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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통에 의지해 혼자 지낸 아기…어머니를 처벌할까요

밥통에 의지해 혼자 지낸 아기…어머니를 처벌할까요
검찰이 아들을 방치한 30대 지적 장애인과 예기치 못한 사고로 숨진 노인의 간병인에 대한 기소 여부를 시민에게 물었다.

9일 오후 광주지검에서 열린 검찰 시민위원회에서는 성폭력·가정폭력 사건 전담인 형사 2부 이지영 검사가 회부한 사건 2건을 논의했다.

복잡한 법리를 다루는 검사도 선뜻 답을 내리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시민들은 피의자와 피해자의 사정, 검사의 고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 하루 열시간 집에서 혼자 지낸 두살

아이의 몸엔 밥풀이 덕지덕지 지적 장애 3급인 A(33·여)씨는 두번의 결혼과 이혼 경험이 있다.

그 사이 네명의 자녀를 갖게 됐다.

전 남편과 사이에 낳은 두명은 친부가 키우고 있지만 두번째 결혼에서 낳은 딸과 아들의 양육은 A씨 몫이었다.

A씨는 2010년 초 당시 4살인 딸을 바닥에 던져 가정법원에 송치되기도 했다.

A씨는 딸을 보호시설에 넘겼지만 여전히 두살배기 아들과 자신의 생활비가 필요했다.

한달 50만원에 못미치는 보조금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A씨는 지난 3월 광주 한 산단에서 일하기로 했다.

두살배기 아들은 하루 10시간가량 집에 혼자 있었다.

A씨는 밥통에 밥을 채우고 뚜껑을 열어뒀다.

어머니가 퇴근할 무렵 어린 아들의 온몸은 밥풀 투성이였다.

A씨는 문틈과 창문 사이로 어린 아이 혼자 밥풀을 묻히고 있는 것을 본 이웃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게됐다.

경찰은 아동보호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송치했지만 검찰은 A씨를 법정에 세워 처벌받게 할지, 다시 한번 기회를 줄지 고심했다.

시민위원 9명은 기회를 주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A씨의 장애와 환경을 고려하면 처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 A씨를 상담하고 아들의 양육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 재활병원 환자 뇌출혈로 숨져…간병인 책임은

지난해 11월 17일 광주 한 재활병원.

간병인 B(66·여)씨는 돌이키기 어려운 실수를 하고 말았다.

심장과 척추 디스크 수술 경력이 있는 환자 C(73)씨는 보행연습을 하다가 지쳐 B씨에게 의자를 가져오도록 했다.

C씨는 성격이 급해 다른 간병인들이 기피하는 환자였다.

B씨는 서둘러 의자를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에 "꼭 잡고 있어요"라고 말하고는 보행기 고정장치를 잠그지 않고 자리를 떴다.

C씨는 잠시 뒤 뒤로 넘어져 뇌출혈을 일으켜 숨졌다.

C씨의 유족은 간병 의무도 다하지 않고 장례식장에 얼굴조차 드러내지 않는 데 실망해 B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피의자 측에서는 "돈을 노리고 고소했다", 피해자 측에서는 "진정성 있는 사과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반목을 보였다.

양측이 만나 대화하면서 서로의 오해는 다소 풀렸지만 검찰의 고민은 또 시작됐다.

민사상의 책임은 별론으로 하고 B씨에게 사망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의사가 아닌 간병인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사례는 아직 찾지 못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시민위원들은 B씨에 대해서도 잘못은 인정되지만 C씨가 사망할 것이라는 결과를 예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기소는 과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 위원은 "1년 6개월간 심의하는 동안 가장 어려운 안건이었다"며 숨을 몰아 쉬었다.

◇ 사회적 관심 끈 중요사건에서 일상다반사까지

시민위원들의 의견은 권고의 성격이 짙어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검찰은 논의결과를 참고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시민위원회는 시민의 참여로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2010년 8월부터 전국 검찰청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검찰이 처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삼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사례도 있다.

광주지검은 2012년 2분기 검찰 시민위원회 운영 최우수 검찰청에 선정되기도 했다.

강운태 전 광주시장의 불투명 자금 조성 의혹(무혐의), 고(故) 장자연 편지 위조 사건(기소), 광주 FC 단장 금품수수 의혹(무혐의) 등 지역의 관심을 끈 사건들이 시민위원회를 거쳐갔다.

자신이 키우는 풍산개를 자극해 고양이를 물어죽게 한 사건(기소), 헬스클럽에서 기구를 사용하던 중 다른 회원을 다치게 한 사건(불기소)처럼 주변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사건들도 심의 대상이 됐다.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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