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사망한 가장의 부재를 틈타 친척과 이웃에게 재산과 성을 유린당한 강원지역의 한 지적 장애인 가족들은 사회복지 시스템에서도 소외된 채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16일 지적 장애 아내와 세 딸을 둔 동생(59)의 부재를 틈타 장애연금 등을 횡령한 큰아버지 K(69)씨 등 친척과 지적 장애 딸들을 성폭행한 이웃 주민 L(50)씨 등 4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2년 전인 2012년 12월 지적 장애인 가족의 가장이자 동생이 사고로 숨지자 시가 40억원 상당의 상속 토지를 담보로 거액을 대출해 빚 변제에 사용하는가 하면 남은 조카들의 장애연금까지 빼앗았다.
이웃 주민은 가장의 부재를 틈타 지적 장애 가정의 자매를 수차례 불러내 각각 성폭행하는 등 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질렀다.
지적 능력이 일반인보다 떨어진다는 점을 악용한 이웃과 친척들이 피해 가족들의 성과 재산을 마음대로 유린한 셈이다.
피해 가족들은 이웃과 친척에게뿐만 아니라 사회적 복지 시스템에서도 소외됐다.
농사일을 해온 가장의 보살핌으로 생활하던 지적 장애 가족들은 2012년 12월 가장의 부재와 동시에 생계곤란에 직면했다.
그러나 이들은 사망한 가장 소유의 땅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가장 명의의 땅은 큰아버지가 이미 담보로 제공하고 10억6천만원을 대출한 탓에 재산권 행사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가뜩이나 세 딸 중 지적 장애 1급인 큰 딸(27)은 장애연금 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행정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건어물 가게에서 허드렛일로 받는 70만∼80만원의 급여로 근근이 생활했다.
경찰이 성과 재산을 유린당한 장애인 가족의 피해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줘 그나마 큰딸의 누락된 장애연금을 지급받게 됐고 가족 모두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해당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해당 장애인 가족의 열악한 생활은 올해 초 주변의 제보를 통해 확인하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며 "큰딸의 장애연금 누락도 항상 도움을 주던 가장의 부재로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아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친척이 가까운 곳에 살면서 도움을 주고 있다는 주장 때문에 자세히 살펴볼 수 없었다"며 "복지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살피고 또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지적 장애인 가정의 비극은 비단 어제오늘 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4월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40대 지적 장애 여성에게 접근해 수급비를 가로채고 10대 딸까지 성폭행한 20대가 구속됐다.
당시 그는 40대 여성이 춘천의 영세민 아파트에서 살면서 장애가 있는 자녀 셋을 혼자서 돌본다는 사실을 알고 접근, '급히 돈이 필요하다'며 수년간 수백만원을 빼앗았다.
담당 경찰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범죄는 전담 수사 인력을 투입해 철저히 수사해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춘천=연합뉴스)
성·재산 유린당한 장애인 가족 복지사각에서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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