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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쉬는 날' 없는 청와대…활력은 있을까?


"주말에 차분히 챙기다 보니까 또 그때 연락을 하게 돼서, 그래서 어차피 우리는 주말 없이 살아야 할 것 같아요. 다 각오하시고 들어오지 않으셨어요? (일동 웃음) 지금 각오한다면 때가 너무 늦었어요.(일동 웃음 )"

정치부 정준형 기자입니다. 위 동영상에 나온 박 대통령의 언급은  지난 14일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주말 업무와 관련해 나온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셨는지요?

"어차피 우리는 주말 없이 살아야 할 것 같아요. 다 각오하시고 들어오지 않으셨어요? 지금 각오한다면 때가 너무 늦었어요."

동영상으로 보신 것처럼 박 대통령의 이 말에 회의장에 있던 수석들 모두 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박 대통령은 아마도 주말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열심히 일하는 수석비서관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 말을 했을 겁니다. 실제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경우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거의 매일 청와대로 나와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월호 사고 이후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챙겨야할 업무가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수석들이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은 국정 업무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박 대통령이 휴일을 모르고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의 경우 주말에는 관저에서 평일에 처리하지 못하고 밀려있던 업무를 처리한다고 합니다. 평일 날 시간이 없어서 보지 못했던 보고서도 모두 열어보고, 업무와 관련해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청와대 수석이나 해당 부처 장관들에게 전화를 걸어 꼼꼼하게 물어본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러니 청와대 수석들이 편히 쉴 수가 없는 상황인 겁니다.

문제는 수석비서관이 주말과 휴일에도 모두 나오는 만큼 그 아래에 있는 비서관과 행정관들도 상당수 토요일과 일요일에 출근해 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조직 생리상 당연한 겁니다. 상사가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는데 부하직원들이 휴일이라고 발 뻗고 놀 수 있겠습니까? 물론 평일에도 제 시간에 퇴근하지 못하고 밤 늦게까지 업무를 챙겨야하는 일이 다반삽니다.  청와대 직원으로서 가져야할 막중한 책임감을 고려하면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볼 수도 있는 문제일 것 같습니다.

그래픽_청와대 대통
                                   

하지만 관점을 조금 바꿔서 바라보면 어떨까요? 기계도 쉼없이 돌아가면 빨리 고장이 난다는 말처럼 사람도 기계가 아닌 이상 쉬는 날 없이 매일 일하다보면 탈이 나지 않을까요? 몸에 탈이 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업무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진 않을까요? 특히나 최근 어디에서나 강조되고 있는 업무의 '창의력' 측면에서도 휴일없이 매일 일한다는 것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흔히 놀아야 아이디어가 생긴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인의 경우엔 너무 경쟁이 치열한 나머지 취미 생활을 즐길 여유도 없고, 일에 치여 살다보니 삶의 여유도 없고, 그러다보니 열심히는 일할지 몰라도 창의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숱하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민간기업에서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뉴스로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청와대 업무라는 게 얼마나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바라보는 청와대는 직원들의 창의력이 별로 중요하지 않나 보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만듭니다.

힉교 교사 사무직
                                    
여기서 더 나아가 한가지를 말해보면,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청와대 안에 '흥(興)과 재미'가 없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다들 책임감을 갖고 밤 늦도록, 휴일없이 열심히 일만 하는구나라는 느낌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사람들이 '청와대'라는 '강박관념'에 너무 얽매여서 일을 하기 때문이지도 않는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현 정부 초기 윤창중 전 대변인 사건이 있어서인지 청와대 직원들이 몸 조심에 각별히 신경을 쓰면서 일반 직장에서 갖는 회식 같은 자리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제 개인적으로는 이런 문화가 자칫 청와대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아직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만, 박 대통령이 조만간 여름 휴가를 떠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7월 29일부터 닷새 동안이 박 대통령의 여름 휴가였는데, 박 대통령은 이 가운데 이틀은 경남 거제 저도 휴양소에서 머물렀고, 나머지는 청와대 관저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저도의 추억 박근혜
                                  
대통령 휴가지를 공개하고,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휴가지까지 동행하는 미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경우 경호 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여름휴가지를 미리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시면 해외 정상들과 우리나라 대통령의 여름휴가를 비교한 기사들을 쉽게 찾아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미국의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도 이제는 휴가기간 만큼은 휴식을 만끽하며 재충전하는 여유있는 대통령의 휴가를 볼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의견들도 많이 제기되곤 했습니다.

여름휴가는 어렵더라도 일주일에 하루 휴일만이라도, 국정 업무가 아무리 산적해 있더라도 박 대통령이 편하게 쉬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요? 청와대 조직의 활력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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