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요. 즐겁습니까. 잘 안들립니다. 더 크게 외쳐봐요. 지금부터 한번 미쳐봅시다."
그가 등장하자 수만 관객이 모인 공연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고희(古稀)에 가까운 나이의 스타가 메탈 장르의 압도적 사운드를 직조할 수 있을까 불안했던 것도 잠깐, '전설'이라는 수식어 앞에서는 세월도 의미가 없음을 깨닫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음악 축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시티브레이크 2014'에서는 전설적인 헤비메탈 장르의 뮤지션 오지 오즈번(66)의 공연이 열렸다.
12년 만에 내한 공연을 여는 오즈번은 헤비메탈계의 전설적인 뮤지션이다. 정통 메탈 밴드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보컬리스트 및 솔로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지난 40여 년 간 20여 장 앨범을 통해 카리스마를 뽐냈다.
그는 '크레이지 트레인', '굿바이 투 로맨스', '미스터 크롤리', '마마, 아임 커밍 홈'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1억 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다. 2005년과 2006년에는 각각 '영국 음악 명예의 전당'과 미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에는 '블랙 사바스'에 재합류해 그룹 통산 19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앨범은 빌보드 차트를 포함해 8개국 차트 정상에 올라 건재를 입증했다.
공연이 예정된 시간보다 한시간 전부터 무대 바로 앞의 스탠딩 구역 자리를 지키고 시작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팬들은 이윽고 무대의 조명이 꺼지며 시작을 예고하자 굵은 목소리로 '오지'를 연호했다.
이윽고 오즈번이 검은색 의상을 휘날리며 두 손을 좌우로 펼치고 허리는 살짝 굽힌 채 빠른 종종걸음으로 무대로 달려나오자 관객들은 무대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그를 맞았다.
짙은 눈화장, 크게 치켜뜬 눈, 살짝 굽혔다가 잠깐씩 곧추세우는 허리, 괴기스러움과 귀여움을 모두 담은 미소까지 관객이 기다려온 오즈번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후 오즈번은 '바크 앳 더 문'으로 시작해 '미스터 크롤리', '아이 돈트 노우', '수어사이드 솔루션', '아이언 맨', '크레이지 트레인', '마마 아임 커밍 홈'까지 약 100분간 15곡을 선사했다.
환갑이 훨씬 넘은 나이였지만 오즈번의 무대는 관객을 메탈의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블랙 사바스' 멤버 대신 그와 함께 무대를 꾸민 젊은 뮤지션들의 폭발적인 기타와 드럼 소리가 공연장을 꽉 채웠는데도 그의 목소리는 공연 내내 전혀 지친 기색 없이 관객의 가슴을 쳤다.
무대 매너도 만점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좌우로 달리고, 방방 뛰고, 두 팔로 박수를 유도했다. 환호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시늉과 함께 "더 크게, 더 크게"를 끊임없이 외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미스터 크롤리'를 부른 직후부터는 직접 호스를 들고서 환호하는 관객들에게 물대포를 쏘았다. 팬들은 손을 높이 들고 물벼락을 반겼다. 나중에는 커다란 검은색 플라스틱 통에 담긴 물을 관객에게 뿌려댔다.
공연 내내 스탠딩석 여기저기에서 기대 이상이라는 듯 "엄청나다", "끝내준다"라는 관객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본 공연이 끝나고는 무릎을 꿇고 관객에게 절을 하는 모습으로 '맞춤형 무대매너'의 끝을 보여줬다.
세상을 뒤집는 록 스타도 록 음악도 부재한 최근의 음악계, 그의 공연은 이른바 전설의 '클래스'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서울=연합뉴스)
전설의 무게감 보여준 메탈의 장인 오지 오즈번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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