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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VETERAN'을 끝까지 도울 신성한 의무

[취재파일] 'VETERAN'을 끝까지 도울 신성한 의무
에볼라와 이라크 공습 등으로 미국이 이래저래 분주한 가운데서도 'VETERAN'으로 불리는 미군 퇴역 군인들을 위한 의미있는 법안이 처리됐습니다.

지난 5월 미국의 퇴역군인을 치료하는 애리조나주 피닉스 보훈병원에서 퇴역군인 40여 명이 제 때 치료받지 못해 숨졌다는 보도가 처음 나왔습니다. 퇴역군인에 대한 예우가 가장 극진하다는 미국에서 퇴역군인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졌다는 사실은 미국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확인 결과 이 보훈병원은 의료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이렇게 대기 환자가 많았는데도 없는 것처럼 서류까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당할 수 없을만큼 퇴역군인 환자가 많다고 당국에 보고하면 다른 병원으로 대기환자를 옮길 수 있었지만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고 그 결과 많은 퇴역군인들이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겁니다.

미국의 보훈병원은 보통 퇴역군인이 치료를 희망하면 2주 안에는 어떤 식으로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돼 있는데 일부 병원에 경우 여러가지 이유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고 시스템 상으로 이런 문제를 걸러내지 못한 것입니다.





피닉스 보훈 병원 사례가 보도되자 미국의 다른 곳에 있는 보훈 병원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이른바 '보훈 병원 스캔들'이 미국의 큰 이슈가 됐습니다. 오는 11월 상하원 의원을 뽑는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사건이 벌어진 것인데요, 특히 미국 내 재향군인회 회원만해도 240만 명이 넘기 때문에 이들이 등을 돌린다면 중간선거는 물론 이어지는 대선에서도 민주당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훈장관을 경질하고 대통령이 사과한데 이어 여러가지 대책을 논의한 끝에 퇴역군인의 의료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내용의 새로운 법안에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했습니다. 문제가 불거진 지 석달 만인데요, 법안에 서명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As a country, we have a sacred obligation to serve you as well as you've served us; an obligation that doesn't end with your tour of duty."

"퇴역군인들이 우리에게 봉사한 대로 우리는 그들을 도울 신성한 의무가 있고 그 의무는 끝이 없다"며 퇴역군인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한 것인데요, 예상된 발언이었지만 퇴역군인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새로 서명한 법안은 참전용사들에 대한 의료지원을 위해 163억 달러, 우리 돈으로 17조 원 가량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방정부가 수천 명의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건강 전문가를 여러 병원과 전문클리닉에서 확보해 고용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미국에는 보훈병원이 152곳이 있는데 이들의 시설도 대폭 향상시키기로 했습니다.

미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고 선거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향군인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권은 다른 일에서는 사사건건 첨예하게 맞서고 있었지만 이 법안에 대해선 큰 이견없이 승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최근 아프간에서 베트남전 이후 처음으로 미군 장성이 전장에서 숨지는 사고도 있고 해서 미국인들의 퇴역군인들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법안이 처리된 것입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번 법안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처음 알려진 뒤 한 예비역 장교는 "내가 받는 혜택이 지나치게 많다"고 주장하고 나섰는데요, 퇴역 장병까지 평생 지나친 혜택을 보장하느라,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이 소모되고 그  부담으로 국가 재정이 허덕이고 있다는 겁니다.

또 다른 퇴역군인도 "내가 나라에 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받는다.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을 위해 일부를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5년 간 포병장교로 현역 근무를 했고, 23년 동안 상비군으로 대기했지만, 총 한 번 쏴본 적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현역 때는 높은 급여와 주택, 각종 식품 배급, 공짜 의료보험 등을 누렸고, 상비군으로 대기하면서도 한달에 이틀 훈련하면서 연봉 1800만 원을 받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미국내 퇴역군인들은 자기 부담 한푼 없이 해마다 2500만 원의 연금을 받고 군인 출신 의료보험은 민간인들의 10분의 1 정도 부담이지만 똑같은 혜택을 받습니다.

이렇다 보니 미국은 지난해 615조 원을 국방비로 쏟아부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군인 연금 등 공무원 연금 문제가 다시 논의되고 있는데 미국의 사례 등을 제대로 분석해  합리적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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