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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 내 카카오톡·라인 차단, 숨겨진 원인은?

[취재파일] 중국 내 카카오톡·라인 차단, 숨겨진 원인은?
중국에서 지난 2일부터 지금까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KakaoTalk)과 라인(Line)의 서비스가 차단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의 경우 핵심 기능인 메시지와 사진 전송, 1:1 보이스톡은 아직 가능한 상태지만, 신규 가입이나 친구 추가, 프로필 변경, 이모티콘, 공지사항 조회, 카카오스토리 등의 부가기능은 모두 차단된 상탭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으로 중국에 있는 가족이나 지인과 연락하던 사용자들은 답답할 따름입니다.
이상엽 취재파일
카카오톡 운영사인 카카오 측은 앱 공지사항을 통해 ‘중국에 가족/지인 분들이 계시다면 아래의 상황을 메시지로 대신 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며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은 사실을 전달하면서 앱을 삭제하지 말고 긴급연락망을 확보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텍스트 메시지 전송은 독자적인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아직까지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앞으로 차단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라인은 아예 다 막혀 있습니다. 메시징과 보이스톡, 신규 회원가입 등 모든 서비스가 중국 내에서 차단된 상태입니다. 중국 내 라인 서비스를 담당하는 일본 라인 측은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측도 원인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이 현상은 중국 내에서만 일어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 당국이 특정한 목적을 갖고 카카오톡과 라인의 중국 내 접속을 막아버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달 구글이 중국에서 차단된 것과 같은 방법으로 일부 도메인을 차단한 것이란 분석입니다.

중국에서 차단된 서비스는 카카오톡과 라인 외에도 더 있습니다. 미국 야후가 제공하는 사진 공유 서비스 '플리커(Flickr)'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원드라이브(OneDrive)'도 2일부터 지금까지 접속이 줄곧 막혀 있는 상탭니다. 얼핏 서로 별 관련 없어 보이는 이들 사이트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가장 먼저 원인을 분석한 것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카카오톡과 라인 중국 내 서비스 차단이 홍콩 민주화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입단속 때문이라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이상엽 취재파일

이어서 블룸버그 통신도 인터넷 제한에 반대하는 단체 '그레이트파이어(Greatfire)'의 창립자 찰리 스미스를 인용해 홍콩 민주화 시위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찰리 스미스는 요 며칠 사이 잇따른 사이트 차단이 홍콩의 민주화 시위와 관련있고, 시위 참가자들이 이들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를 통해 시위를 촉구하는 사진을 올렸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라인의 메시징 서비스가 차단된 것도 사용자들이 반체제 시위와 관련해 너무 많은 글을 올리도록 놔둔 것에 대한 ‘처벌’의 성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뉴스에 가려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난 1일 홍콩에서는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지 17주년을 기념해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도심 행진이 열렸습니다. 이날 홍콩 시민 수십만 명은 도로를 가득 메운 채 빅토리아 공원에서 금융 중심지 센트럴까지 대규모 연좌 농성을 벌였습니다.
이상엽 취재파일
시위 참가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홍콩과 대만, 중국 누리꾼들에게도 시위 지지를 호소하는 글과 사진을 잇따라 전송했습니다. 온라인으로 텍스트 메시지를 보내고, 플리커에 민주화 시위 사진을 대량으로 올린 것입니다. ‘SBS 8뉴스’ 페이스북 계정에도 홍콩의 민주화 시위 보도를 요청하는 홍콩 현지인들의 사진과 동영상 제보가 잇따라 들어왔습니다.

사태가 확산되자 어제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법치가 없으면 홍콩은 우크라이나나 태국과 같은 상황에 빠져들 수 있으며 온갖 종류의 위험한 현상들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홍콩에서의 민주화 요구가 중국 본토로까지 퍼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카카오톡과 라인 같은 메신저를 미리 차단해 일찌감치 시위의 파장을 줄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또 한 가지 원인으로 지목되는 곳은 홍콩에서 수천km 떨어진 서북쪽의 신장위구르자치구입니다. 위구르족의 본거지이자 자치구 최대의 도시 우루무치에서는 지난 2009년 7월 5일 한족과 위구르족의 충돌로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하면서 공식 집계로만 197명이 숨지고 1천7백여 명이 다쳤습니다. 이른바 ‘7·5 우루무치 사태’입니다. 그런데 그 5주년째 되는 날이 바로 내일(5일)입니다.

중국 전역이 이 5주년을 앞두고 테러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 대응 태세에 들어갔습니다. 최근 베이징에서는 대테러 훈련이 5차례나 진행됐고, 신장 곳곳에서 무장경찰부대가 대규모 실전 훈련을 벌였습니다. 또 폭력과 테러 관련 내용을 담은 선전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인터넷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카카오톡과 라인 두 회사 모두 애가 탑니다. 홍콩이든 위구르든 사태의 파장이 길어질 경우 중국 당국의 차단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글처럼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톡과 라인 모두 아직은 중국 내 현지 사용자보다는 교민이나 유학생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별에서 온 그대’ 등 한류 드라마의 힘을 업고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자리 잡으려던 참이었는데, 민주화 시위의 불똥이 난데없이 바다 건너 카카오톡과 라인에 튀어버린 모습입니다.

중국 내 서비스 차단이 언제 풀릴지 기약없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오늘(4일) 네이버의 주가는 어제보다 1.33%포인트 떨어진 81만9천원에 장을 마쳤고, 다음도 2.89%포인트 하락한 11만7500원으로 하락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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