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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논물 얕게 대기…1석 4조의 과학

농업용수 사용량 줄이면서 벼 수량과 품질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량 최고 70% 줄일 수 있어

[취재파일] 논물 얕게 대기…1석 4조의 과학
자기 논에 물들어가는 소리와 자식 목구멍으로 음식 넘어가는 소리가 가장 듣기 좋다는 말이 있다. 논에 물을 대서 벼를 재배하는 것을 자식 키우는 것 못지않게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뜻일 것이다.

벼를 재배하는 동안 논에 물을 어느 정도 대는 것이 좋을까?

이앙부터 수확할 때까지 충분히 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물을 빼고 넣기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얕게 댈 것인가? 아니면 처음에는 깊게 대고 일정기간 뒤에는 얕게 댈 것인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다. 분명 자식이 예쁘다고 무턱대고 음식을 많이 먹이지 않듯이 벼논에 물을 대는 데도 과학이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김건엽박사 연구팀이 오는 19일부터 열리는 2014년 한국기후변화학회 학술대회에 발표하는 논문을 보면, 벼 재배과정에서 물 관리만 잘해도 농업용수를 절약할 뿐 아니라 벼 수량과 쌀의 품질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최고 70%정도 줄이는 1석 4조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최근 3년 동안 수원에 있는 국립식량과학원 벼 재배 시험포장에서 4가지 논물 관리 방법 즉,  벼 재배 과정에서 수확 직전 완전 물 떼기를 제외한 전 생육기간동안 물을 6cm 높이로 충분히 공급하는 ‘상시담수’(CF ; Continuous Flooding)와 이앙 40일 뒤에 2주간 물을 빼는 ‘간단관개’(ID ; Intermittent Drainage), 완전 물 떼기를 제외한 전 생육기간 동안 담수 깊이를 2~3cm로 물을 채운 다음 물이 증발 돼 땅이 드러나면 다시 2~3cm 높이로 물을 채워주는 ‘논물 얕게 대기’ 방법(WS ; Water Saving), 이앙한 뒤 초기 30일까지는 상시담수(CF)를 적용하고 이후에는 물을 얕게 대는 방법(WS)를 적용하는 경우(CF+WS)에 대해 용수사용량과 벼 수량, 쌀 품질,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사했다.

벼 재배과정에서 배출되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는 메탄(CH4)과 아산화질소(N2O)다.  메탄(CH4)은 논에서 물로 인해 땅이 공기와 차단된 상태에서 땅속의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아산화질소(N2O)는 벼 재배과정에서 사용되는 질소질 비료에서 배출된다.

벼 재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중요한 것은 메탄(CH4)의 경우 지구온난화잠재력(Global Warming Potential) 즉,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정도가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보다 21배나 크고 아산화질소(N2O)는 지구온난화잠재력이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310배나 크기 때문이다. 배출되는 양은 적을지라도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그 만큼 엄청나다는 뜻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물을 얕게 댄 경우(WS) 상시담수(CF)에 비해 이산화탄소 당량으로 환산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69.8%나 감소했고 간단관개(ID)에 비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60.0%나 줄었다. 상시담수(CF)와 함께 이앙 30일 뒤부터 물을 얕게 댄 경우(CF+WS)도 상시담수(CF)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60.4%나 줄었고 간단관개(ID)에 비해서도 47.5%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했다. 논물을 얕게 대는 기간이 길어지고 중간 중간 물이 말라 땅이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을 줄 경우 땅에 산소가 공급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하게 줄어 든 것이다.

하지만 벼는 뿌리를 물 아래로 내리고 잎과 줄기는 대부분 물 위로 내 놓고 살아가는  수생식물이다. 땅이 숨을 쉬도록 물을 무작정 뺄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특히 이앙한 뒤 며칠 동안은 물을 충분히 대줘야 한다. 그래야만 뿌리도 잘 내리고 보온 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는 벼 생육량이 가장 큰 이삭을 배고 있는 시기(수잉기)는 물이 부족하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냉해가 우려될 때나 태풍처럼 바람이 강하게 불 때도 보온이나 벼가 쓰러지지 않도록 물을 충분히 대는 것이 좋다. 또 물을 얕게 댈 경우 가지치기(분얼)에는 좋을지 몰라도 잡초 발생이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 연구팀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한 것은 이앙 이후 초기 30일 동안에는 상시담수를 시행하고 이후에는 물을 얕게 대는 방법을 시행한 경우(CF+WS)다. 이 경우 이앙 초기부터 물을 얕게 댄 경우(WS)보다 잡초 발생이 62.2%나 줄었다.

물을 얕게 댈 경우 벼 수확량도 크게 늘었다. 초기에 상시담수를 하고 이어 물을 얕게 댄 경우(CF+WS) 벼 수확량이 헥타르 당 5.64톤으로 4가지 물대기 방법 가운데 수확량이 가장 많았다. 상시담수(CF)를 시행한 경우 수확량이 적었는데 상시담수에 비해서 수확량이 9.4%나 많았다. 이앙 초기부터 물을 얕게 댄 경우(WS)도 상시담수(CF)보다 수확량이 7.9% 증가했다.

물 관리별 쌀의 품질은 물을 얕게 댄 경우(WS) 한국의 양질미 품종 선발 기준의 단백질 함량인 6%에 비교적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고, 쌀의 품질에서도 완전미(Head rice, 完全米) 즉, 완전히 성숙한 충실한 쌀의 비율도 가장 높았다.

물을 얕게 대는 만큼 당연히 농업용수는 절감된다. 상시담수(CF)를 할 경우 재배 기간 중 총 용수사용량은 헥타르 당 5,460 톤이었는데 으로 나타났으며 간단관개(ID)와 물을 얕게 댈 경우(WS) 상시담수에 비해 59.6%의 물이 절감됐고 초기 상시담수와 얕게 대기를 동시에 한 경우(CF+WS)도 상시담수에 비해 27.9%의 용수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시기에 논의 물을 얕게 댈 경우 문제가 되는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뿐만 아니라 수확량도 늘이고 품질도 높이고 농업용수까지 절감하는 1석 4조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자기 논에 물들어가는 소리와 자식 목구멍으로 음식 넘어가는 소리가 가장 듣기 좋다” 언제 들어도 맞는 말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넘치는 것이 늘 좋지 만 안다는 것은 자연이나 인간세상이나 같은 이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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