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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멀리건'이 뭐길래?

[취재파일] '멀리건'이 뭐길래?
주말 골퍼라면 누구나 필드에서  라운드 도중 '멀리건'을 주거나 받아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혹시 멀리건 때문에 기분이 상하거나 동반자와 다투어 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동반자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멀리건을 달라고 졸라대는 플레이어, 멀리건을 줘 놓고도 막상 멀리건 받은 플레이어가 버디를 하면 "멀리건 버디는 인정 못한다"고 우기는 동반자가 주변에 꼭 있을 겁니다.

도대체 멀리건이 뭐길래 달라,못준다 하는 걸까요?
멀리건 규정이 따로 있는걸까요?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멀리건의 뜻과 유래를 알아봤습니다.

멀리건은(Mulligan)은 최초의 티샷이 잘못되었을 때 그 샷을 무효로 하고 한 번 더 티샷의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골프 규칙에는 나와있지 않은 용어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규칙 위반인 것이지요. 하지만 선수가 아닌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서는 멀리건을 주고 받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있습니다.

멀리건의 유래에 대해 미국골프협회(USGA) 사이트는 캐나다 골퍼 데이비드 멀리건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라며 세가지 버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1920년대 미국 뉴욕시 왈도프의 아스토리아 호텔 매니저였던 데이비드 멀리건이 어느날 몬트리올 인근의 골프장에서 친구들과 골프를 치다가 티샷을 엉뚱한 방향으로 치고 나서 다시 그 자리에서 티샷을 날린 뒤 "수정 샷(Correction Shot)"이라고 외쳤는데 이 때부터 잘못된 티샷을 벌타 없이 다시 치는 것을 멀리건이라고 불렀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데이비드 멀리건이 빅토리아 다리에서 몬트리올 골프장까지 험하고 먼 길을 운전하고 오느라 몸이 안풀렸으니 동승한 동반자들에게 보너스 샷을 달라고 요구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

세번째 버전은 늦잠을 잔 데이비드 멀리건이 티 타임에 맞춰 허겁지겁 골프장에 도착했더니 동반자들이 그에게 엑스트라 샷(extra shot)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USGA 사이트에 나온 것 말고 구전되는 멀리건의 유래가 더 재미있습니다. 1930년대 미국이 대공황일 때 골프의 재미에 한참 빠져있던 미국인 2명이 골프를 치러갔습니다. 그 골프장 규칙이 적어도 3명 이상이 라운드를 하게 되어있어 라커룸에서 일하던 라커맨에게 함께 라운드를 하자고 제안했답니다. 이 라커맨의 성(姓)이 멀리건(Mulligan)인데  멀리건씨는 골프 실력은 형편 없어 첫홀 부터 OB를 내고 미스샷을 남발하게 됐답니다. 그럴 때 마다 멀리건씨는 "사장님들은 자주 골프를 치지만 저는 그렇지 못하니 기회를 한번 더 주세요"라며 "I am Mulligan "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많이 퍼져 있군요.

아일랜드의 술 문화에서 나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아일랜드의 고급 술집에서는 손님들이 본격적으로 술을 주문하기 전 미리 한 잔 마셔보는 공짜 술 시음 관행이 있었는데, 바 텐더가 시음을 할 손님(멀리건씨)을 향해 "미스터 멀리건" 이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참고로 멀리건(Mulligan)은 아일랜드에서 흔한 성(姓)입니다.) 이렇게 술 자리에서 관행이 골프장으로 이어져 아일랜드 골프인들 사이에서 보너스 샷을 멀리건이라고 불렀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주말 골퍼들 사이에서는 주로 '로우' 핸디캐퍼가 '하이' 핸디캐퍼에게 멀리건을 주곤하죠. 멀리건은 동반자가 베풀기 전에 먼저 달라고 하면 결례입니다. 동반자가 먼저 멀리건을 주더라도 한번 쯤은 사양한 뒤에, 또 권하면 정중하게 인사하고 다시 치는게 매너있는 플레이입니다. 또 일단 멀리건을 상대에게 한 번 주었으면 '뒤끝'이 없어야 합니다. 내기 골프 라운드 도중 멀리건을 받은 사람이 버디를 했을 때 "멀리건 버디 값은 없다" 고 주장하는 것도 매너 없는 행동입니다. 멀리건이라는 것이 처음 친 티샷을 무효로 하고 다시 치는 것을 허용한 로우 핸디캐퍼에 대한 배려이기 때문입니다. 또 상급자(로우 핸디캐퍼)는 하급자(하이 핸디캐퍼)가 예의상 멀리건을 주더라도 받지 않는 것이 점잖은 행동입니다.

라운드 전 '룰미팅'을 통해 멀리건을 1인당 몇 개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약속을 하는 것도 동반자 간 분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멀리건을 너무 남발하면 플레이어의 긴장감과 집중력이 떨어져 골프의 재미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90대 골퍼들은 9홀에 1개, 80대 골퍼들은 18홀에 1개 정도가 화기 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적당하지 않을까요? 물론 싱글 골퍼라면 '노 멀리건'으로 격조를 지켜야겠죠? 이번 주말 라운드 계획 있으시다면 '노 멀리건'으로 싱글에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굿 샷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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