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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미림, 280야드 장타로 '꿈의 무대' LPGA 정복

"박인비 언니와 같은조 맞대결 영광" "신인왕도 욕심"

[취재파일] 이미림, 280야드 장타로 '꿈의 무대' LPGA 정복
신인 이미림이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는 사진이 미국 LPGA투어 홈페이지와 스포츠신문 골프면을 크게 장식했습니다. 미국 무대 첫 우승을 골프여제 박인비를 상대로,그것도 연장 접전 끝에 일궈내 더욱 화제가 됐습니다.

이미림은 이번 대회에서 폭발적인 장타로 주목받았습니다. 4라운드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280.38야드로 LPGA 최장타자인 렉시 톰프슨(278.63야드)보다 더 길었고 챔피언조에서 맞대결을 펼친 박인비(259.50야드) 보다는 무려 20야드 이상을 더 멀리쳤습니다.

장타를 치면서도 페어웨이 안착율이 67.3%로 양호했고 핀까지 남게 되는 거리가 다른 선수에 비해 짧다보니 아이언 샷의 그린 적중율이 83.3%에 달해 버디 기회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승부가 갈린 연장 두번째 홀(파4,269야드)에서 박인비는 아이언으로 안전하게 티샷을 한 반면 이미림은 '원온'을 노리고 과감하게 드라이버로 티샷을 날려 승부를 걸었습니다.

비록 그린 옆 벙커에 공이 빠지긴 했지만 이미림은 멋진 벙커샷으로 핀 1.2미터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 우승을 확정지었습니다.  신인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이 돋보였습니다.

기자가 미국으로 전화를 걸었을 때 이미림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친언니가 들뜬 목소리로 운전중에 전화를 받아 동생을 바꿔주었습니다. 우승 후 4시간이나 지난 상황이었는데 이미림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계속 웃기만 했습니다.

Q. 박인비와 맞대결에서 긴장되지 않았나?

"우와~왜 안떨렸겠어요? 인비 언니는 한국 골퍼들의 영웅이고 세계적인 스타인데 같이 치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죠. 언니한테 많이 배우겠다는 자세로 최종라운드에 임했죠. 제 게임에 집중하다보니까 어느새 제가 인비 언니랑 동타가 되어 있는거에요. 연장전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는 순간 너무 기뻐서 머릿 속이 텅 비고 아무 생각도 안났어요. 나중에 정신 차리고 나서야 부모님 얼굴이 떠오르더라구요."

Q. 드라이버 샷 거리가 꽤 늘어난 것 같은데?
"네,미국 와서 먹는 것 잘 먹고 운동도 엄청 많이 했어요.그랬더니 아이언 샷 거리는 예전이랑 비슷한데 드라이버 샷 거리는 10~20야드 정도 길어진 것 같아요. 4년 전 미국 전지훈련 때 만난 브라이언 코치님이 지금도 스윙을 봐 주시는데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Q. 우승 직후 중계방송 리포터와 영어로 인터뷰하던데 영어 많이 늘었나?
"하하하(웃음).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무슨 질문을 하는지는 알아들었는데   대답을 매끄러운 문장으로 하지 못하겠더라구요. 그냥 단어들만 나열했죠. 엄청 당황했어요. 영어 공부 더 열심히 해야겠더라구요."

Q.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
"LPGA 사무국에 저같은 외국인선수를 상대로 영어 교육을 담당하는 직원이 있어요. 하루 1시간씩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스카이프(Skype) 영상통화로 하고 있죠."

Q. 미국 투어 첫 해인데 외롭거나 힘들지는 않나?
"처음엔 이동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이젠 익숙해져서 비행기로 5시간 정도는 가깝다고 여겨져요. 공항에서 대회장까지는 렌터카를 이용하는데 운전은 제 언니가 하구요 내비게이션 보고 찾아다니죠. 친구 운정(최운정,Chella Choi)이가 도움을 많이 줘요. 잠은 '홀리데이 인' 급 호텔에서 자요.

Q. 요즘은 국내 투어도 인기 많고 대회 수가 많은데 굳이 미국 무대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미국 LPGA투어는 제가 11살 때 골프를 시작하면서부터 꿈꿔왔던 무대였어요. 그 꿈이 지금 현실이 됐고 이렇게 14개 대회만에 일찍 우승을 하게 될 줄 정말 몰랐어요."

2008년 국가대표를 지낸 이미림은 2009년 KLPGA에 입회했고 2011년 S-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우승, 2012년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 우승, 2013년 이데일리레이디스오픈 우승 등 매년 1승씩 거뒀고 지난해 말 미국 LPGA투어 Q스쿨에 도전해 당당히 2위로 풀시드를 따냈습니다.

Q. 우승상금으로 뭐하고 싶나?
"일단 부모님 다 드려야죠. 그동안 제가 투어 경비로 쓴 돈이 꽤 되거든요.돈 문제는 언니가 알아서 하니까
전 신경 안써요.언니가 저랑 9살 차이 나니까 거의 엄마같아요.아,참 언니가 33살이라 결혼도 시켜야 되는데. 킬킬(웃음)"

Q. 앞으로 목표는?
"첫 승 하기가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쉽다는 말 있잖아요. 신인왕 욕심도 생겼어요. 리디아 고가 앞에 버티고 있지만 메이저대회 우승하면 신인왕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미림은 현재 신인왕 포인트에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039점)에 이어 2위(461점)를 달리고 있습니다. 올시즌 남은 대회는 13개이고 이 가운데 메이저대회는 다음주 열리는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과 9월 11일 개막하는 에비앙 챔피언십 2개입니다.

올시즌 LPGA투어에서 한국선수의 우승은 박인비에 이어 이미림이 고작 두 번째입니다. 루키 이미림의 우승이 최근 무기력증에 빠진 LPGA투어의 한국선수들에게 큰 자극과 새로운 희망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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