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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가스 못 막고 대피 방해하는 '일체형 방화셔터'

<앵커>

방화셔터 안에 비상구를 만들어 놓은 게 일체형 방화셔터입니다. 병원이나 극장 같은데 많이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화셔터가 불이 났을 때 유독가스는 못 막고 오히려 대피에 방해만 되고 있습니다.

안전이 미래다, 채희선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병원에 있는 일체형 방화셔터입니다.

병원 측은 대피에 문제가 없고 비상구를 따로 만들지 않아도 돼 설치했다고 주장합니다.

[병원직원 : 이게 일체형 방화셔터라는 거예요. 사람이 여기 있으면은 밖으로 탈출할 수 있잖아요. 시스템 자체는 잘 돼 있어요.]

실제 화재 상황에서 어떨지 전문가와 실험해 봤습니다.

실험한 곳은 직사각형 형태에 아주 단순하게 생긴 공간입니다.

양쪽 끝에는 일체형 방화셔터가 설치돼 있는데요, 이곳에 불이 난 상황을 재연한 후에 사람들이 이 비상구를 찾아서 나갈 수 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연기와 어둠 속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문이란 문은 모두 열어봅니다.

고립될 수 있는 화장실로 대피하거나, 유도등을 따라 방화셔터는 찾았지만 두드려보기만 합니다.

결국 실험에 참가한 5명 모두 방화셔터에 있는 비상구를 찾지 못했습니다.

[양동수/실험참가자 : 비상구면 (문을) 열고 계단으로 뛰어가는 형식인데, 비상구라고 쓰여 있는 것도 캄캄해서 못 봤고, 셔터라서 비상구가 아닌 줄 알고 다른 곳을 찾았어요.]

불을 켠 뒤 비상구를 알려줘도,

[이거야? 여기 아니에요?]

방화셔터 안에 있는 문이 비상구였는지 의아해합니다.

이렇게 사람이 대피하기는 어려운 반면 유독가스는 방화셔터 틈새로 그대로 새 나갑니다.

한국화재소방학회가 114명을 대상으로 모의실험을 한 결과 98%가 이런 일체형 방화셔터의 비상구를 알지 못했고, 비상구를 알려줘도 잘 열지 못해 일반 방화문일 때 보다 대피시간이 60% 가까이 늘었습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때도 일체형 방화셔터 앞에서 10여 명이 비상구를 찾지 못해 희생됐습니다.

건물주들이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는 이유로 일체형 방화셔터를 선호하는 것도 문제지만, 별다른 검토 없이 허가를 내주는 당국은 더 문제입니다.

[박재성/숭실사이버대 소방학과 교수 : 건축법에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서만 (지자체 허가를 받아) 일체형 방화셔터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관례로 일체형 방화셔터가 너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는 어디에, 얼마나 설치됐는지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체형 방화셔터의 실태 파악과 안전대책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김종우,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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