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지 1년 6개월 생사여부조차 알지 못하는 언니를 찾아 달라는 아니, 시신이라도 만나게 해달라는 동생의 간절한 호소가 인터넷 한 청원 사이트에 올라왔습니다. 네티즌 만 명이 온라인 서명을 하면 경찰과 검찰에 재수사를 요청하겠다는 내용인데요. 지금 약 6천 여명이 서명한 상태입니다. 이 사건, ‘사라진 신데렐라’라는 제목으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에서도 방송을 해서 큰 파장을 남겼는데요. 오늘 표창원의 사건과 사람들에서 좀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장님, 어서오십시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먼저 소장님, 무혐의 판정 받으셨던데요. 주말동안 화제가 됐어요. 국정원 명예훼손 소송에서 무혐의 받으신 거죠?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그렇습니다. 제가 신문 칼럼에서, 국정원이 정치적인 관료들에게 이용당하거나 좀 무능화 됐다, 이런 비판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소송을 제기했었고 소송 자체가 성립 안 하기 때문에 각하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각하 조치. 어쩌다 이렇게 국정원과 악연을 맺었을까요. (웃음)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제가 국정원 대상 강의도 많이 했고요. 실무에서 일하는 분들과 많이 가깝거든요, 도움도 많이 드리고. 그런데 빨리 국정원이 정치적 굴레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자,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지금 많은 분들이 관련한 소식 들으셨겠지만 좀 복잡한데요, 이 사건을 우선 알기 쉽게 정리를 좀 해주시면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지금으로부터 약 1년 6개월 전이죠. 2013년 1월 23일 밤부터 24일 새벽 사이에 벌어진 일인데요. 28살 치위생사, 이 분이 아주 유능한 분인데, 이방연 씨가 실종이 된 사건입니다. 그런데 당시에 이방연 씨는 4년간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는 그런 상태였고요. 그래서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모두 작별인사를 하고 앞으로 얼마동안은 연락이 전혀 안 될 것이다, 이런 통보를 한 상태였고요. 그런 상태에서 짐을 싸서 남자친구의 아버지 집에 가 있었던 상황이었는데요. 남자친구와 다투고 뛰쳐나가서 사라져버린 것이 마지막 이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근데 이 남자친구가 바로 경찰에 실종신고도 하지 않았다는 거고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았다는 거 아니에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그렇습니다. 가족은 이방연 씨가 당연히 미국에 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너무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되다보니까 실종 69일 만에 이씨 가족이 결국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게 되거든요. 연락이 안 되어서 출입국 관계를 알아봤더니 전혀 출국한 사실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찰이 수사를 해봤고요. 그랬더니 피해자가 실종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남자친구, 정 모씨 인데요. 이 사람과 관련해서 굉장히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게 된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이 남자친구, 다 거짓이었다는 거 아니에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그렇습니다. 이방연 씨 사연이 안타까운데요. 어렸을 때 어머니가 가출해서 아버지와 동생들과 함께 살았는데 대단히 경제적으로도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방연 씨는 열심히 노력해서 공부를 잘 했고요. 장학금까지 받아가면서 치위생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실력도 인정받고 가족들 모두 부양하는 이런 상황이 되었고요. 그래서 가족애도 남다르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큰 상태였거든요. 그러다가 교회에서 아주 훤칠하고 잘 생긴 오빠를 만났는데 이 분이 자신이 미국 뉴욕 맨하튼에서 크게 사업을 하는 부유한 사업가 집안 아들이다, 그리고 미국 MBA과정에 간다. 뭐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둘이 사귀게 됩니다. 주변에서는 그 동안 고생만 많이 했던 이방연 씨가 결국 아주 착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알아주는 백마탄 왕자를 만났다, 이래서 많이 부러워도 하고 축하도 많이 해주었고요. 그런데 정 씨가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 심하다, 그래서 지금 바로 미국에 같이 가야되겠다, 안 그러면 헤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서 이방연 씨 자신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과 치위생사라는 직업, 이것을 모두 포기하는 그런 결정을 아주 어렵게 하게 된 거죠.
그런데 이게 다 거짓말이었잖아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알고 봤더니 정씨는 뉴욕하고는 전혀 상관도 없고요. 부모가 사업하시는 분도 아니고 이 정씨의 아버지가 리어카에 고물을 주어서 파는 그런 대단히 가난하게 살아온 집안이었습니다. 학력도 지방에서 대학 1학년만을 다니다 중퇴한 상태였고요. 보험회사 잠깐 다닌 것이 경력에 전부였는데요. 더 문제가 정씨가 피해자 이씨와 사귀는 동안에 다른 여성 서너 명과 각기 다른 동거를 하면서 그 여성들로부터 생활비를 얻어 쓰는 대단히 기생적인 생활을 해오고 있었고요. 미국 유학과는 전혀 상관도 없는 상태였고 특히 가장 중요한 게 이렇게 해서 미국 유학을 가자, 라고 해서 이씨가 자신이 세 들어 살고 있던 보증금 700만 원, 거의 전재산이거든요. 이걸 현금으로 뺐는데, 이방연씨 실종 직후에 정씨가 700만원을 전부 유흥비로 모두 탕진합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이방연 씨의 카드를 정씨가 모두 사용했고요.
