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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애플 AS 또 논란…"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

[취재파일] 애플 AS 또 논란…"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
"우리는 한국 법을 충분히 준수하고 있다"
"AS 정책은 한국이나 중국, 미국에서 다 동일하다"
"한국 소비자에게 수준높은 AS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2010년 10월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애플 본사 임원이 출석했다. 10월 5일 국감에서 애플의 AS 정책에 대한 질의가 나왔는데 출석한 애플 코리아 직원의 답변이 부족하다며 아예 본사 임원 출석을 요구한 것이다. 이때는 한국에 처음 아이폰이 출시된지(3GS) 1년이 조금 안된 시점이었는데(아이폰4는 2010년 6월 출시) 사후 서비스, AS 불만이 폭주하면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유원일 의원을 중심으로, 몇몇 의원들이 애플의 사후 서비스에 대해 질의했다.

-개통 이후 신제품 교환이 한국은 개통 당일이 지나면 안 되는데 미국, 중국과 차별 아니냐?
-아이폰4 수신 불량 때문에 지급하는 범퍼를, 미국과 달리 한국은 예약신청자에게만 주는데 차별 아니냐?
-이른바 '오줌 액정' 교환이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불가한데 차별 아니냐?
-미국에선 30일 이내 소비자 과실 아니면 환불되는데 한국에선 안되는 게 차별 아니냐?


이런 '차별적인' 서비스 정책 외에도

-1년 무상수리 보증기간에도 애플의 기준 이상이면 수리비를 내야 하고, 침수 라벨의 변색은 무상 수리 보증에서 제외되는 건 불공정 약관이자, 제조물 책임법 위반 아니냐?

이런 질문도 나왔다. (이런 '불공정 약관' 논란 때문에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애플 임원까지 출석하게 된 것이었다.)

통역을 거쳐 나온 애플 임원의 답변은 대체로 맨 위에 적은 대로였다. 그때 국정감사를 지켜보면서 내가 느꼈던 것처럼, 질의한 의원들도 답답했는지 재차 따져물었더니 그나마 조금 진전되게 나온 답변은 이랬다.

"한국의 규정을 다시 확인하고 준수할 것을 약속한다"
"한국에도 애플 직영점이 생기면 그에 맞게 조정할 의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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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4년, 애플의 AS 정책이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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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AS의 핵심은 '리퍼폰'이다.

신제품과도 다르지만, 중고제품이라고 하는 것도 온전한 설명은 아니다. 고장 등의 이유로 수거한 아이폰 부품을 재생시켜 이를 다시 조립한 것으로, '재생폰'이라고 하는 게 좀 나은 설명 같다.(부를 때는 그냥 리퍼폰)

애플은, 일정 정도 이상의 고장이 난 제품은 수리한다고 해도 제 상태를 찾기 힘든 경우가 있는 만큼 새것과 흡사한 상태의 리퍼폰으로 바꿔주는 게 더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라고 설명한다. 또 수거한 고장 제품을 분해해 재활용하는 만큼 '환경 친화적'이라는 게 리퍼폰 정책에 대한 또다른 설명이다.

리퍼폰을 중심으로 한 이 정책에 대해서는 찬반, 혹은 호불호가 엇갈린다. 물에 빠뜨렸거나 여러 번 떨어뜨려 망가진 휴대전화 수리를 해본 경험에 비춰보거나 집에 쌓여있는 과거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생각해보면 꽤 합리적인 것 같기도 하다. 6개월이나 1년 정도 쓰면서 처음에 비해 상태가 썩 좋지 않게 됐다면 (새것과 다름없는) 리퍼폰을 쓰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문제는 선택이 가능한지,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다.

아이폰 국내 출시 초기엔 "전원 버튼이 잘 눌리지 않는 정도인데도 리퍼폰으로 바꿔야 한다고 하더라", "리퍼폰 교체 비용이 거의 새로 사는 것과 맞먹더라", 하는 식의 불만이 많았다. 선택할 수 없고(무조건 리퍼폰?), 너무 비싸다(리퍼 비용이 80만원?)는 불만이 많았다. 그런 불만이 쏟아지면서 '부분 수리'도 가능하게 개선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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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AS 문제로 소송까지 벌이고 있는 오원국씨 사례 역시 '선택과 비용'이 쟁점이었다. 오씨는 2012년 12월에 아이폰 5를 구입했고 2013년 11월에 '배터리 광탈'과 액정 들뜨는 현상 때문에 애플 서비스 센터로 가져갔다.

