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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존중하면 전투력 약화?…그릇된 병영 인식

<앵커>

윤 일병 사건. 말 그대로 병영 잔혹사입니다. 이런 일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잊을만하면 반복됩니다. 그때마다 군은 사병들 잘 통제하라는 명령을 각급 부대에 하달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명령만으로는 소용없다는 게 선진국 군대들의 경험입니다. 인권없이는 강군도 없다는 겁니다.

뉴스 인 뉴스, 이경원 기자입니다.

<기자>

4년 전, 선임들의 괴롭힘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이등병 가족의 말입니다.

[군 사망자 가족 : (군대는) 자기가 못한다고 자기를 혼내는 게 아니라 바로 그 윗선임을 막 혼내기 때문에 나 때문에 남이 혼나고 나는 왜 이걸 못하지 하는 자괴감에 빠져서 자기 비하가 일어날 수 있거든요.]

2003년 군은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통해 병사 간의 명령과 간섭을 금지했지만, 한 명이 잘못하면 계급순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군 문화는 여전합니다.

구타와 같은 가혹행위를 막기 위해 사병을 철저히 통제하고 관리하는 내용의 병영문화 개선방안 역시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인권을 강조하면 기강이 해이해져 전투력이 약해진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이런 지침들의 실행력을 약화시킨 겁니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상명하복의 원칙이 인권 무시로 왜곡되면서 그릇된 병영문화를 만든 겁니다.

외국 사례를 보면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경우도 하급자들을 가혹하게 대하는 일이 성행했고, 이로 인해 전장에서 상관을 살해하는 이른바 '프레깅'이 수백 건 발생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미군은 군 인권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영내에서 부하에게 욕설만 해도 타 부대 전출까지 당합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외부 기관인 군사 옴부즈만이 군인 인권만을 자세히 감시하고 있습니다.

[홍성수/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 선진군대라고 하는 데를 보면 인권이 잘 보장되는 데도 군대 기강도 잘 되어 있고 군의 특수성을 반영한 상명하복의 문화도 사실은 전혀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거거든요.]

폐쇄적인 군의 특성상 군 스스로 내부 문제를 풀기 힘든 만큼, 우리도 이런 외부 감시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또, 부당한 지시와 행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소통문화 형성과, 모든 부대원이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며 가족이라는 포괄적 인권 교육이 구타금지의 명령보다 더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박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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