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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숭례문 화재 벌써 잊었나…방치된 목조문화재 소방 관리

[취재파일] 숭례문 화재 벌써 잊었나…방치된 목조문화재 소방 관리
지난 5월 20일, 여주시설관리공단은 다음과 같은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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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민의 안전』그 중심에 여주시 시설관리공단이 있다.!!!

여주시 시설관리공단(이사장 : 이두환)은 2014년 5월 9일자로 안전보건 경영시스템(OHSAS 18001:2007) 인증을 획득하였다고 밝혔다.

해당 인증은 공단에서 운영하는 시설물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통하여 국제규격에 맞는 심사기준을 통과시에만 받을 수 있는 인증제도로서 인증기간은 2017년 5월 8일 3년까지로, 해당인증을 유지하기 위하여 시설관리공단은 매년 적격심사를 통해 지속적인 안전보건 관리실태를 점검받을 예정이다.

여주시 시설관리공단은 2011년 설립이후 여주시로부터 위탁받은 체육시설과, 명성황후 생가 유적지, 주차장 운영관리, 국민체육센터 운영, 가로보안등 관리에 대한 효율적 시설물 관리를 위하여 경주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의 전문성 제고를 위하여 안전보건 분야의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으로 시설물을 이용하는 여주시민의 만족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관리공단 차재호 경영지원팀장은 “이번 세월호 사고가 인재로 판명된 만큼 직원들의 안전의식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며, 향후  여주시민이 이용하는 시설물에 대한 지속적인 안전점검을 통하여 안전하고 쾌적한 시설물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하고, 최일선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안전의식에 대한 전환을 주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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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설관리공단이 안전보건 경영시스템을 획득했다는 겁니다. 그와 동시에 여주시로부터 위탁받은 시설과 유적지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안전교육도 하고 있다는 내용 등입니다. 읽고 나면 공단이 안전 점검 등 관리하는 시설물의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인증을 받았다는 며칠 뒤 찾아간 '명성황후생가 유적지'의 상태는 황당했습니다.

유적지 문앞에 설치되어 있는 소화기는 권고 사용 연한 8년을 훌쩍 넘긴 것은 물론이고, 충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내부의 또다른 소화기를 살펴봤습니다. 점검표가 떡하니 붙어있었는데 살펴보니 마지막 점검일자가 지난해 10월까지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점검을 하고도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점검표에 제대로 기입하는 것 또한 점검의 일환입니다. 또 소화기에는 장난으로 혹은 실수로 안전핀이 제거되어서 소화기가 분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띠가 묶여 있는데 이미 끊어져 있거나 없어진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런 상태로 문화재를 방치해 놓고도 공단이 '안전보건 경영시스템'을 받았다는 보도자료를 냈다게 어이가 없지 않으신가요?
소화기

그런데 이 <안전보건 경영시스템 인증(OHSAS 18001)>이라는 것은 무슨 문화재에 안전 점검이 확실하게 되어 있다 등의 것과는 사실 조금 무관한 인증입니다. 안전보건 경영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산업재해'와 관련한 것입니다.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되는지와 관련된 겁니다. 그런데도 '세월호 참사' 이후 공단에서 관리하는 시설물들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식으로 자료가 만들어진 거지요. 실제 문화재 화재 예방 관리라도 제대로 되어 있었다면 그냥 웃으며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되려 부끄러워야 할 지경이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방치된 문화재의 모습은 비단 여주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강화 전등사 등의 사찰과 동묘나 세종대왕릉 같은 왕릉에서도 위태위태한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었고, 서울 한복판에 있는 창경궁까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관리 부실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 현행 규정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떻게 관리를 해야한다는 건 정해져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는 어떻게 된다는 처벌이나 강제 규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보니 많은 목조 문화재가 화재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잘 되어 있다면 강제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이것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무조건 관리 주체에게만 화살을 돌릴 수 없는 면도 있습니다. 문화재 주변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곳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또 아무렇게나 휙 집어 던지는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관리주체에서 단속해야할 문제이기도 하지만 문화재 보호를 먼저 생각하는 시민들의 의식도 분명히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 2008년 숭례문 화재로 현판이 떨어지고 기왓장이 우르르 무너지던 모습이 눈앞에 선합니다. 마치 나라가 무너지는 듯했다고 말씀하시는 시민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순간 잃을 수 있고 또 그대로 되돌릴 수 없는 목조 문화재이지만 그 관리는 여전히 허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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