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푸른 하늘 보기가 참 쉽지 않다. 난방을 많이 하는 겨울철보다는 조금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름 하늘도 뿌옇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기상청 관측으로 지난 19일 서울의 미세먼지 최고농도는 세제곱미터당 113마이크로그램까지 올라갔다. 지난 18일은 최고 129, 17일은 137㎍/㎥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에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연평균보다 먼지농도가 최고 3배정도 높아진 것이다. 안개가 자주 끼고 먼지를 씻어내는 장맛비가 늦어지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일 것이다.
뿌연 하늘은 당연히 들어오는 햇빛을 차단한다. 하늘이 맑을 때보다 적은 양의 햇빛이 지상에 도달한다. 광합성을 하는 식물은 당장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생장에 영향받을 수 있고 수확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기후도 변할 수 있다. 오랫동안 뿌연 하늘이 덮고 있으면 들어오는 햇빛이 줄어들어 지상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립기상연구소 연구팀이 지난 19일부터 열린 한국기후변화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1980년대부터 급증한 동아시아지역의 에어로졸로 인해 남동중국부터 한반도 북쪽지역까지 지상 기온이 떨어진다는 것을 모형(model)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했다①. 특히 연구팀은 지상 기온의 하락은 대륙과 해양의 기압경도력을 감소시켜 남동중국 대륙으로 들어가는 하층 수증기량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이 지역의 상승기류를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여름 몬순(장마)을 약화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핵겨울(Nuclear winter)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냉전시대 말기인 1980년대다. 1970년대부터 핵폭발이 지구 대기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논의되기는 했지만 논의 결과가 공식 논문으로 처음 발표된 것은 1982년이다. 오존층 파괴 메커니즘 연구로 199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네덜란드 대기 화학자 파울 크루첸(Paul J. Crutzen)과 동료인 존 버크(John Birks) 박사는 핵전쟁이 지구 대기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계산해 스웨덴 왕립과학원 저널에 발표했다②.
핵겨울이라는 말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은 1년 뒤인 1983년이다. 코스모스(Cosmos) 작가로 유명한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Carl Sagan)을 비롯한 5명의 학자가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핵겨울, 핵폭발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 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부터다③.
연구팀은 화산 폭발 영향을 연구하던 1차원 모형(model)을 이용해 핵전쟁이 지구 대기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 했다. 연구 결과는 무시무시하다. 핵폭발로 발생하는 미세한 먼지와 화재로 인한 연기가 1~2주 안에 전 지구를 뒤덮고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햇빛이 차단되고 지표 온도는 섭씨 영하 15도에서 영하 25도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여름에도 수개월동안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특히 핵폭발로 발생한 에어로졸은 대류권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성층권에까지 올라가 오존층을 파괴해 건강에 해로운 자외선이 그대로 지상으로 쏟아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논문은 주장했다.
논문에 여러 가지 불확실한 점이나 한계가 있고 과장된 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햇빛이 차단된 지구, 영하 20도 안팎까지 떨어지는 기온, 마구 쏟아지는 자외선, 논문은 지구가 이 같은 상황에 장기간 노출된다면 인류뿐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물에 막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월 25일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중국농업대학교(China Agricultural University) 허동시엔(He Dongxian;賀冬仙) 부교수의 말을 인용해 “지금과 같은 스모그가 지속된다면 중국은 핵겨울(Nuclear winter)과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④. 허 교수가 핵겨울과 비슷한 상황을 ‘스모그 겨울(Smog winter)’이라고 부르지는 않았지만 지금과 같은 스모그를 방치할 경우 핵겨울과 비슷한 상황 일명 ‘스모그 겨울’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허동시엔 교수는 고추와 토마토 씨를 뿌려 기르는 실험을 했다. 보통 고추와 토마토는 실험실에서 인공 광을 쪼일 경우 20일 정도면 씨가 모종으로 자라는데 베이징 창핑(昌平)구의 비닐하우스에서는 싹을 틔우는 데만 2달이 넘게 걸렸다. 허 교수는 비닐하우스 표면에 달라붙은 오염물질 막이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햇빛을 절반이나 차단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작물이 광합성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발아가 늦고 발아가 된 작물도 약하기 그지없어 수확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중국의 식량 공급은 충격적인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허 교수는 경고했다.
물론 실험실에서 만든 인공 광은 자연 광하고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허 교수 연구가 스모그가 광합성에 미친 영향을 정확하게 측정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현지 농장 관계자들은 스모그로 인해서 작물 성장이 실제로 다른 때보다 훨씬 느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작물의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서 농민들이 작물의 성장을 자극하기 위해 사용하는 식물 호르몬 사용량이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중국발 스모그는 단순히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약 40% 정도는 중국발 미세먼지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스모그다. 특히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경우 이때 미세먼지의 60~80%는 중국에서 오고 있다. 중국발 스모그가 한반도에서도 햇빛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정확하게 정량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중국발 스모그는 한반도 농업 생산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농업생산량, 식량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것은 중국의 식량 문제뿐 아니라 전 세계 식량 수급에도 막대한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견은 있지만 학자들은 1백 메가톤 정도의 핵폭발을 핵겨울을 일으키는 임계값으로 보고 있다. 1메가톤은 일본 나가사키 원폭의 50배 정도로 냉전시기 핵미사일의 1기의 위력이다. 냉전시기 핵미사일 100기가 동시에 터지면 핵겨울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수천 기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중국과 프랑스, 영국 등도 수백기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각의 핵무기 위력은 다르겠지만 어떤 경우든 핵무기 100기가 한꺼번에 터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상상하기 쉽지 않다. 핵겨울이라는 것은 그만큼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스모그 겨울(Smog winter)은 어떤가? 어느 정도로 강한 스모그가 얼마동안 지속돼야 핵겨울과 비슷한 스모그 겨울이 시작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또 앞으로 석탄에 주로 의존하는 중국의 에너지 구조가 바뀌고 스모그를 예방하는 기술 개발이 뒤따를 경우 스모그 상황이 최악으로만 치닫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스모그 겨울의 시작은 핵겨울의 시작과는 다르다. 핵겨울은 1백 메가톤의 핵무기가 한꺼번에 폭발해야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고 하지만 스모그 겨울의 씨앗은 이미 뿌려졌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스모그 영향은 일정 순간에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쌓이면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스모그는 현재 중국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의 생태계와 기후, 나아가 세계의 생태계와 기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금과 같은 스모그를 방치한다면 마치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에 있는 개구리처럼 인류도 모르는 사이에 핵겨울(Nuclear winter)과 비슷한 상황, 스모그 겨울(Smog winter)이 초래될지도 모른다. 중국농업대학교 허둥시엔 교수의 주장이 결코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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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정유림, 심성보, 부경온, 이종호(2014). “에어로졸 강제력이 동아시아 여름 몬순에 미치는 영향”. 한국기후변화학회 2014년 기후변화연구 공동학술대회, 6월 19~20일, 세종대학교.
② Crutzen, Paul J.; Birks, John W. (1982). "The Atmosphere After a Nuclear War: Twilight at Noon". Ambio 11 (2-3):114).
③ Turco, R.P.; Toon, O.B.; Ackerman, T.P.; Pollack, J.B.; Saan, C.(December 23, 1983). "Nuclear Winter: Global Consequences of Multiple Nuclear Explosions". Science 222(4630):1283-92.
④ South China Morning Post (2월 25일).
⑤ 이 글은 오늘(6월21일)자 한국과학기자협회보에 기고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임을 밝힙니다.
[취재파일] 스모그 겨울(Smog 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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