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죠, 장하준 교수가 대중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로 돌아왔습니다. 내용은 쉽고 말투는 순하지만 내 책 중에서 가장 래디컬(radical), 급진적이고 과격하다, 이렇게 스스로 평하면서 결코 경제학자를 믿지 말라고 했는데요. 다소 도발적인 내용이죠. 경제학자를 믿지 말라고 하면서 왜 우리 대중은 경제학과 가까워져야 하는지, 아울러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 직접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하준 교수님, 안녕하세요.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1년 만에 다시 뵙는 데요. 일단 이번에 펴내신 책, 어떤 책인가요?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뭐 한 마디로 말하면 일반 독자들이 알기 쉽게 경제학을 설명해드리는 책인데요. 이 경제가 우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 경제학이 세상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학을 어렵고 복잡하다고 생각하시거든요. 근데 제 생각에는 경제학이라는 게 대부분은 잘 설명만 해주면 일반 독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서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알아서 경제 정책에 간섭하지 않으면 민주시민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래서 모든 분들이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쉽게 접근하실 수 있도록 책을 한 번 써봤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게 일반 대중을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이 책이 경제학의 정의라든가 경제학에 있는 여러 가지 학파, 경제와 정치의 관계, 경제에서의 윤리의 역할, 이런 깊이 있는 주제들도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입문서라 쉽기는 하지만 내용 자체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경제학 하면 상당히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어쨌든 민주시민일수록 좀 알아야 된다, 경제정책에 대해서 간섭을 좀 해야 된다, 이런 말씀해주셨고요. 그리고요, 책에서 보면 ‘경제학은 정치다’ 이 말도 참 눈에 띄던데요. 좀 설명을 해주세요.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그게 지금 현재 경제학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소위 신고전파 경제학은 그 경제학에서 정치적 요소를 배제하는 게 사실 지성 목표입니다. 그래서 19세기 말에 신고전파라는 게 나왔는데, 그 학파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경제학의 이름 자체가 정치경제학이었어요. 그러니까 영어로 Political Economy라고. 그래서 정치가 경제 핵심이었는데 신고전파 학자들이 경제학은 과학이어야 하기 때문에 과학적 분석이 불가능한 정치는 빼야 한다고 해서 경제학으로 학문을 개명했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경제학자들이랑 이야기하면, 정치는 나쁜 거다, 이제 우리 경제에 개입되면 안 되는 거다, 자꾸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데, 제 주장은 경제하고 정치가 궁극적으로 분리가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예를 들어 시장의 경제 자체가 정치적인 결정이 되고, 예를 들어 경제 이론 자체로 봐가지고 아동 노동을 하면 안 된다든가, 노예를 쓰면 안 된다든가 그런 것은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거거든요, 정치적, 윤리적 판단이지. 그래서 그런 아동 노동을 금지한다던가, 노예제를 폐지한다든가, 이런 행동을 통해서 시장의 경계를 다시 긋는데 그게 정치적인 행위란 말이죠. 그리고 또 예를 들어, 모든 시장이 소비자의 권리라든가 이런 데 대한 기본적인 규칙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도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거지 경제이론에 결정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 경제와 정치가 불가분 한 거다, 그것을 알아야 정말로 경제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정치가 경제다. 정치가 곧 경제의 핵심이다, 이런 말씀이시기도 하네요. 교수님, 1년 전에요. 저희 인터뷰 때 한국 경제 회복 수준을, ‘중환자실에 있다가 일반병실로 나온 거다.’ 이런 말씀 해주셨어요. 그 말씀이 아직도 회자가 되는데, 지금은 어떻게 보세요?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글쎄 뭐, 퇴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회복이 안 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장기적으로 자꾸 기초체력과 경제저항력이 떨어져가지고 몸이 약해져있기 때문에 장기적 전망이 어두운 상태라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가 옛날에는 5% 성장하면 경제 침체다 했는데 지금은 3%만 성장해도 기뻐하는 이런 시대가 되었는데, 이게 지금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혁신 능력이라든가 성장 동력이 떨어졌기 때문이거든요. 이게 지금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 한수진/사회자:
아, 장기적인 전망으로 보면 상당히 어두운 상태다?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그렇죠. 말하자면 지금 현재 우리나라 산업 구조가 이미 80년대 내지는 90년대 초반까지 짜여진 구조고 그 이후에 뭐, 기존에 있는 산업은 잘 해가지고 큰 것들이 있지만 그 이외에 새로 키워낼 산업도 없고 그리고 경제성장력도 자꾸 떨어지고 있다는 거죠. 일본에서는 뭐 경제가 성숙하면 성장률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거는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되지만 불과 한 15년 전까지만 해도 7~8%씩 성장하던 경제가 2~3% 성장하기도 힘든데 그렇게 갑자기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예, 그러면 지금 이런 상황에서 성장을 중시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임기를 시작했는데요. 지금 취임사에서도 보면 ‘저성장 함정에 빠진 경제를 구하겠다.’ 이렇게 말했고, 이런 정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돈과 규제를 풀어서 성장불씨를 살리겠다는 건데 이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글쎄, 성장을 촉진해야 된다는 것에는 동의하는데 그 방법에 대해서는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돈을 푼다, 이런 개념은 단기적으로는 돈을 풀면 성장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돈이 어떻게 쓰여 가지고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성장 능력을 키우느냐, 그게 문제인데 그거를 과연 제대로 좋은 산업에 투자하고, 혁신능력을 늘리고 그런데 쓰이느냐, 그게 관건이거든요. 그런데 돈을 풀더라도 예를 들면 뭐 부동산 그쪽 규제를 완화해서 돈을 푼다든가, 그렇게 하면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은 거죠. 그리고 규제라는 것도 지금 뭐 규제 때문에 성장이 안 된다, 자꾸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사실 우리나라 성장 훨씬 빨리하던 1970년대, 80년대 지금보다 규제 훨씬 많았거든요. 그러니까 규제는 물론 뭐 상관이 없는 건 아니지만 부차적인 문제이지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건데 그거를 그냥 규제 좀 완화하면 성장하겠지, 이런 식으로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죠.
