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람들의 발길이 급해졌습니다. 뛰듯이 버스에서 탈출하려 애쓰는 사람들, 버스에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보입니다. 궁금해 하는 것도 잠깐, 버스는 시뻘건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CCTV 화면 전체가 노랗게 변할 정도로 강한 불길입니다. 온 몸에 불이 붙은 채 나뒹구는 사람들. CCTV 속 모습이라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도 너무너무 끔찍해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정류장 인근 가게 사람들이 다급하게 달려와 불을 끄려 해보지만 뜻대로 안 돼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도 보입니다. 1초가 1년, 아니 천 년처럼 길게 느껴집니다.
어제 저녁 7시 반, 중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고 장면입니다. 301번 버스는 40여 명의 승객을 태우고 광저우시의 대로를 지나던 참이었습니다.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버스에 불이 났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두 명이 목숨을 잃었고 서른 명 넘는 사람들이 다쳤습니다. 4명은 몸에 불이 붙은 채 버스 밖으로 뛰어 내렸습니다만, 이 가운데 3명이 온 몸에 큰 화상을 입었습니다. 한 명은 전신의 60%, 다른 두 명은 각각 40%, 10% 화상입니다.
화상 입은 사람 가운데 한 명은 소중한 생명을 키우고 있는 임산부로 알려졌습니다. 고작 3개월 된 아기가 엄마 뱃속에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여성은 얼굴과 양다리에 화상을 입어 치료받고 있습니다. 부디 아기가 무사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끔찍한 불은 왜 났을까요? 한 목격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버스 요금을 내고 난 후였어요. 갑자기 어떤 사람이 불을 붙인다는 고함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대로 볼 겨를도 없이 뛰어내렸죠. 죽을힘을 다해 버스에서 나오자마자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돌아봤을 때는 이미 거대한 불덩어리가 돼 있었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은 딸을 배웅하러 나간 길에 사고를 당한 또 다른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버스 안에 폭탄이 있었어요. 제가 봤습니다. 연기가 피어오르던 그 물체는 제가 버스에서 마지막으로 뛰어내리자마자 터졌어요. 화약 같은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폭탄은 보따리 같은 모양이었어요. 직경은 대략 20에서 30센티미터 정도 돼 보였습니다. 아주 조잡하게 쌓여진 형태였죠.”
5분도 안 돼 버스를 생지옥으로 만든 이번 화재, 이달 초에 있었던 항저우 버스 화재와 상당 부분 닮아 있습니다. 당시 한 30대 남성은 80여 명이 타고 있던 버스에서 갑자기 바닥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렀습니다. 승객들이 유리창을 깨고 탈출하는 등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면서 30여 명이 다쳤습니다. 버스 화재는 아니지만 지난달에는 헤이룽장성의 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도 폭발 사고가 일어나 경찰 등이 다쳤습니다.
광저우 사고는 아직 용의자가 잡히지 않았고, 항저우 사고는 용의자가 큰 화상을 입어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으로는 중국 당국이 걱정하고 있는 ‘신장위구르 분리 독립주의자들의 소행’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중국 당국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요.)
어쨌거나 테러 공포는 수그러들지 않는 게 분명합니다. 중국 당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이 딱히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대학에는 반테러학과가 생겨났고, 사회 안정을 위해 우리 돈 114조원의 어마어마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데도 말이죠.
중국 당국이 3대 척결로 내세우는 세력은 테러, 민족분열, 종교적 극단주의입니다. 써놓고 보면 각기 다른 세력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이들 모두는 ‘사회 저소득층’이라는 단어로 묶을 수 있습니다. 이들의 불만이 폭력으로 속속 바뀌는데도 사회 불안정의 근본 원인인 ‘경제 불균형’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으니 테러 세력 소탕은 지금으로서는 ‘꿈’같은 이야깁니다.
여담이지만, 중국어로 선진국은 ‘발달국가’라고 하고,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은 ‘발전중국가'라고 씁니다. 중국은 발전중국가 상태를 벗어나서 어떻게든 발달국가로 가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인데, ‘경제 불균형’이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발달국가는커녕 ‘테러빈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워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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