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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온누리 상품권 사면 대출 불이익"

[취재파일] "온누리 상품권 사면 대출 불이익"
● 내수소비 침체로 전통시장 직격탄..."온누리 상품권 10% 할인"

세월호 참사 여파로 내수소비가 위축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곳이 전통시장입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들도 매출에 영향을 받았지만 소규모의 재래시장 상인과 소규모 상점들은 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정부는 침체된 전통시장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 6월부터 1천억 원 한도로 할인율을 높인 ‘온누리 상품권’을 시중 금융기관에서 팔기 시작했습니다.

온누리 상품권은 전국 2천5백 여 전통시장과 17만 여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금으로 사면 달마다 1인당 30만원까지 5%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부터는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할인율을 10%로 높였습니다. 9만원만 내면 10만원어치 상품권을 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온누리 상품권은 현금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소비자는 상품권을 구매해 재래시장 등에서 사용하고, 상인은 이를 받아 금융기관에 가져다주면 액면가 그대로 돌려받게 됩니다. 현재 이 상품권을 판매하는 금융기관은 전국 새마을금고, 신협, 우체국, 우리은행, 기업은행, 전북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10곳입니다. 8월 4일부터는 농협은행과 단위농협에서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  "온누리 상품권 사면 대출 불이익" 확인서 논란

그런데 일부 은행에서 온누리 상품권을 사면 대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확인서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전주의 모 지방은행에서 상품권을 산 손 모씨도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상품권을 사러왔다고 하자 은행 직원이 서류 한 장을 내밀며 서명을 요구한 겁니다. 상품권 구매 신청서인데 그 안에는 ‘상품권을 판매한 이후 한 달 안에 대출 거래를 하면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손 씨는 잠시 구매를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할인이 없는 백화점 상품권과 달리 온누리 상품권은 이달 말까지 10% 싸게 살 수 있는데다 한두 달 안에 대출받을 일이 없어 상품권을 구매했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기자가 해당 은행을 찾아가 직접 구매해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손 씨의 말처럼 문제의 확인서를 받고 있었습니다. 은행 창구 직원에게 왜 이런 확인서를 받는지 물었습니다. 은행 직원은 “고객에게 대출해주면서 상품권을 강매하는경우가 종종 있는데, 금융당국에 적발되면 대출 거래가 제한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 직원은 이런 설명을 듣고 이해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확인서에 적고 서명하라고 얘기했습니다.

● 상품권도 '꺾기' 규제 대상 포함…온누리 상품권은 제외

은행 직원이 이런 확인서를 받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꺾기’ 규정 때문입니다. 개인이나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면서 은행이 예·적금 등을 강매하는 것을 일명 ‘꺾기’라고 합니다. 꺾기 대상에는 비단 예·적금, 상호부금, 유가증권 뿐만 아니라 선불카드와 상품권도 포함됩니다. 금융기관은 대출이 나간 뒤 1개월 안에 대출자에게 월수입금액이 대출금액의 1%를 초과해 위의 열거한 상품을 팔면 자동으로 꺾기로 간주돼 금융당국의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은행 등이 A씨에게 1억 원을 대출해주고 한 달 안에 월 10만 원이 넘는 예·적금을 가입하도록 했다면 은행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동으로 꺾기에 해당합니다. 은행은 이런 규정을 고객에게 알리고 자신들의 판매가 정당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런 확인서를 받는 겁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3월부터 온누리 상품권을 꺾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1월부터 백화점 상품권을 비롯한 각종 상품권이 꺾기 규제 대상에 포함됐는데 금융당국이 침체된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온누리 상품권은 제외시킨 겁니다.  꺾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황당한 확인서를 받을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그런데도 일부 은행이 이런 확인서를 받는 것은 정부가 권장하는 상품권 판매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와 다름없습니다. 좋은 취지에서 온누리 상품권 30장을 구매한 손 씨도 “당장 한두 달 안에 대출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상품권을 사면 대출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 누가 상품권을 사겠다느냐?”며 “은행이 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 같기도 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온누리 상품권 10% 할인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이곳저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일부 상인들은 친인척을 동원해 10%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사고 은행에 되팔아 상품권 깡을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리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 상인에 국한된 얘기입니다. 확인서를 받는 은행도 지방의 일부 은행에 국한된 해프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시장과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도록 해당 은행들은 불필요한 확인서를 받는 행위를 중지해야합니다. 금융감독당국도 이런 확인서를 받지 않도록 해당 은행에 지도해야 합니다. 온누리 상품권이 소비자와 전통시장을 잇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 낼 수 있도록 다함께 지혜를 모야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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