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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中 상상초월 월드컵 열기에 황당 사건

[월드리포트] 中 상상초월 월드컵 열기에 황당 사건
앞서 월드리포트를 통해 전해드렸습니다만, 중국의 월드컵 열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거리를 붉게 물들이고 응원의 함성이 지축을 흔드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 광고 카피처럼 보이지 않게 강합니다.

요즘 중국 젊은이의 상당수는 매일 밤을 하얗게 지새웁니다. 월드컵 관련 화제 외에는 말할 거리가 없습니다. 뉴스를 비롯한 각종 TV 프로그램은 주로 월드컵과 관련된 소식을 다룹니다. 자국 팀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나라 맞나 싶습니다. 아니 어쩌면 더 순수하고 본질적으로 월드컵을 즐기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미쳐 지내다보니 월드컵과 관련된 황당무계한 사건도 빈발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이없었던 2건을 소개합니다.


월드컵에 빠져 도둑이 눈앞에서 왔다갔다 해도…

지난 21일 낮, 무대는 후난성 룽후이현 타오홍진의 장모 씨 집입니다. 당시 장 씨는 거실에서 TV로 월드컵 경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장 씨의 아내 양모 씨는 안방을 치우고 있었고 딸은 서재에서 쉬는 중이었습니다. 한낮인데다 식구들이 다 있었던 만큼 현관문은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장 선생은 월드컵 중계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가 아니어서 크게 흥분한 것도 아닌데도 정신은 온전히 TV에 빼앗겨 있었습니다.

양 여사가 마루를 걸레질 하려고 거실에 나왔다가 자신의 지갑에 누군가 손을 댄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급히 지갑을 살펴보니 은행 직불 카드 등은 그대로인데 현금 6천 위안, 우리 돈 약100만원이 없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장 선생이 자신을 놀리기 위해 돈을 숨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장 선생의 옷 호주머니를 뒤졌습니다. 돈을 찾지 못하자 장 선생더러 일어나라고 하고 소파 방석과 등받이 안쪽을 뒤졌습니다. 역시 돈은 없었습니다.

장 선생은 아내의 하는 양을 지켜보다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왜? 다 늙어서 남편하고 로맨스라도 즐기고 싶어 그러세요? 하지만 내 월드컵 시청을 막을 수 없을 걸?"  

양 여사는 정색하고 따졌습니다. "내 돈 어디 숨겼어요? 빨리 내놓으세요." 장 선생도 안색이 변했습니다. "무슨 돈? 무슨 소리지?"

양 여사의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제 지갑에서 6천 위안 가져갔잖아요. 다른 건 다 있는데 현금만 없어졌어요. 당신 짓이죠?"

그 순간 불현듯 한 장면이 장 선생의 무의식으로부터 뇌리에 떠올랐습니다. "방금 한 청년이 거실에 들어와서 인사도 하지 않고 어디 머물지도 않고 잠시 뭔가를 찾더니 나갔는데…."

장 선생은 월드컵 중계에 푹 빠져 대담한 도둑이 눈앞에서 지갑을 뒤져 돈을 훔쳐 가는데도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후 경찰 수사에서 나온 이웃의 증언은 더욱 황당했습니다. "한 이틀 전부터 웬 청년이 우리 공동 주거지에서 왔다갔다 하더라고요. 집마다 방마다 돌아다니길래 우리들은 어느 집에 친척이 왔나보다 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죠. 사건 당일 그 젊은이가 장 선생 집에 들어가는 것을 봤습니다. 하지만 저도 월드컵 경기 보느라 정신이 빠져서 바로 신경 껐죠."

아파트 전체가 월드컵 열기에 젖어 도둑이 버젓이 집마다 돌아다니며 금품을 훔치는데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정도면 집단 광기라 하겠습니다.

월드컵 열기 이용해 음탕한 짓 하다 덜미를 딱…  

저장성 닝보시의 아준(가명)씨는 올해 나이 30살에 동갑인 샤오메이와 결혼해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을 뒀습니다. 아준 씨는 자타공인 축구 광팬입니다. 월드컵 시즌이 되면 삶이 축구 모드로 바뀝니다.

