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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결산] ⑩ 한국 축구 '잔인했던 6월'…엿 세례까지

[브라질 월드컵 결산] ⑩ 한국 축구 '잔인했던 6월'…엿 세례까지

월드컵 8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하며 브라질에서 원정 최초 8강 진출을 노렸던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1무 2패, 조 최하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들고 돌아왔습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2010 남아공 월드컵 원정 첫 16강이라는 2000년대 한국축구의 상승세를 잇지 못한 채, 국제무대에서의 성적 또한 1998 프랑스 월드컵 때로 되돌아간 것입니다.

이번 대표팀은 감독 선임에서부터 선수 선발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브라질에서의 참패는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과 축구팬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만 25.9세라는 역대 최연소 대표팀에게는 경험 많은 선임자가 없다는 우려가 따라붙었지만, 젊음과 패기로 맞서겠다는 다짐은 거대한 세계 축구의 흐름 앞에서는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진 못했습니다. 첫 경기 러시아를 상대로는 무승부를 거두며 일정부분 선방했지만 알제리전에서는 전반전 단 한 차례도 슈팅을 기록하지 못할 만큼 열세를 보였고, 16강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이 걸려있던 벨기에전에서는 후반전을 수적 우세 속에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득점 대신 실점을 허용하며 승리를 내줬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1998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당시 벨기에를 상대로 한 이임생의 붕대 투혼, 유상철의 동점골과 같은 특급 투혼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네덜란드전 5 대 0의 충격이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로 바뀌면서 대표팀을 향한 기대치는 점점 높아만 갔고, 원정 첫 8강 진출을 노린다던 브라질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돌아오자 일부 팬들이 공항에서 대표팀을 향해 엿 세례를 퍼부은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도 벌어졌습니다. 귀국 후 잇딴 구설수에 오르내린 홍명보 감독은 결국 감독직을 사퇴하기에 이르렀고, 이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축구협회는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됐습니다. 모든 축구선수들의 꿈의 무대, 64년 만에 다시 브라질에서 열린 전 세계인의 축제가 우리에게는 잔인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실패했다고 해서 언제까지 낙담하고 주저앉아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두 달 후로 다가온 인천아시안게임과 내년에 열릴 2015 아시안컵, 그리고 다시 4년 후 열릴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지금의 아픔을 발판삼아 이제 새로운 한국 축구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브라질은 눈물의 땅이었지만 우리는 그 곳에서 손흥민, 김승규와 같은 청년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반짝이는 순간들을 목격했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체득한 뼈아픈 경험은 분명 한국 축구의 자양분이 될 것이고, 되어야만 합니다. 비록 현재의 결과는 실망스럽지만 앞으로 이들을 통해 또 하나의 희망을 기대해보는 이유입니다. 축제가 끝나고 '결과'와 '책임'만이 남은 2014 브라질 월드컵, 4년 후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을 떠올리고 '기뻐할 자격'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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