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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온 마을이 대마초…10년 만에 공권력 투입

'마약 천국' 알바니아의 대마초 마을 단속기

[취재파일]온 마을이 대마초…10년 만에 공권력 투입
지난 월요일 새벽.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따라 붉은 지붕을 얹은 집들이 빼곡히 들어앉은 한 마을 앞에 800여 명의 경찰 특공대가 나타났습니다. 방탄조끼에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들,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을 전부 차단한 채 오고 가는 사람들을 샅샅이 뒤집니다.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되는가 싶더니 잠시 뒤, 일이 벌어집니다. 한적한 시골로만 보였던 마을에서 경찰이 있는 쪽으로 박격포와 중기관총을 쏘아대기 시작한 겁니다. 물러설 리 없는 경찰도 총을 쏘아대면서 이 마을은 총성에 휩싸였습니다.

마을의 정체는 무엇일까. 마을의 이름은 Lazarat, 알바니아 남부에 있는 대마초 소굴입니다. 이 마을에서 생산하는 대마초는 지난해에만 900톤, 가격으로 따지면 61억 달러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입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6조가 넘는 거죠. 알바니아 경제 규모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보면 이해가 조금 더 쉽습니다. 실업률 25%, 최저빈곤층도 25%를 기록하고 있는 알바니아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2012년 기준 GDP가 128억 달러인데 이 작은 마을에서 생산하는 대마초가 61억 달러어치라고 하니 실로 대단한 지경입니다.

대마초 생산에는 ‘가테 마흐무타’가 두목 노릇하는 마약 밀매 범죄단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경찰 특공대가 마을을 급습했을 때 격렬하게 저항하는 사람들의 중심에 이 범죄단이 있는 겁니다. 교전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범죄단은 마을 골목마다 바리케이드를 쳐서 경찰 특공대의 진입을 저지합니다. 자동차에 불을 지르기도 합니다. 경찰이 들어와 증거를 잡을 것을 우려해 대마초 밭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마을은 대마초 타는 연기로 가득한 상황입니다.

현지 언론은 이 마을을 ‘금단의 지역’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10년간 공무원들이 한 번도 다녀가지 않은 사실상 포기한 지역입니다. “마약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마을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우리의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겠다.” 알바니아 총리가 한 말입니다. 통제 불능 상태로 여겨졌던 마약 문제에 대해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마초2


외교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먼저 알바니아는 과거부터 유럽의 마약 거래국가였습니다. 동남아의 마약 삼각지대처럼 알바니아와 그리스, 마케도니아 접경 지역 위주에서 마약이 재배되고 활발한 거래가 이어져 온 거죠. 마약거래로 생기는 엄청난 불법 자금은 밀매단 주머니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정치자금으로 쓰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새로 집권한 사회당 정부가 마약 집단고의 연결 고리가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마약으로 버는 음성적인 돈이 전 정부 세력, 즉 야당에 흘러가는 돈줄을 차단함으로써 정치적인 발판을 다지려는 목표가 생긴 겁니다.

EU가입이라는 간절한 소망도 강력한 마약 단속의 동기가 됐습니다. 동유럽 국가 가운데 먼저 EU 에 가입한 나라들은 (실제로 나라가 발전했는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명목 소득이 많게는 4-5배 뛰었습니다. 같은 동유럽 국가인데다 나라 경제가 어려운 알바니아 입장에서 EU가입이 또 다른 마약처럼 간절해진 겁니다. 하지만 EU에서는 정치 민주화와 법에 의한 통제를 가입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마약 천국이라는 이미지는 EU가입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정부 입장에서는 발 벗고 단속에 나설 충분한 동기인 셈입니다.

일단 알바니아 총리가 강하고 지속적인 단속을 하겠다고 했으니 우리는 지켜봐야할 일입니다. 하지만 전 정부가 돈을 다 쓰는 바람에 안 그래도 가난한 나라의 재정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 마약 밀매단과 뒷거래를 통해 돈을 뜯어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합니다. 앞에서는 단속하고 뒤에서는 돈을 받아내는 식으로 말이죠. 이래저래 마약은 정말 끊기가 어렵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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