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성범죄를 저지르고 본국으로 도피한 말레이시아 외교관을 놓고 뉴질랜드와 말레이시아 외교 갈등이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뉴질랜드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웰링턴 주재 말레이시아 무관 보좌관 무하메드 리잘만 빈 이스마일(38)의 도피 과정에 대해 양국 정부가 각기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20대 여성에 대한 성폭행과 절도 혐의 등은 이스마일이 외교관 면책특권을 이용해 본국으로 도피했다며, 말레이시아 정부가 면책특권을 해제해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오히려 뉴질랜드가 도피를 허용했다고 상반된 주장을 내놓았다.
머리 매컬리 뉴질랜드 외교장관은 1일 웰링턴 주재 말레이시아 고등판무관실에 근무한 이스마일이 5월 초 성범죄를 저지르고 외교관 면책특권을 이용해 도피했다며, 말레이시아가 그에 대해 적절한 처벌을 하지 않으면 양국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존 키 총리도 이런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외교관 면책특권 때문에 뉴질랜드로서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니파 아만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의 설명은 이와 정반대다.
아니파 장관은 이날 현지 언론에 말레이시아가 면책특권을 해제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는데도 뉴질랜드가 오히려 면책특권을 제의해 도피를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아이나 장관은 이스마일이 5월 9일 범행 직후 체포돼 이튿날 성폭행과 절도 혐의를 받고 같은 달 22일 가족과 함께 귀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말레이시아가 먼저 외교관 면책특권 해제할 뜻이 있었으나, 뉴질랜드의 제의를 받아들여 이스마일에게 면책특권을 이용해 본국으로 돌아오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뉴질랜드 외교부는 사건 직후 문서까지 공개하며 말레이시아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외교부가 5월 10일 웰링턴주재 말레이시아 고등판무관실에 발송한 것으로 돼 있는 문서에는 이스마일이 혐의를 받는 범죄의 성격상 형사처벌이 공익에 맞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뉴질랜드 경찰의 의견이 포함됐다.
외교부는 특히 이 문서에서 경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말레이시아 당국이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이 제공하는 외교관 면책특권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고등판무관실은 답변 문서에서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스마일에 대한 면책특권을 해제하지 않고 조만간 그를 본국으로 소환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고등판무관실은 이스마일에 대한 혐의를 취하하고 이 사건에 대한 모든 문서를 비공개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처럼 양국 정부의 설명이 완전히 정반대인 것으로 드러나자 매컬리 장관은 이날 밤 아니파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오류가 생긴 부분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컬리 장관은 복잡한 사안을 놓고 비공식적인 연락을 주고받다 오해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스마일에 대한 형사 처벌 문제에 대해서는 본국에서 적절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양국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뉴질랜드 생각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거두어들이지 않고 있다.
그는 여전히 뉴질랜드가 이스마일을 인도받아 처벌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측은 현재 국방부에서 조사하고 있다며 혐의가 인정되면 단호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오클랜드=연합뉴스)
뉴질랜드·말레이, '성범죄' 외교관 놓고 갈등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