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도 한다?! 오일풀링이 대체 뭐길래
지난 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오일풀링이었습니다. SNS는 물론이고 여성 네티즌들이 많이 모이는 이른바 여초사이트나 카페에서도 단연 화제였습니다. 아는 사람만 알던, 그래서 알음알음 전수(?)되던 민간 건강 요법이었는데, 한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서 언급되면서 포털 검색순위에 오를 정도로 단숨에 입소문이 났습니다. (네.맞습니다. SBS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해보니 효과가 있더라'는 인기 여성 연예인들의 발언이 오일풀링의 유명세에 오일 아니 기름을 부었습니다.
오일풀링은 한마디로 식물성 오일로 가글을 하는 겁니다. 아침마다 오일 한 두 숟가락 분량을 입메 머금고 우물우물 하며 혀로 이와 잇몸 구석구석을 닦아냅니다. 그런 뒤 기름을 뱉어내고 입을 헹굽니다. 이렇게 매일 반복하면 구취와 잇몸 질환이 사라진다는 겁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인터넷에는 오일풀링이 피부 노화 방지, 천식, 여드름, 아토피, 불면증, 우울증, 어깨통증, 암내 심지어 에이즈에까지 효과가 있다는 글까지 있습니다. 만병통치약도 이런 만병통치약이 없습니다. 마치 인류를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영원히 구원할 것 같은 기세입니다.
오일풀링 정말 효과 있나?
'오일풀링 예찬론자'들은 오일이 입 속의 세균과 독성 물질을 흡착해내기 때문에 몸 전체적으로 디톡스 효과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독성물질이 배출되니까 면역력이 좋아지고 그에 따라 구강질환을 비롯해 여러가지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독성물질은 개념도 모호하고 측정에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독성물질 배출' 이란게 과학적인 검증이 가능한 지 여부도 사실 의문스럽습니다만) 일단 세균 흡착/제거 효과라도 검증해보기로 했습니다.
실험은 간단했습니다. 피실험자 1명을 선정해 이를 닦지 않은 상태와 20분간 오일풀링을 한 뒤, 양치질을 한 뒤에 각각 입 속 세균에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행여 예상과 달리 오일풀링 이후 세균이 싹 사라지거나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결과는 역시나 였습니다. 오일풀링 전 후의 입속 세균의 상태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양치 전후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마치 생선처럼 곳곳에서 꼬물꼬물 파닥거리던 세균들이 싹 사라진 모습을 모니터 상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오일풀링 이후 세균의 움직임이 미세하게 굼떠지는 모습이 관찰되긴 했지만 의미있다고 생각되진 않았습니다. 움직임이 느려진 것이지 세균이 '제거'된 게 아니니까요)
실험을 함께 했던 치과의사는 "입 속 세균은 플라그 즉 치태에 주로 서식하는데 치태는 물리적인 움직임을 통해서만 제거할 수 있다. 오일이나 세정액 가글로는 치태를 절대 씻어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입을 깨끗히 하려면 치카치카 양치질 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효과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오일풀링이 입 속 세균을 제거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부작용입니다. 한 호흡기내과 전문의의 SCI급 논문에 따르면 오일풀링이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한 여성 환자가 두 달동안 5-6차례 폐렴에 걸렸는데, 원인이 바로 다름아닌 오일풀링이었다는 겁니다. 오일이 무자극성에 미끈한 액체라 입에 머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꿀꺽하면서 일부가 기도를 통해 폐로 넘어갈 수 있는데, 입 안의 음식물 찌꺼기가 오일에 섞여 폐로 들어갈 수 있고 이게 폐렴을 일으킨다는 설명입니다.
이른바 '민간요법'을 어떻게 볼 것인가
어릴 때 배가 아프면 할머니가 '할머니 손은 약손' 이라며 배를 쓰다듬어 주곤 했습니다. 아주 가끔 놀랍게도 화장실을 안가도, 약을 안 먹어도 할머니 손만으로 아프던 배가 씻은 듯 나았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할머니 손이 진짜 약손이고 의학적 처치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민간 요법이나 대체 요법 가운데 어떤 사람에게는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숲에서 생활하는 것 만으로 암이 완치됐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마늘 즙을 발랐더니 아토피가 사라졌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 요법의 가장 큰 문제는 처치와 효과 사이의 인과 관계가 입증되지 않아 재현 가능성이 매우 낮고 따라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제주도의 이효리씨가 오일풀링으로 효과를 봤다고 해서 서울 목동의 최효리씨도 같은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여기에 명확한 부작용 우려까지 있다고 한다면... 글쎄요 굳이 오일풀링을 시도할 필요가 있을까요? (게다가 우리는 양치질도 언제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취재파일] 연예인도 한다는 '오일풀링'…효과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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