오씨는 당시 센터 측에서 '부분 수리'가 가능하다고 해 접수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닷새 뒤에 오씨는 센터로부터 리퍼폰으로 바꿔줘야 하니 수리비 34만 원을 지불하라는 전화 통보를 받았다. 오씨는 34만 원이면 중고폰 가격과 비슷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 수리하지 않을테니 자신의 전화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센터에서는 애플 정책상 돌려줄 수 없다고 하면서 오씨의 싸움은 시작됐다.

심영구 취재파일


애플의 이 정책은 수리 약관에 근거한다. 수리 약관에서는 교환, 교체된 부품, 제품은 애플이 갖고, 교체 부품이나 제품은 소비자가 갖는다고 나와 있다. 맡긴 아이폰은 애플 것, 리퍼폰은 소비자 것이라는 말이다.

오씨의 주장은, 애플 서비스센터에서 처음엔 '부분 수리'가 가능하다고 해 맡겼는데('부분 수리'는 리퍼폰으로 받은 게 아니라 원래 전화를 수리해서 돌려준다는 개념이다.) 며칠 뒤엔 리퍼폰으로 바꿔야 한다고 일방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후 오씨는 소비자원에 소비자 피해 구제 신청을 냈고 소비자원이 나섰지만 애플에서는 소비자원의 중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애플에서 합의 요청이 들어왔으나 합의서 문구에 이견이 있어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씨는 애플을 상대로 민사 소송에 이어, 자신의 휴대전화를 가져가 돌려주지 않았기에 '횡령' 죄가 성립한다며 형사 소송까지 냈고, 애플의 수리 약관이 불공정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 심사를 청구했다.

오씨의 사례를 알게 된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에서도 애플의 수리 약관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 많다며 공정위에 약관 심사를 청구했다.

오씨의 사연은 여러 인터넷 사이트와 매체에 의해 알려졌고, 오씨는 자신의 사연을 촬영해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이에 호응하면서 소송비용으로 2백만 원가까이 모이기도 했다. 오씨는 일단 시작한 소송이자 싸움인만큼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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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취재파일


이에 대해 애플의 입장은 한결 같다.

"특별히 언급할 만한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애플 코리아 측은 이와 관련해 나를 포함한 여러 질의에 같은 내용으로 답했다. 이제까지 애플과 관련해 한국에서 제기된 여러 문제에 대해 한결 같은 입장이다. 왜 그럴까. 개별 사건이나 개별 소비자와 관련한 일에 일일이 반응하고 입장을 내지 않는다는 게 애플의 일관된 태도다. 이는 언론의 문제 제기에도, 소비자의 불만에도 마찬가지 같다. 이른바 '소통'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인터넷에서는, 오씨가 리퍼폰을 받겠다고 동의해놓고 나중에 번복한 것이라며 오씨를 비난하는 내용의 글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오씨는 그런 적 없다고 할 뿐만 아니라, 애플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비공식적인 설명은 전해들었으나 공개할 만한 내용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씨의 심사 청구를 정식으로 접수했고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전례로 볼 때 적어도 수개월, 혹은 1년 넘는 기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3월 경실련의 문제 제기에 따라 애플의 하드웨어 품질보증서와 앱 스토어 계약서(이 문제는 구글도 포함)의 약관에 대해 심사해,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각각 애플이 자진 시정 조치하게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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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의 문제 제기는, 단순하게 정리하면 "내 돈 주고 산 제품을, 가져가 돌려주지 않는다는 게 공정한가"이다.

"애플은 내가 제품을 산 게 아니라 빌린 것처럼 행세한다"는 게 애플 제품 사용자 일부의 불만이다. '리퍼폰이 원래 제품 수리한 것보다 평균적으로 성능이 낫다'라거나 '재활용하기에 환경 친화적'이라는 설명은 "내 돈 주고 산 걸 왜 내가 못 가지나"라는 불만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 같다.

리퍼폰도 앞서 적었듯 꽤 합리적인 면이 있는 정책이나 이에 대한 불만이 계속 터져나오는 건 애플의 '불통' 서비스 정책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애플은 세계적으로 동일한 서비스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시장과 소비자 정서와 반응에 따라 정책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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