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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학생 아버지들, 십자가 지고 팽목항까지 순례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두 아버지가 5㎏에 달하는 십자가를 어깨에 걸치고 안산 단원고에서 진도 팽목항으로 순례의 길을 떠났다.

아버지들의 마음은 한결같아서일까.

아들을 떠나보낸 마음도 온전치 않을텐데 이들은 실종자 11명 모두 어둡고 차가운 물 속에서 나와 하루 속히 가족들과 만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순례의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8일 오후 4시 30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단원고 앞.

세월호 희생자 이모 군의 아버지(56)와 누나(25), 또다른 희생자 김모 군의 아버지(52)가 팽목항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이들을 마중 나온 수녀와 교우들이 안전하게 순례를 마치기를 바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성가를 불렀다.

수녀들은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고 손팻말을 들었고 한 수녀는 폭염 속에 순례에 나선 아버지들 앞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곤 했다.

천주교 신자인 이씨와 김씨는 같은 수원교구 와동성당에 나가고 있었지만 세월호 침몰사고를 전까지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팽목항에서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다가 알게 된 후 4월 30일과 5월 1일 하루 차이로 각각 피붙이의 주검을 품에 안으면서 더욱 돈독하게 형제애와 아픔을 나눠갖게 됐다.

안산에서 진도까지 순례를 함께 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인연에서다.

두 아버지와 누나는 진도 팽목항에 들러 천막에서 미사를 드린 뒤 내달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에 맞춰 대전으로 올라오는 것으로 순례일정을 계획했다.

대전에서 교황이 집전하게 될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AYD)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무려 39일에 걸친 순례 길이다.

이씨는 무게 5㎏, 길이 130㎝에 달하는, 못에 박힌 채 고통스러워하는 예수의 모습이 선명한 십자가를 들었고, 김씨는 2m가량 되는 만장모양의 깃발을 챙겨 들었다.

검정색 깃발에는 세월호를 상징하는 종이배 그림 아래로 '하루속히 가족품으로'란 글귀가 새겨 있었다.

이씨는 "아직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있는 11명의 귀환이 가장 우선이란 생각으로 순례에 나섰다"며 "그다음은 교황을 뵈었을 때 오늘 매고 간 십자가를 선물로 드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러한 마음을 담아 두 아버지는 실종자 11명의 이름을 정성스레 노란색 천에 적어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팔과 발목 등에 동여맸다.

김씨는 "아이들은 죽음까지 닿았을 때 어둠과 싸웠을 것"이라며 "여정 동안 아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걸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국민이 조금이라도 아이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걸음을 재촉했다.

(안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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