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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취재파일] 이란이 어땠길래 야유를 받나?

[브라질 취재파일] 이란이 어땠길래 야유를 받나?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이 F조 첫 경기에서 나이지리아와 0대 0으로 비겼습니다. 이란은 철저하게 ‘선수비 후역습’ 작전을 폈습니다. 중간 중간 날카로운 역습으로 나이지리아 골문을 위협한 장면도 있었지만, 사실상 경기 대부분을 수비에 치중 했습니다. 원톱 스트라이커를 중앙선 부근에 놓고 10명의 선수가 자기 진영에 포진했습니다. 밀집수비 앞에서 상대팀 나이지리아의 공격력도 느려 질 수밖에 없습니다. 골이 터지기 힘든 상황을 지켜보는 관중은 지루할 수밖에 없었고, 여러 차례 공을 뒤로 돌리는 장면에서 야유가 울려 퍼졌습니다. 경기 후 “월드컵의 수준을 떨어뜨린 경기”라는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이란의 피파랭킹은 43위, 나이지리아는 44위입니다. 객관적으로 대등한 전력의 두 팀이 만났는데, 이란은 이기려하기 보다 지지 않으려했습니다. 그래서 이란을 향한 야유는 더 컸습니다. FIFA가 기록한 이란의 데이터를 보면 이란의 수비축구가 왜 야유를 받아야 했는지 이유가 명확해 집니다.

● 패스 성공률 59%  점유율 36%

가장 놀라운 수치는 이란의 패스 횟수였습니다. 이란은 226번의 패스를 시도해 133번을 성공시켰습니다. 성공률은 59%에 불과했습니다. 볼 점유율은 36%였습니다. 패스 횟수와 성공률, 점유율까지 이번 대회 최저 수치입니다. 90분 경기를 기준으로 225번의 패스를 시도했다면 평균 24초에 한 번 꼴로 이란의 패스가 나왔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패스는 59%만 성공했으니, 40초에 한 번, 결국 2분에 세 번 정도만 이란의 패스가 연결됐다는 겁니다. 경기가 얼마나 늘어졌을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나이지리아는 450번의 패스를 시도해 76%의 성공률을 기록했습니다.

● 슈팅수 합쳐서 13번.

하프라인을 넘어 이란이 공격한 횟수는 16번에 불과했습니다. 43번을 기록한 나이지리아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상대 골문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도 고작 6번이었습니다. 나이지리아가 22번이었으니 이란이 얼마나 일방적으로 수비에 치중했는지 보여줍니다. 16번의 역습에 슈팅은 6번이나(?) 날렸으니 그나마 집중력은 있었습니다. 문제는 나이지리아의 슈팅숫자도 고작 7번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유효슈팅은 3대 3으로 같았습니다.  한쪽은 공격만 하고 한 쪽은 수비만 했는데 슈팅숫자는 비슷했습니다. 나이지리아의 공격력이 얼마나 무기력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무승부는 팽팽해야 제맛입니다. 그런데 이란과 나이지리아전에는 긴장감이 없었습니다. 패스 없는 이란의 수비는 짜증났고, 슈팅 없는 나이지리아의 공격은 한심했습니다. 공격도 전술이고, 수비도 전술인데, 공격 다운 공격 없이 수비만 있었습니다. 수비축구는 역습과 함께할 때 빛을 발합니다. 이란은 ‘축구의 격’을 떨어뜨렸다기 보다 ‘수비축구의 격’을 떨어뜨렸습니다. 그 결과 이번대회에서 가장 적은 슈팅수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득점 없는 경기로 이어졌습니다. 경기당 3골 이상이 터지며 초반부터 짜릿함을 더하고 있는 월드컵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경기라 할 만 합니다. 관중의 야유는 ‘공격이 실종된 수비축구’에 비난의 메시지였습니다.

[코트디부아르 :


● 이란과 일본의 ‘극과 극 전략’이 주는 교훈

이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뛴 총 거리는 80km였습니다. 반면 하루 전 일본은 무려 108km를 뛰었습니다. 더욱이 일본은 이란의 2배가 넘는 454번의 패스를 시도해 324번을 성공시켜 71%의 성공률을 보이며 코트디부아르와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유럽식 ‘공격축구’의 기치를 내건 일본은 박수를 받고도 졌지만, 지나친 ‘수비축구’로 상대는 물론 관중까지 괴롭힌 이란은 야유를 받으면서도 나름대로 값진(?)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이란 축구가 일본 축구보다는 효율적이었습니다. 이렇게 극과 극의 전략으로 나선 일본과 이란은 1차전을 앞둔 우리 선수들에게 서로 다른 본보기를 보여줬습니다. 일본처럼 해서도 안 되고, 이란처럼 해서도 안 된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러시아전을 앞둔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지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수비에 더 비중을 둔 출사표입니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역습을 가하겠다는 겁니다. 피파랭킹 19위인 러시아가 객관적으로 우리(57위)보다 강하다는 전제로 보면 일단 현실적인 전략일 수 있습니다. 물론 국민들은 지지 않는 것보다 이기는 경기를 원합니다. 무엇보다 승패를 떠나 ‘90분 뒤 박수칠 수 있는 경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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