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러시아 정부가 취한 대(對) 서방 농산물·식품 금수 조치에도 러시아 시장은 아직 공급 물량 부족이나 가격 폭등 등의 큰 혼란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유럽연합(EU)과 미국, 호주, 캐나다, 노르웨이 등 대 러시아 제재 참가국들로부터 육류 및 생선, 우유·유제품, 과일·채소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제재를 단행했다.
EU와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개입을 이유로 러시아에 잇따라 제재를 가한 데 대한 보복조치였다.
애초 이 금수 조치에 따라 제재 대상이 된 서방 수출국들이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러시아 시장에서도 공급 차질로 인한 가격 폭등과 물량 부족 등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하지만 아직은 눈에 띄는 큰 혼란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육류·생선·과일·채소 등이 대규모로 거래되는 모스크바 시내 키예프역 인근의 도매시장 '도르고밀롭스키'에서는 금수 조치가 취해진 지 닷새째인 11일(현지시간) 별다른 동요가 느껴지지 않았다.
외국산과 국내산 상품들이 함께 거래되는 곳이지만 매대에 진열된 물건들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풍성하게 쌓여 있었고 가격도 별로 오른 기미가 없었다.
과일 매장에서 만난 한 점원은 "아직 재고가 남아있어 당장 물량 부족 등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부 수입 품목의 가격이 다소 오르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고 귀띔했다.
이 점원은 그러나 "재고가 동이 나고 마땅한 대체 공급선이 제때에 찾아지지 않을 경우 상당한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모스크바의 대형 수산물 수입 회사 '르마레'의 구매책임자 안드레이도 "아직은 재고 물량이 남아있어 공급에 큰 차질이 없다"면서 "그러나 남아 있는 물량이 모두 소진되고 전반적으로 수요가 많이 늘어나는 연말로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노르웨이산 연어를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산 등으로 서둘러 바꿔 구매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재벌 겐나디 팀첸코가 대주주로 있는 수산물 생산 및 유통회사 '루스코예 모례'도 지금까지 전체 수입물량의 25% 정도를 차지했던 노르웨이산 연어를 국내산이나 남미산 등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이 아직 큰 동요없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외국산 재고 물량이 계속 공급되고 대체 물량이 서둘러 투입되고 있는데다 정부가 투기 단속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이날 이고리 슈발로프 제1부총리와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부총리에게 현 상황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는 투기꾼들의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관계 기관을 총동원해 식료품 시장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소매 단위에선 업자들이 물량 부족과 가격 상승 등에 대비해 미리 물건값을 올려 받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 시내 북쪽 '소콜' 지하철 역 인근의 과일·채소 가게 직원은 "러시아나 옛 소련 국가 산 과일이나 채소는 가격이 오르지 않았지만 프랑스산 사과 등의 수입품은 벌써 가격이 20~30% 올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재고가 바닥나고 수요가 증가하는 연말로 가면서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라이파이젠' 은행 분석가들은 무엇보다 육류 부문의 가격 상승폭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전체 수요에서 육류의 수입 비중(26%)은 과일(80%)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지만 소비 비중은 육류가 9%나 돼 2%인 과일보다 훨씬 높다.
이 때문에 가격 상승 압박도 클 것이란 전망이다.
육류에 뒤이어 과일 가격도 상당히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등 유럽산을 러시아 국내산이나 옛 소련 국가 상품으로 대체한다고 하지만 유통망이 정착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유나 유제품도 상당 정도 비싸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대 서방 금수 조치 닷새째…러시아, 큰 동요없어
물량 부족·가격 폭등 등 혼란없어…"연말로 가면 가격 상승 불가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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