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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이 축구를 못하는 이유 "헉! 한국 얘기네"

[월드리포트] 중국이 축구를 못하는 이유 "헉! 한국 얘기네"
중국에서 월드컵의 열기는 세계 그 어느 곳보다 뜨겁습니다. 우리나라는 비교도 안 됩니다. 이미 여러 번 전했습니다. 그런데 열기가 뜨거운 만큼 중국인들의 마음은 더욱 헛헛합니다. 내 잔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방관자일 뿐입니다. 그것도 2002년 한국과 일본이 자동출전하면서 어부지리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한 단 한 번 외에는 줄곧 그랬습니다.

중국의 언론들은 자국 대표팀을 곧잘 조롱합니다. 너무나 뜨거운 사랑을 쏟았지만 끊임없이 배신을 당한데 대한 아픔을 감출 수 없어서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중국 대표팀을 '特能輸(터넝수)'라고 부릅니다. 중국어로 '輸(수)'는 '경기에 지다'라는 뜻입니다. 즉 '지는데 특별한 능력을 갖춘 팀'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자국 팀의 패배에 반복적으로 실망했으면 그런 별명까지 붙였을까, 제 가슴이 다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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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성장해 세계 양강에 오른 중국이, 모든 스포츠 가운데 가장 사랑하는 축구에서, 철저하게 자존심을 구기고 있습니다. 세계 1류 팀과 비교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고 심지어 아시아에서조차 동네북 신세입니다.

지금까지 중국인이 작심하고 달려들어 해내지 못한 일이 없었습니다. 만리장성과 같은 어이없는 건축물을 중국은 2천년도 더 전에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축구의 경우 몇 십 년 동안 막대한 돈과 정력을 투자했지만 말짱 헛일이었습니다. 중국인들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입니다.

중국의 축구 전문가들은 이제까지 수많은 충고를 내놨습니다. 수없이 총체적인 환골탈태를 요구했습니다. 완전한 '새 출발'을 바랐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희망 없는 노력에 이제 지쳐갑니다.

며칠 전 중국의 대표적 언론 매체인 신화통신이 이에 대한 평론을 내놨습니다. '중국 축구에 대한 3대 질문'이라는 제목입니다. 중국이 축구를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세 가지 질문으로 정리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다가 '허걱' 했습니다. 한국 축구에 적용해도 딱 들어맞기 때문입니다. 아니, 오히려 중국보다 한국 축구에 더 완벽하게 적용됩니다.
같이 한 번 분석해볼까요?

1. 중국에는 왜 메시가 없을까?

이번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대표 팀의 메시 선수는 경기를 지배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플레이가 '지구인의 한계를 벗어났다'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인은 그래서 한탄합니다. "왜 신은 중국에 메시를 선물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중국의 축구 전문가들은 이렇게 반박합니다. "메시는 중국에도 있다. 다만 쓰레기통에 있을 뿐이다." 13억에 달하는 중국인 가운데 메시와 같이 천부적인 축구 재능을 타고 난 어린이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명문 축구클럽인 아스널은 연구 결과 메시 급의 세계적 스타 플레이어 자질을 타고 나는 사람이 20만 명 가운데 1명꼴이라고 추산했습니다. 중국의 경우 그렇다면 1천 명의 메시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들 1천 명이 축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영원히 '흙속의 진주'로 썩어가고 있다고 중국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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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진국의 경우 축구의 재능을 타고 나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자질을 발휘할 수많은 기회를 얻습니다. 동네 축구 클럽일 수도 있고 학교 축구팀을 통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또 그런 축구 신동들이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잘 훈련받고 육성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이런 토대 자체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습니다. 또 어렵게 재능을 가진 어린이를 발견해도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훈련 속에 천재성과 창조성을 사장하고 훼손합니다. 그냥 말 잘 듣는 '좀 잘하는 선수'로 만들어버립니다.

