암컷은 딸’ 같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그런 정이 느껴졌습니다. 부디 마당 넓은 집 가서 실컷 뛰어놀았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그동안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했으니까요.

공항과 항만에서 청춘을 바친 탐지견들이 좋은 새 주인을 만나, 사랑받으며 인생 2막을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마당 넓은집에 살게 된다면, 리트리버 한마리 쯤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8월13일 8시뉴스] '정년퇴직 탐지견' 노후 함께할 새 주인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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