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일) 세월호 참사 발생 110일째를 넘어서면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들의 귀환을 기원하며 시민들이 서울 시내 곳곳에 묶어놓은 '노란 리본'들이 갈 곳을 잃은 처지가 됐습니다.
노란 리본을 훼손하는 일부 시민의 행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관리할 주체가 없어 거리에 방치된 탓입니다.
지난달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하철 9호선 노량진역사 근처 나무에 매달린 노란 리본 수십 개를 가위로 자른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사진을 올린 이는 '상쾌한 아침 죽은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리본이 기분 나빴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20일에는 청계천 난간에 달렸던 리본 줄 10여 군데가 잘려 떨어진 것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담당자가 발견해 다시 묶어놓는 일도 있었습니다.
결국 청계천에 있던 일부 리본들은 수거됐습니다.
청계천 리본 설치를 주도했던 한국불교종단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 마음이 담긴 리본 줄이 잘리는 일도 있었고 비바람에 리본 색이 바래고 모양도 보기 안 좋아졌다"며 "리본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리본 2만여 개를 거둬들였다"고 전했습니다.
이 리본들은 서울시 기록관리팀으로 이관해 보존하기로 했습니다.
서울 시내에는 서울광장에 설치된 서울시분향소와 각 구청에서 운영한 구청분향소 외에도 대한문, 신촌 연세로, 홍대입구역, 월드컵경기장 등 곳곳에 수백 개씩의 노란 리본이 매달려 있습니다.
시와 구청 분향소에 있던 리본이나 방명록은 안전행정부의 지침에 따라 시청과 각 구청에서 보관됩니다.
그러나 그 외의 지역에 설치된 리본은 지침이 없어 현황을 파악하거나 관리하는 곳은 사실상 없습니다.
노량진역을 담당하는 동작구청의 한 관계자는 "리본은 시설물이나 광고물 등 어떠한 것에도 속하지 않아 이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며 "문제의 인터넷 게시물을 보고 직원들이 찾아가보긴 했지만 이미 리본이 없어진 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식 장소 외에 달린 노란 리본의 수거나 보관에 대한 논의 역시 없는 형편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반성하려면 관련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곳곳에 산재한 리본을 누가 수집하고 관리하느냐에 대한 물음에는 쉽게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기록물은 양이 많아 민간에서 다 관리하기에 무리일 수 있으니 원론적으로 독립된 공공단체가 국가의 지원을 받아 수집·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시민단체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네트워크'를 이끄는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모든 것이 중요한 공공 기록물"이라며 "도심 속 리본도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마음인 만큼 가족이나 민간 조직에서라도 이후에 여력이 닿는 대로 수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현장 포토] 갈 곳 잃은 도심 속 세월호 '노란리본'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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