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와 하역업체, 항운노조, 해운조합이 서로 짜고 조직적으로 세월호 화물 적재량을 조작한 사실이 검찰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항운노조 일부 관계자들과 시민단체 등이 그동안 제기해 온 관련 업계의 비리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화물 적재량 조작으로 노동자들이 정당한 일을 하고도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부분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4년간 222차례 화물 적재량 조작·과적 밝혀내 제주지검은 세월호 화물 적재량 조작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청해진해운과 제주항운노조, 한국해운조합 제주지부, 하역업체 관계자 등 15명을 과적 등 선박 안전상태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채 허위로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세월호와 오하마나호에 222차례에 걸쳐 적재한도보다 적게는 1.5배, 많게는 2.5배까지 화물을 과적 운항했고 해운조합과 제주항운노조, 하역업체가 조직적으로 출항전안전점검보고서와 하불목록 등 관련 서류에 화물적재량을 축소기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실제 축소 적재량을 확인하기 위해 중량 확인이 가능한 삼다수 등의 실제 선적량을 토대로 화물 과적량의 최소치를 추정했다.
확인되지 않은 축소분까지 포함하면 실제 과적 횟수와 정도가 훨씬 많을 것으로 봤다.
화물량을 축소 기재하는 데는 화물 종류에 상관없이 용적(부피)톤수를 일괄적으로 적용해 하불목록에 기록하는 속칭 '차떼기' 방식이 적용됐다는 사실도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화물 적재량 조작 관행은 항만노무독점공급권을 갖고 있는 제주항운노조와 하역업체 간 사전협의를 통한 암묵적 합의로 지속됐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제주화물노조 관계자와 시민단체 등이 오랫동안 문제를 제기해왔던 제주항운노조와 하역업체 간의 비리도 밝혀냈다.
제주항운노조 위원장인 전모(57)씨가 자신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IT 기업의 운영자금과 주식구입자금 조달을 위해 제주항만물류협회장이자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은 모 하역업체 대표 김모(61)씨로부터 수년간 지속적으로 13억3천만원 상당을 무담보·무이자로 빌려 사용한 것이다.
이러한 하역회사 대표와 항운노조위원장의 유착관계는 이번 과적 관행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화물량 축소 조작 노동자 피해는 외면 검찰은 제주항운노조와 하역업체의 오랜 유착관계를 밝혀냈으나 화물 적재량 축소 조작에 따른 하역 근로자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아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하역업체는 노임하불표에 화물량을 축소기재하는 방법으로 오랜 기간 하역임금 지출을 줄여 많은 이득을 보고, 근로자들은 실제 일한 것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금전적 손해를 봤음에도 이 부분은 바로잡히지 않았다.
노임하불표는 화물량 하역에 따른 노임을 기록한 것이다.
검찰은 제주항운노조 위원장 전씨가 하역업체 대표 김씨로부터 화물 물량을 줄여 하역임금을 깎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지난 2009년 6월 3일부터 2011년 2월 22일까지 화물 적재량 축소를 눈감아 준 데 대한 뒷돈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도 단순 배임수재·증재 혐의만 적용했다.
하역회사 대표와 항운노조위원장의 유착관계로 제주항운노조 노동자들이 피해를 본 만큼 업무상 배임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 수 있었지만 검찰은 이 부분에 칼을 대지 않았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항운노조 위원장이 뒷돈을 받고 근로자들이 실제 일한 양보다 적게 수당을 받는 등 불이익이 생긴 부분을 간과한 것이다.
좌광일 제주 경실련 사무처장은 "이번 사건은 세월호 과적도 있지만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사건이기도 하다"며 "노동자들이 땀흘려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면 검찰이 수사를 통해 정확히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세월호 과적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해 추가 수사를 아직 진행하지 못했다.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검토를 통해 추가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연합뉴스)
검찰, 세월호 화물적재량 조작 의혹 수사 공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