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같이 서울의 하늘이 맑아졌습니다. 모처럼 보는 파란 하늘이라서 그런지 마음 한 구석에 있던 체증이 확 풀리는 느낌입니다. 8월이면 가장 볕이 뜨거울 때지만 올 여름 날씨가 워낙 괴팍해서 8월 들어 제대로 된 태양 볕을 경험한 적이 없었는데요. 습기가 높아 꿉꿉한 상태가 이어지던 터라 그런지 시원한 하늘이 더욱 반갑게 다가옵니다.
서울 등 수도권의 날이 맑아진 이유는 북상하는 11호 태풍 ‘할롱’과 연관이 있습니다. 태풍이 북상하면서 태풍 전면에 자리 잡고 있던 비구름을 서서히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죠. 수도권의 비구름이 태풍의 영향력에 끌려가는 동안 비구름이 남동부로 이동하면서 오늘도 남부지방에는 비가 이어지는 곳이 많겠습니다.
그러면 ‘할롱’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 것일까요?
11호 태풍 ‘할롱’은 일본 오키나와 동쪽해상을 지나 규슈 남부를 향해 북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태풍의 북상방향은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 서부입니다. ‘할롱’은 여전히 강한 중형태풍의 위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중심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43m나 됩니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155km나 되는 속도로 이 정도면 약한 건물을 무너뜨릴 수 있는 매우 강력한 태풍입니다.
금요일인 오늘(8일) 오전 9시 현재 태풍 ‘할롱’의 이동속도는 시속 10km로 매우 느립니다. 이 때문에 당초 예상보다 조금 더 늦은 시간에 일본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일단 내일(9일)은 종일 일본 규슈 남동해안 가까이에서 북상을 계속한 뒤 모레(10일) 오전쯤 일본 본토를 관통해 동해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약간의 변화 가능성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거의 이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이 되고 이럴 경우 우리나라는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납니다. 서울을 비롯한 중서부와 충청 호남지방의 경우 바람만 조금 불 뿐 거의 태풍의 영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태풍이 온다고 걱정을 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동쪽지방은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태풍이 생각보다 힘이 강한 상태로 북상중이어서 태풍의 영향권이 상당히 넓은데다 태풍의 북상에 따른 동풍의 유입으로 날씨가 안 좋기 때문입니다. 동풍이 불면 동해안에는 낮은 비구름이 머물게 되고 이 구름이 발달하면서 집중호우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기상청은 일단 동해안과 울릉도·독도에 200mm가 넘는 집중호우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는데요. 이 비가 꾸준히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 걱정입니다. 바람도 상당히 강할 것으로 보여 가로수가 꺾이거나 제대로 묶지 않은 입간판들이 날릴 수도 있습니다.
더욱 위험한 것은 너울성 파도인데요. 남동해안과 동해안에는 파도가 방파제를 넘을 가능성이 높아 해수욕장에 머무는 피서객들은 조심 그리고 또 조심하셔야 됩니다. 해안 가까이에 차를 주차할 때도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요하다면 현지의 도움을 얻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현재의 태풍 이동 추세로 보면 태풍이 우리나라에 가장 가깝게 지나는 시간대는 토요일 밤에서 일요일 오전이 될 듯합니다. 물론 태풍이 일본을 관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간접영향권에 놓인 동해안은 월요일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데요. 사고는 찰나에 일어난다는 점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아참 그리고 여기서 하나 팁을 드리면 마음을 긍정적으로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아무 일도 없이 태풍이 지나가면 공연한 엄포로 휴가를 망쳤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족이나 친구들 모두 안전해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하시라는 것이죠. 또 날이 궂어 밖에 나가지 못하면 짜증부터 내지 말고 실내에서 따뜻한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그동안 못 나눈 마음 속 이야기라도 털어 놓으면 무척 기억에 남는 휴가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도 이런 기억이 있기 때문에 드리는 말인데요. 한 35년 전 쯤이라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대학 초년병 시절 여름에 안면도로 MT를 떠나 태풍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잠을 자던 간이시설(방갈로)이 바람에 모두 날라 가는 위험한 상황을 겪었지만 함께 했던 친구들 모두 안전하게 대피해 지금은 추억이 된 옛날이야기로 남아 있습니다.
[취재파일] '할롱', 일본 서부 관통할 듯…안심할 수 없는 동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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