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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뜨거워지는 안락사 논쟁…판결 엇갈려

유럽 법원이 최근 안락사 문제에 대해 엇갈리는 판결을 내리면서 안락사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유럽 주요국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안락사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가톨릭 등 종교 단체는 생명의 존엄성을 해친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 "안락사 불허" vs 프랑스 "말기 환자 안락사한 의사 무죄" 26일 르피가로 등 프랑스와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영국 대법원과 유럽인권재판소, 프랑스 지방법원이 안락사와 관련해 각각 다른 판결을 했다.

영국 대법원은 합법적인 안락사를 허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으며 유럽인권재판소는 안락사 결정을 미뤘고 프랑스 지방법원은 말기 환자를 안락사한 의사를 무죄 석방했다.

영국 대법원은 전날 전신마비와 싸우며 안락사 소송을 벌이다 사망한 토니 니클린슨의 유족과 전신마비 환자 폴 램 등이 말기 환자의 존엄성을 위해 죽을 권리를 인정해 달라는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안락사 허용은 법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도덕적 판단의 문제라며 이같이 판결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전날 식물인간 상태인 30대 프랑스 남성의 부모가 연명 치료를 지속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구를 받아들여 프랑스에 치료를 중단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프랑스 최고 행정재판소인 국사원은 24일 오토바이 사고로 뇌에 손상을 입고 6년간 식물인간 상태인 뱅상 랑베르의 연명 치료 중단을 허용한다고 판결했다.

랑베르의 의료진과 그의 부인은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음식과 물 제공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랑베르 부모와 다른 가족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프랑스 서남부 도시인 포의 지방법원은 전날 불치병 환자 7명에게 약물을 주입해 숨지게 한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의사는 말기 환자들의 고통을 끝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망한 환자 가족들도 의사에게 유리하게 증언했다.

◇가톨릭 등 종교단체 안락사 반대…각국은 허용 분위기 유럽 각국 재판소에서 이처럼 다른 판결이 나온 이유는 의료진이 저지르는 살인과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법적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안락사가 합법화돼 시행 중이다.

네덜란드가 지난 2001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했으며 2002년 벨기에, 2009년 룩셈부르크가 이에 동참했다.

미국에서는 오리건 주가 1997년부터 허용했다.

스위스에서는 직접 안락사를 시키는 것은 여전히 불법이지만 안락사를 돕는, 이른바 '조력자살'은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안락사는 불법이지만 2005년부터 치료할 수 없는 말기 환자에 한해 본인의 의지에 따라 치료를 중단할 권리는 부여하고 있다.

다만,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처럼 본인의 의지를 밝힐 수 없는 경우나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을 권리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안락사 허용을 두고 특히 종교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012년 대선 공약으로 안락사 허용을 내걸었으나 가톨릭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유럽 각국에서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론 조사결과 프랑스인의 56∼92%는 치료할 수 없는 말기 환자가 의료지원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영국 대법원도 합법적인 안락사를 허용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도 안락사를 전면 금지한 현행법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영국 의회에서 이 관련법 개정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지만, 논의가 지연되면 불가피하게 법원이 나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인권재판소도 랑베르 부모의 요청을 받아들여 연명 치료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고 했을 뿐 프랑스 재판소 판결의 합법성을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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