▷ 한수진/사회자:
참 못됐어요. 이 정도면 조심스럽게 말씀드려야 할 것 같긴 한데 남자친구 정 씨가 좀 피해자에게, 이씨에게 몹쓸 짓을 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나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경찰, 검찰이 살인사건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해왔고요. 가족마저도 사실은 간절하게 살아있기를 기원하고 애타게 기다렸지만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살인일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차라리 시신만이라도 찾게 해달라, 이 상태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 그런 상황이죠.
▷ 한수진/사회자:
예, 근데 어떤가요. 다시 정황을 봐도 좀 그럴 가능성이 있는 거죠?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충분히 그렇습니다. 실종 직후 정황 자체가, 아주 이게 정 씨의 말 자체가 사실 신빙성이 없고요. 그 다음에 경찰 수사 단계에서도, 살인을 했느냐, 그리고 어디 있는지 아느냐, ‘안다, 모른다’ 라고 대답을 했지만 거짓말 탐지기에서 거짓 반응이 나타났고요. 전혀 실종된 이 씨에 대해서 실종 신고도 하지 않고 연락도 하지 않다가 결국 가족이 실종신고를 한 이후에 확인을 했더니 이 씨의 모든 재산을 사용했고요. 이 씨는 그 시간 이후로 은행 거래 흔적도 없고, 신용카드 쓴 적도 없고, 통신 연락 흔적도 없고요. 모든 살아있다는 흔적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럼 지금까지 가진 것만으로도 정 씨를 처벌할 수 있나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현재 경찰,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서 기소를 한 상태이고요. 그런데 아직까지 시신을 찾지 못하다 보니까 살인 사건으로 기소는 못하고 정 씨가 이 씨를, 피해자 이 씨를 속여서 700만 원을 편취한 것, 이 씨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것, 이런 부분들을 사기죄, 그리고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이렇게 기소를 했습니다. 법원에서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사실은 이게 살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거운 처벌을 해 달라, 그래서 징역 10년을 구형했는데요. 법원에서는 그건 반칙이다, 살인으로 기소를 하든지, 기소를 하지도 않은 범죄를 가지고 사기 범죄에 대해서 살인의 형량을 내려달라고 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기소된 죄에 대해서만 형량을 내리겠다고 해서, 징역 2년 형을 현재 선고 받은 상태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지금 피해자 가족이 인터넷에 청원을 올린 거예요. 재수사라도 해서 좀 찾아 달라, 그리고 살인이라면 합당한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 이런 내용이죠. 그런데 시신을 찾지 못하면요, 소장님. 아무리 살인이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처벌 받을 수 없는 건가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그렇지는 않습니다. 시신이 없다고 하더라도 살인죄,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고요. 국제적으로 본다면 1954년 영국에서 농장주가 실종된 사건이 있었고요. 경찰이 수사 끝에 살인의 가능성을 정황증거로 제시를 하고 법원에서 재판이 벌어졌는데요. 당시 영국 대법원장이 고다드 라는 분인데요. 이 분이 판결을 내리면서 다른 사실들과 마찬가지로 죽음 역시 정황증거로 입증 될 수 있다, 증거들이 오직 한 결론에 도달하고 이를 배심원들이 인정하는 한 시신 없이도 살인죄는 인정될 수 있다, 이렇게 판정하고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피고인에 대해서요.
그래서 이것을 ‘고다드 원칙’이라고 하는데요. 이 원칙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면서 미국, 호주 등에서 유사한 판결이 이어지고, 우리나라도 사실 2010년에 부산에서 발생한 쉼터 여성을 유인살해한 후 화장한 사건에서, 시신이 없는 상태였지만 살인에 대한 유죄판결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번 사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수사 당국 어떻게 해야 돼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두 가지죠. 하나는 유족의 청원처럼 철저하게 재수사를 해서 시신을 찾거나 증거들을 더 확보해서 이후에 다시 기소를 하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추가 증거가 확보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모아진 증거와 정황, 단서들, 진술들을 모아서 철저하게 법적 논리를 구상하고 시신 없는 살인에 대해 기소하는 것, 두 가지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그렇군요. 참 안타까운 사건인데요. 부디 수사 당국이 치밀하고 전문적인 수사와 기소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피해자 가족들 원한이 좀 풀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소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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