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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태국에서 촉발된 대리모 논란…생명윤리 위반 vs 난임 부부의 희망

[취재파일] 태국에서 촉발된 대리모 논란…생명윤리 위반 vs 난임 부부의 희망
저는 아기를 낳고 올해 6월 복직했습니다. 아기를 낳던 날, 담당 의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에 아기를 보면 내가 아기를 낳긴 한 건지, 이 아기가 내 아기인지 긴가민가할 거예요. 하지만, 젖 먹이고 재우고 복닥대다 보면 어느새 와 닿을 겁니다.”

당시는 너무 정신이 없었습니다. ‘빠르고 힘차게 뛰는 아기의 심장소리, 배를 뚫고 나올 것 같은 태동만으로도 충분히 내 아기 같은데 무슨 말인가’ 싶었죠. 그런데 그 말이 옳았습니다. 진정한 가족은 아기와 함께 아등바등 대고, 때로는 웃고 울면서 만들어지더라고요. 너무 힘들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아기를 낳는 과정과 그 이후에 반드시 있어야 할 새 생명에 대한 기대와 사랑이 결여된 출산이 국제적인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그 중심에는 태국에서 태어난 다운증후군 아기 ‘가미’가 있습니다. 가미의 생물학적 아빠는 호주 사람, 엄마는 태국 사람입니다. 생물학적 아빠와 엄마는 각각 결혼해 가정이 있습니다. 호주 아빠 부부가 태국 엄마를 대리모로 고용하면서 가미가 생겼습니다. 가미는 쌍둥이였는데 다운증후군이라는 이유로 호주 아빠 부부는 가미만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장애아는 ‘불량품’이라는 저급한 인식, 한마디로 버린 겁니다.

이 일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호주 정부는 가미를 버리고 간 호주 아빠를 찾아냈습니다. ‘사생활 보호’라는 이유로 자세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1990년대 7살 된 여자아이를 포함해 아동 22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일이지만 어째 대리모를 고용한 의도가 난임에서 오는 간절함이었던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태국 정부도 곧장 조사에 나섰습니다. 알려진 대로 태국은 상업적인 대리모를 허용하는 나라입니다. 그러니 돈을 받고 아기를 낳아주는 게 별반 이상할 게 없는데, 뭔가 이상한 병원이 적발됐습니다. 문제의 병원에는 대리 출산을 통해 태어난 아기 8명과, 대리 출산될 예정인 태아 한 명이 함께 있었습니다.

불똥은 일본으로 튀었습니다. 아기들의 생물학적 아빠가 24세의 일본인 미츠도키 시게타로 지목됐기 때문입니다. 발견된 아기 외에 대리출산 된 아기가 5명이나 추가로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 아기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미츠도키 시게타가 데리고 캄보디아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간 밀매 의혹이 커지면서 태국 경찰은 아기들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고 아기를 낳은 대리모들을 수소문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병원 관계자들이 잠적하고 서류를 없애면서 수사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게 된 상태입니다. 중요한 열쇠를 쥔 미츠도키 시게타도 7일 새벽 출국해버렸습니다.

대리모를 통한 출산이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인터넷에 ‘대리모’라고 검색어를 입력하기만 해도 ‘대리모와 의뢰인의 사생활 보호를 최우선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자랑이 담긴 사이트들이 나옵니다. 젊은 엄마를 통해 출산하면 좀 더 건강한 아이를 얻을 수 있다거나 임신 때문에 생기는 몸매의 변화를 겪지 않아도 된다는 문구도 등장합니다. 심지어 저처럼 직장 여성을 겨냥한 듯 임신으로 오는 경력단절이 없다고 유혹합니다. 결제도 분할로 진행해준다는 친절함도 내세웁니다.

대리 출산에 대한 규정은 나라마다 다 다릅니다. 일단 태국, 인도, 러시아, 미국 하와이처럼  대리모를 인정하는 곳이 있습니다. 영국과 캐나다는 돈이 오가지 않는, 즉 봉사정신에서 우러난 대리모만 인정합니다. 반면 유럽은 잉태할 수 있는 권리는 신이 부여했기 때문에 돈으로 사고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대리모를 반대하는 쪽은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내세웁니다. 여성에게 허락된 고유한 권리이자 축복은 돈으로 거래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거죠. 돈을 주고 아기를 살 수 있다면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대리 출산과정에는 의뢰하는 사람, 중간에서 연결하는 사람, 대신 낳아주는 사람 사이에 돈이 오갑니다.





하지만 여기서 아기를 간절히 원하는 난임 부부 문제가 등장합니다. 원치 않게 출산 능력을 잃게 된 즉, 자궁이 없거나 질병 등으로 자궁을 적출한 경우의 여성도 마찬가지겠죠. 이들에게 대리모를 통한 출산은 ‘희망의 나라’로 가는 사다리와 마찬가지입니다. 남의 배를 빌려 아기를 낳는 것은 도덕적이지 않다, 또는 아기를 원하면 입양을 해도 되는데 굳이 대리모를 구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난이 있긴 하지만 이번 취재파일에서는 논외로 하렵니다. 아기를 낳아본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나를 닮은 아기를 얻고 싶어 하는 그 간절한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대리모를 통한 출산이 검은 목적을 위해 이용될 때 생겨납니다. 아기를 통해 줄기세포를 얻으려고 한다거나 노예, 성매매 등을 위해 대리모를 고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대신 낳아주는 대가로 돈이라도 주는 건 그나마 나은 경우입니다. 나이지리아 등에서는 10대 소녀들을 강제로 납치해 성폭행한 뒤 강제로 아기를 낳게 하는 일도 왕왕 일어납니다.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게 지켜질 리가 없습니다.

흔히들 출산이란 여성에게 허락된 고유의 권리이자 축복이라고 말합니다.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통해 아기를 낳든, 아니면 다른 사람의 대리모 역할을 맡아 아기를 낳든 그것은 그 여성의 선택입니다. 선택에는 당연히 결과가 뒤따릅니다. 뱃속에서 아기가 자라고 또 낳기까지 겪어야 하는 신체적 변화, 출산 과정에서 노출되는 갖가지 위험, 열 달 품은 아기를 낳은 후 내줘야하는 정서적 상실감 등에도 불구하고 대리모가 되기로 선택했다면 이후에 생기는 문제는 그 여성이 감당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납치돼서 강제로 아기를 낳아야 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죠.

하지만, 대리 출산이 대리모로 나선 여성뿐 아니라 의뢰하는 난임 부부 등에게도 축복된 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엄격한 조건이 뒤따라야 합니다. 일단은 대리모 자격에 대한 규제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결혼했고 아기를 낳아본 경험이 있는 여성만 대리모를 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는 거죠. 대리 출산을 의뢰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집니다. 최소한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경력이 있는 사람은 거를 수 있는 장치가 필수적입니다. 상습적으로 대리모를 구하는 사람이나, 수차례에 걸쳐 대리모에 나서는 사람도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습니다. 이런 절차가 없다면 대리모는 단순한 씨받이로 전락하기 쉬우니까요.

물론, 이러한 규제 마련은 우리 사회에서 대리 출산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허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 등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충분히 이뤄진 다음의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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