▷ 한수진/사회자:
예, 근본적인 체질의 문제인데 지금 당장 규제를 풀어서 어떻게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예, 그렇죠. 지금 주로 푼다는 규제가 부동산 규제라든가 아니면 서비스업에 관한 규제 그런 것들인데 그런 것들이 사실은 뭐 기본적으로 성장 동력을 주는 부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 경제 근본은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제조업이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그걸 잘 살리고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느냐, 그게 문제이죠.
▷ 한수진/사회자:
예, 지금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대출규제완화라든지 여러 가지 조치들이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시네요.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조금이 아니라 굉장히 부정적이죠. 지금 세계적으로 사실 통화정책이 양적팽창이다 해가지고 풀어져 있고 그 과정에서 지금 나라마다 주식, 부동산 이런 걸 통해서 거품이 많이 끼고 있는데 그나마 우리나라가 그런 부동산 대출규제 같은 것을 다른 나라보다 단단하게 해가지고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조금 덜 얻어맞은 건데 지금 와서 그걸 해가지고 거품을 키우면, 특히 다른 나라에서 거품들이 터지기 시작하면 그러면 같이 말려들어가거든요. 조심해야죠.
▷ 한수진/사회자:
예, 아직도 우리 경제가 외부충격에 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된다, 이런 말씀이신 것 같고요.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그렇죠. 워낙 개방도가 높기 때문에,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왔을 때 개방도가 워낙 높은 나라기 때문에 가장 빨리 경제가 타격을 받은 나라 중 하나이거든요, 우리나라가. 그런 것을 명심해야죠. 물론 개방의 좋은 점이 있지만 그런 단점이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인식을 하고 어떻게 하면 경제 취약성을 줄일까, 그런 식으로 자꾸 생각해야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요, 교수님 이 문제는 어떻습니까. 지난 18일이죠. 관세협정에서 쌀 시장 개방 선언을 했는데요. 지금 농민들의 반대가 아주 심하거든요. 사실 보면 우루과이 라운드 때부터 예정됐던 일인데.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그렇죠. 사실 그 사이에 정부가 농민들하고 협력을 해가지고 농업을 고부가 가치화 하는데 힘을 썼어야 해요, 그러니까 대개 가난한 나라들이 농업하고 부자 나라들은 농업 경쟁력 떨어진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만 예를 들어 네덜란드 같은 나라는 인구 밀도가 우리나라보다도 높고 땅이 모자라고 그런 나라인데 세계에서 미국, 프랑스 다음으로 3번째 농업 수출국이거든요. 그게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느냐하면 농업을 말하자면 산업화 한 겁니다. 그래가지고 수경재배해가지고 온실 만들어서 네 단, 다섯 단 만들어서 땅 없는 대신에 많이 키우고 컴퓨터로 다 제어해가지고 고급 비료라든가 약품 같은 것 줘가지고 작물들 키우고 이런 식으로 해서 성공한 건데 그런 식의 어떤, 말하자면 농업의 고부가 가치화가 있었어야 하는데 그것은 농민들이 단독으로 하기에는 굉장히 힘든 일이거든요, 왜냐하면 연구 개발이라든가, 여러 가지 사회 하부구조라든가 이런 것들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 한수진/사회자:
정부가 과연 여기에 대해서 제대로 준비를 했느냐?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그렇죠. 일단 막아줄 테니까 알아서 해라, 이런 식으로 된 것이기 때문에 그 동안 그런 거를 준비 안 했으니까 지금 와서는 관세 동화해가지고 그걸로 막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 이런 식으로 되는 건데.
▷ 한수진/사회자:
교수님, 그러면요. 관세화를 하지 않으면 더 큰 무역 보복당할 수 있다는 정부 주장은 맞는 말인가요?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그렇죠. 그거는 우루과이 라운드 할 때 약속을 한 거기 때문에 그건 할 수 없는 거죠. 우루과이 라운드부터 시작해가지고 20여 년 시간이 있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정부는 뭐 했느냐.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그 때 고부가 가치화를 하고 그 다음에 관세화를 했으면 충격이 덜 했을 텐데 그 동안 그런 걸 제대로 지원 안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같이 농업 규모가 영세한 나라에서 농민들이 이런 걸 단독으로 고부가 가치화 한다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정부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부족했죠.
▷ 한수진/사회자:
여러 가지로 정부가 참 해야 할 일을 많이 못한 것 같은데요. 오늘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 또 모시고 말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영국케임브리지대의 장하준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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