어떻습니까? 위 문장의 모든 주어를 한국으로 바꿔도 전혀 틀림이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한국은 요즘 한 술을 더 뜹니다. 한 명의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들어갑니다. 학교 감독과 축구팀에 '지원금'을 줘야 합니다. 상급 학교에 진학할 때마다 이런저런 돈이 필요합니다. 심지어 성적을 올리기 위해 심판을 매수했다가 처벌을 받는 사건까지 발생합니다.

이를 감당할 만한 재력이 없으면 자녀를 축구 선수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사치일 뿐입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우리나라의 메시에게 축구 선수의 꿈은 언감생심입니다.

2. 축구를 사랑하는 것일까, 성적을 사랑하는 것일까?

브라질이나 이탈리아,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 이른바 축구 왕국들은 입보다 발로 더 축구를 사랑합니다. 축구 경기를 보며 떠들기보다 실제 자신이 축구를 하는 것을 더 즐긴다는 뜻입니다.
반면 중국은 인구에 비해 등록 선수나 축구를 직접 즐기는 사람은 매우 적고 대신 선수들의 기술과 감독들의 전략을 찧고 까부는 사람들은 너무 많다고 중국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런 기형적인 현상은 중국의 축구 관련 정책 입안자들이 축구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습니다. 대신 축구 성적을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중국에서 축구가 제대로 발전하고 더 많은 사람이 실제 즐기도록 하기 위한 방안은 정책권자의 안중에 없습니다.

그저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단기 속성 정책 밖에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모든 축구 관련 정책이 사상누각이라고 전문가들은 한탄합니다. 금메달을 많이 따기 위해 엘리트 체육에만 몰입하는 정책이 축구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단언합니다.

역시 우리나라 사정과 똑같죠? 게다가 우리의 사정은 이보다 더 열악합니다. 중국은 그나마 자국 리그를 좋아하고 즐깁니다. 평소에도 축구 경기장은 관중으로 만원을 이룹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K리그의 관중석은 거의 항상 텅 비어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축구에 열광하는 것은 딱 4년에 한 번 뿐입니다. 월드컵이 시작되면 전국이 떠나가도록 축구에 열광하다가 우리나라 팀이 탈락하는 순간 신기루처럼 축구에 대한 관심은 사라집니다.
이렇게 드물게 일어나는 축구 사랑을 토대로 우리나라 축구가 그나마 아시아에서 통하는 것이 오히려 용하다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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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중국의 미래에 남자 축구가 존재할까?

중국의 전문가들은 나아가 미래 중국에 남자 축구가 아예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지나친 엄살일까요?

중국의 보건 당국이 조사한 결과 지난 30년 동안 중국 어린이들의 체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잘 먹고, 더 위생적인 환경에서 사는데도 불구하고 몸은 허약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체육 활동의 양과 질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어린이들도 최근 운동에 담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TV를 보고, 게임을 하느라 친구들과 함께 뛰어노는 삶을 잃어버렸습니다. 공부에 매진하다보니 체육은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친구들과 하루 종일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고, 방과 후에는 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쫓아 달리는 모습은 이제 점점 찾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어린이들의 체력과 건강은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렸을 때 운동에 대한 습관과 기호를 얻지 못하니 커서는 더더욱 운동을 등한히 하게 됩니다. 축구 선수는커녕 제대로 달릴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중국은 걱정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거의 마찬가지 상황이죠. 집중수업제라면서 체육 시간을 고교 1학년에 몰아놓고 나머지 2년은 운동의 '운'자도 생각하지 않고 사는 것이 우리네 청년들의 현실입니다. 운동은 체육 관련 학과에 갈 학생들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네 부모들의 인식입니다. 체육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운동은 운동 취급도 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입니다.

우리 월드컵 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고 많은 축구팬들이 실망했습니다. 그중 일부는 돌아오는 대표 팀에 엿을 던질 만큼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이런 태도는 지나치게 야속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대표 팀은 중국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 월드컵 본선에는 진출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중국처럼 월드컵을 남의 잔치처럼 구경한 것은 아니니까요. 적어도 3경기는 가슴 뜨겁게 응원할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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