이번 월드컵도 한 달 전부터 응원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월차를 차곡차곡 모았습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경기를 하는 날에 미리 휴가를 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 맥주와 안주도 주문했습니다. 자신은 물론 아들 것까지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도 구했습니다. 부전자전 축구 광팬 컨셉을 연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경기가 있는 날에 맞춰 집 근처 호텔 방도 예약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찐하게 응원하겠다는 이유였습니다. 밤샘 응원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습니다.

아준 씨의 아내 샤오메이는 남편의 이 모든 짓을 아무 말 없이 용납했습니다. 4년에 한 번 있는 월드컵인 만큼 그 정도 일탈은 눈 감기로 했습니다.

더군다나 남편이 집에서 새벽에 월드컵 경기를 보면 자신은 물론 아이도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차라리 호텔 방에서 맘껏 응원하는 게 더 낫다고 여겼습니다.

문제의 그날, 아준 씨는 저녁을 먹은 뒤 맥주와 안주를 챙겨들고 예약한 호텔로 향했습니다. 아주 신이 난 남편 얼굴을 보며 샤오메이는 편안하게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점심 무렵 샤오메이는 사촌 동생과 함께 남편이 묵은 호텔로 갔습니다. 호텔 아래에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준은 역시나 잠이 덜 깨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샤오메이는 남편을 재촉했습니다. "빨리 일어나. 집에 돌아가야지. 근처에서 점심이나 함께 먹읍시다." 아준은 밤샘 응원에 피곤했는지 가까스로 알았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준은 그러고도 30분이나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샤오메이는 근처 식당에 자리를 잡으려고 가고 사촌 여동생은 아준이 제대로 체크아웃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호텔 로비로 향했습니다. 이윽고 아준과 사촌 여동생이 식당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사촌 여동생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고 남편은 표정이 일그러졌습니다.

샤오메이는 이상했습니다. 남편이 응원하는 브라질 팀이 이겼는데 남편의 기분이 나쁜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남편이 직장으로 떠난 뒤 사촌 여동생은 한참 주저하다가 자신이 로비에서 본 광경을 털어놨습니다.

"호텔 계산대에서 형부에게 인사하려고 다가갔어요. 형부는 당시 막 계산을 끝마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서려는 형부를 호텔 직원이 부르더라고요. 방에 비치된 콘돔을 쓰셨으니까 15위안, 약 2천5백 원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 순간 형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형부는 돈을 던지듯 호텔 직원에게 주고 급히 나왔습니다. 사정을 물어볼 수도 없고…. 망설이다가 언니에게 말해야 한다고 결심했습니다."

샤오메이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남편이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호텔에 간다고 해도, 밤샘 야근을 한다고 해도 아무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상황이 의심스러웠습니다. 도저히 더 이상 남편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로 법원에 이혼 신청서를 냈습니다.

아준은 집에 와서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샤오메이 앞에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습니다. 자신이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 샤오메이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결국 샤오메이의 친정어머니까지 나섰습니다. 아준의 행위는 괘씸하고 용서할 수 없지만 어린 아들을 생각하라고 샤오메이를 설득했습니다. 친정어머니의 만류에 샤오메이는 결국 마음을 돌렸습니다.

이밖에도 많습니다. 한 박사급 연구원은 월드컵을 보느라 며칠을 밤새다가 일시적인 정신착란 증세에 빠져 4층 자신의 집에서 밑으로 뛰어내렸습니다. 목숨을 건진 것이 다행입니다. 얼마전에는 월드컵 경기 결과를 놓고 거액의 도박을 하던 인터넷 업체가 검거됐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월드컵을 즐기는 열기가 도를 지나쳤다고 봐야 하겠죠.

갈수록 무감동, 무관심, 무의미에 빠지는 우리 사회는 그렇기 때문에 열광할 수 있는 뭔가를 더욱 간절히 찾고 있나봅니다. 그래서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에 이렇게 빠져드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월드컵도 삶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그저 잠시의 일탈, 오락입니다. 우리 삶을 걸어야 할 가치를 가진 대상은 아닙니다. 잔치가 끝나 갑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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