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심, 이순재, 송영창 등 선굵은 중견배우들과 서현철, 남문철, 김현 등 개성파 연극배우들이 무대에 서는 ‘사랑별곡’은 젊은 배우들로만 구성된 가볍고 빠른 템포로 웃음이 휘발되는 공연들과는 그 결을 달리한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그 앞에 내세우지만 접근하는 방식은 조심스럽고 묵직하다.
고두심이 연기하는 순자는 시골의 어느 장터에서 내리쬐는 뙤약볕을 검정 우산과 웃음 한 조각, 소주 한잔으로 버티는 노년이다. 젊은 시절 자신을 구하다가 불구가 된 김씨(정재성 분)를 마음에 품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남편과 자식에게 희생하며 보낸 일생은 어느덧 마지막을 향하고 있다.
아내로 맞았지만 단 한 번도 순자의 마음을 온전히 얻지 못했던 박씨(이순재, 송영창 분)는 젊은 시절 순자를 모질게 대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아픈 순자를 위해 묵묵히 민들레꽃 한 다발을 꺾어오며 지난날들을 거친 푸념과 함께 한탄한다. 순자의 고단한 인생에는 끝이 있지만, 오랫동안 곰삭아버린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무대 위에 떠나지 못해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사랑별곡’은 배우들이 각자 걸어온 삶의 관록으로 장윤진 작가의 섬세한 대사들을 곱씹는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순자가 떠난 뒤 홀로 남은 박씨를 연기하는 송영창의 외로운 뒷모습에도 슬픔의 깊이가 느껴져 여운이 상당하다.
특히 순자 역을 맡은 고두심이 남편과 더 이상은 못 살겠다며 달려온 딸 영순(박초롱 분)에게 “부모가 덕을 쌓아야 그게 자식에게도 가는 거여, 참아. 참고 살아.”라며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객석의 감정을 건드려 곳곳에서 관객들의 눈물을 터뜨리게 한다.
이외에도 최씨 역의 서현철, 창수네 역의 김현, 용팔이 역의 허웅 등 우리 이웃과 전혀 다르지 않은 평범한 모습과 연기로 ‘사랑별곡’이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사랑별곡’은 현재에도 분명 존재하고 과거에도 있었으며 미래에도 있을 사랑에 대한 평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흔하디흔하기에 그 가치를 잃어가는 ‘사랑’의 존재를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에서 찾음으로써 익숙했던 사랑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
전반적인 주제와 메시지가 가볍지 않고 배우들의 연령대가 높기 때문에 관객층의 연령대가 다른 공연들에 비해서 높은 편. ‘사랑’이란 보편적인 주제는 세대를 떠나서 공감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희미해졌던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서 가족들의 관람도 충분히 의미 있어 보인다.
‘사랑별곡’은 오는 8월 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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