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침 초기 실전경험 부족에서 비롯된 비능률적 전쟁을 수행했다는 지적이 담긴 구소련정부 비밀문건이 확인됐습니다.
이 문건에 따르면 당시 북한주재 소련대사였던 테렌티 슈티코프(전 북한 주둔 소련군 총사령관)는 한국전쟁 발발 이틀째인 1950년 6월 26일 스탈린 보고라인이던 군장교 마트베이 자하로프를 수신인으로 타전한 전보문에서 이같은 사실을 전했습니다.
'1950년 6월 26일 남한 전투 상황에 대한 1급 기밀 보고서'라는 제목이 달린 이 영역본 문건에서 슈티코프는 북한이 남침 10여 일 전부터 인민군 병력을 38선 인근에 재배치하고 24일 자정을 기해 공격 준비를 완료하고도 막상 38선을 넘은 후 참모부와 야전부대간 통신두절, 사령관들의 지휘력 결핍 등으로 작전 수행에 애를 먹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문건은 시카고에 사는 민간 사학자 유광언(72)씨가 워싱턴DC에 기반을 둔 '우드로 윌슨센터' 디지털 기록보관소에서 찾아낸 것입니다.
유씨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 전력이 남한보다 월등했던 것으로 생각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준비를 철저히 했더라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전쟁이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슈티코프는 "북한이 25일 새벽 4시40분 군사작전을 개시, 남한을 기습했다"며 지역별 전투 진행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서술했습니다.
이어 개전 후 이틀에 걸쳐 드러난 남·북한 군의 문제점과 정부·민간의 반응 등을 나열했습니다.
슈티코프는 우선 북한에 대해 "군사행동 시작 때부터 통신수단을 잃어 상하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인민군 참모부는 첫날부터 야전부대 전투를 직접 지휘하지 못했고 야전 지휘관들은 상부 승인없이 장교를 교체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인민군 사령부는 전투 경험이 없다. 소련 군사고문단이 38선 이남으로 동행하지 못하게 되자 이들은 전투 명령을 조직화하지 못했고 대포·탱크 사용도 능숙하지 않았으며 교신마저 불가능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씨는 당시 스탈린이 슈티코프 대사에게 보낸 전보문을 인용 "스탈린은 소련군이 남한에서 포로가 될 경우 미국 참전의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을 우려, 소련 군사고문관들을 남침 병력에서 제외시켰다"며 "당시 인민군 장비는 주로 소련제였는데 이들이 빠지면서 탱크·대포·통신장비 작동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슈티코프는 "그럼에도 소련 군사고문관들은 '개전 초 인민군이 열의에 차 있었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려는 의욕을 보였다'고 평가했다"며 "북한 민심도 전쟁 시작과 관련 대체로 열의를 보였다.
북한 정부에 대한 신뢰, 인민군 승리 확신 등에 기인한다"고 전했습니다.
이 문건 앞부분에는 북한 민족보위성(현 인민무력부)이 병사들에게 "남한이 38선 규정을 위반하고 무력도발을 해 북한 정부가 반격 명령을 내렸다"고 공표, 전투의욕을 고무한 사실이 기록돼 있습니다.
이어 슈티코프는 김일성이 6월 26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국가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통일성취를 다짐했다며 "인민군 지휘부는 통신 개선과 전투명령 조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슈티코프는 남한에 대해 "한국군은 인민군에 저항하면서 후퇴하고 있다"며 "남한 정부는 후방 예비병력을 전투에 투입시켜 인민군 진격을 막으려 노력 중"이라고 보고했습니다.
그는 "남한정부 당국자와 주한 미국대사는 라디오 담화를 통해 주민들에게 동요치 말 것을 당부했다"면서 "이들은 '국군이 성공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거짓 방송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유씨는 "전쟁 초기 국군의 방어선이 일제히 무너진 주원인은 북한이 탱크를 앞세워 남침했기 때문"이라며 "국군은 탱크만 나타나면 공황상태에 빠져 전의를 잃고 퇴각을 거듭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주한미국대사관 1등 서기관이던 해롤드 조이스 노블 박사는 저서 '전시 대사관'(Embassy At War)을 통해 당시 주한미군고문단장 윌리엄 로버츠 준장이 "한국은 산과 논이 많은 지형 특성상 탱크 운영이 어렵다.
북한은 남침에 탱크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 국군은 탱크전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구소련, 한국전쟁 초기 북 비능률적 전쟁 수행 판단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