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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때 끼고 녹물 흐르고…학교 '세균 정수기'

<앵커>

학교에 설치된 정수기와 전기온수기를 점검해봤더니 관리상태가 엉망인 걸로 드러났습니다. 검사를 하긴했는데 검사 자체가 부실했습니다.

TBC 이종웅, 박철희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학교 곳곳에 설치된 정수기들, 여름이면 학생들 이용이 부쩍 늘어납니다.

취재진이 학교 정수기를 직접 분해해봤습니다.

물탱크 바닥 곳곳에 찌꺼기가 가라앉아 있습니다.

물을 빼고 닦아보니 시커먼 먼지와 누런 물때가 그대로 묻어나옵니다.

정수기 점검 기록부에는 1년 전 점검한 게 마지막입니다.

[정수기 점검 관계자 : (청소를) 개념 없이 하는 거죠. 휴지로 닦고 마는 거죠.]

[장재연/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 : 미생물 같은 게 흡착돼 자라는 물때에 병원성 미생물이 자랄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에….]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2012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대구 교육청 특별점검에서 음용수 부적합 판정을 받은 학교 정수기 비율은 무려 49.6%에 이릅니다.

특히 대구 모 고등학교 정수기에서는 전체 7대 가운데 6대에서 기준치의 최대 340배까지 일반세균이 검출됐지만 학교 자체검사는 모두 적합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대구교육청에서는 감사결과가 나온 지 한 달이 넘도록 내용조차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대구교육청 담당자 : (감사 결과를) 알고 있지 못합니다. 정수기 1차 부적합 비율을 물었기 때문에…]

학교 정수기에 대한 부실한 관리가 우리 아이들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남용 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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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복도에 설치된 전기온수기를 열어봤습니다.

언제 청소를 했는지 두꺼운 먼지가 가득 쌓였고 내부 부품은 시커멓게 녹이 슬었습니다.

관리카드에는 연도 표시 없이 8월에 청소했다고만 적혀 있습니다.

다른 학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뚜껑을 열어서 몇 번 닦았더니 먼지와 물때가 이렇게 묻어나옵니다.

청소를 하다 보면 저수조 벽면은 녹슬어 있고 누런 녹물과 찌꺼기가 바닥에 가득하기 일쑤입니다.

[전기온수기 관리업체 직원 :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은 (청소)하시죠? 안 해요 안 하는 곳이 태반이에요.]

하지만 전기 온수기는 급식소에 설치된 것 말고는 수질검사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특히 수도법상 수도꼭지와 온수설비 등 물과 닿는 모든 수도용 자재와 제품은 중금속 등 44개 항목의 용출시험을 거쳐야 하지만 전기온수기는 빠져 있습니다.

[환경부 담당자 : 현재는 법상으로는 포함이 안 돼 있습니다. 온수에 대해서는…그런 제품은 인증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시험 대상에는) 없고요.]

물을 끓이는 과정에서 온수기 원자재에서 유해물질이 나올 수 있고 아이들이 직접 입을 대고 마시기도 해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끓인다는 이유로 안심했던 전기온수기, 보건안전 사각지대에서 오히려 아이들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남용 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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