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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월드컵 시청 이보다 더 우호적일 수 없다

[월드리포트] 월드컵 시청 이보다 더 우호적일 수 없다

중국에서 축구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임상범 특파원이 이미 월드리포트로 전한 바 있습니다. 위로는 시진핑 주석부터 이제 겨우 뜀박질을 시작한 동네 꼬마까지 축구라면 사족을 못 씁니다.

그런데 중국으로서는 대단히 안타깝게도 축구는 남성 단체 경기입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남성 단체 경기에 약합니다. 그나마 농구나 배구는 아시아에서만큼은 최강권입니다. 축구는 아시아에서조차 명함을 내밀지 못합니다. 선수들 몸값은 아시아권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도 안 되게 비싸면서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중국 축구 대표팀은 자국 내에서도 자주 씹히는 술안주 거리입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중국 대표팀은 본선 무대에서 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의 월드컵 열기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중국 CC TV의 뉴스 채널에 거짓말 조금 보태 절반 가까이가 월드컵 관련 소식입니다. 하루 종일 월드컵 경기 소식을 전합니다. 그날 있었던 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거의 한 시간에 한 번씩 보여줍니다. 그러다보니 화제를 모은 네덜란드와 스페인전은 골장면을 거의 외웠습니다.

월드컵과 관련해 웃지 못 할 사건도 빈발합니다. 중국 경찰은 요즘 새벽 시간 음주운전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습니다.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술을 마신 뒤에 차를 몰고 귀가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월드컵과 관련된 폭행사고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서로 다른 팀을 응원하다가 감정이 격해져 주먹다짐을 벌이게 되는 것입니다.

중국 기업들은 요즘 직원들이 밤새 월드컵 경기를 보고 나와 비몽사몽 상태로 일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항공사의 경우 기장에게 월드컵 경기를 보지 말라는 엄명까지 내렸습니다. 수많은 승객의 안전이 걸린 문제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중국 월드컵4
그런데 이런 월드컵 열기에 전혀 다른 방법으로 대처하는 중국 기업이 있어 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월드컵 시청에 이보다 더 우호적일 수 없는 기업을 소개합니다.

장쑤성 쑤저우시 한 인터넷 쇼핑몰 업체의 직원들은 최근 회사로부터 통지문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통지문 제목은 ‘2014 브라질 월드컵 토너먼트 단계에서 휴가 사용법’입니다. 이 회사는 월드컵에서 16강 이후 토너먼트를 벌일 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가 있는 날은 유급 휴가를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다시 말해 새벽에 경기를 보고 나면 출근하지 말고 그 날 하루는 집에서 쉬라는 것입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월드컵 휴가를 받은 전날 회사 행정부에 가면 공짜로 1리터짜리 맥주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월드컵 경기를 마음껏 응원하라고 유급 휴가를 주는 것은 물론 보면서 심심하지 않게 마실 맥주까지 대주겠다는 내용입니다.

이 소식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중국의 누리꾼들은 다양한 감정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물론 가장 많은 댓글은 “세상에 이런 회사가 있다니!”라는 놀라움입니다. 해당 기업 사장에 대한 칭찬과 찬사도 적지 않습니다.

시기와 질투의 글도 넘쳐 납니다. “직원들에게 이렇게 대하다니, 당신네 회사는 너무 잔인하다. 밤새고 출근하는 다른 회사 근로자들의 심정은 생각하지 않느냐?”는 절규가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간절한 호소도 있습니다. “혹시 오는 20일 토너먼트 들어가기 전에 직원을 더 채용할 계획 없나요? 다른 모든 근로자들의 바람을 대표해 여쭤봅니다.” 이런 복리후생 방법을 모든 기업에 적용하게 해달라고 중국 정부에 호소하자는 선동 글도 종종 보입니다.

해당 기업의 사장은 왜 이런 파격적인 월드컵 휴가 계획을 실시하는 것일까요? 중국 현지 언론이 추모 사장과 나눈 인터뷰 내용입니다.

-월드컵 응원을 위해 유급 휴가까지 주는 통 큰 결단을 어떻게 내리게 됐습니까?

=저는 80년대 이후 출생자인데다 독일 축구 대표팀의 광팬입니다. 우리 직원들은 대부분 90년대 출생자이고 가장 나이가 많은 직원도 36살에 불과합니다. 축구에 미쳐 있을 나이인 셈이죠. 그래서 월드컵 경기를 보고 싶은 직원들의 열망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당연히 밤을 새서라도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며 흥분 속에 열기를 마구 발산하겠죠. 그런데 다음날 꼬박 밤을 새고 탈진한 채 출근해야 한다면 너무 잔인한 일 아닙니까?

게다가 얼마 전 상청구의 한 청년이 밤새워 월드컵 경기를 보다가 컴퓨터 앞에서 쓰러져 숨진 사고가 있었죠? 그 뉴스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인사팀에 당장 지시해 휴가 통지문을 내도록 했습니다.

-업무에 지장을 받지 않겠습니까?

=우리 회사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합니다. 매일 모든 직원이 다 나와 있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 같은 업종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열의와 높은 사기가 중요합니다. 직원들이 활력이 넘치고 열정을 불태워야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쉴 때 확실히 쉬고, 대신 일할 때 제대로 일하는 기업 문화가 중요합니다.

-그래도 응원할 때 마시라고 맥주까지 대주시는 것은 독특해 보이는데요?

=전혀요. 제가 항상 제창하는 회사 분위기는 ‘즐겁게 일하자’입니다. 직원들이 자신들의 바람을 100% 만족시킬 수 있어야 이 회사에서 더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그래야 회사는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맥주 값은 다 해봐야 2만 위안(우리 돈 약 3백30만 원)에 불과합니다. 그 돈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살 수 있다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중국 월드컵2
어떻습니까? 이 회사 사장의 역발상이 신선하지 않나요? 조직이 구성원에게 흔히 강조하는 경구가 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거꾸로 조직원들의 월드컵 열기를 피할 수 없다면 함께 즐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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