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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세 동강 위기 이라크…중동 '종파전쟁' 씨앗 되나

[취재파일] 세 동강 위기 이라크…중동 '종파전쟁' 씨앗 되나
이라크에서 급진 수니파 반군인 ISIL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북부 100km까지 진격해 왔습니다. 이라크 정부군은 8백명에 불과한 반군들에게 속수무책 당하기만 했습니다. 그런 양상이 지난 주말부터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3일 이라크 시아파 최고종교지도자인 알리 알시스타니가 ISIL에 대항해 봉기를 촉구하면서 시아파 민병대가 속속 교전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힘을 얻은 이라크 정부군은 오늘 새벽 바그다드 북부에 있는 반군 ISIL의 기지를 헬기로 폭격한 뒤 그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카심 아타 이라크 정부 대변인은 "정부 보안군이 육상과 공중에서 협공으로 작전을 전개할 준비가 돼 있다" 며 이제부터 당하고만은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이라크 사태를 보면 자주 나오는 단어가 '수니파'와 '시아파', '종파갈등' 등입니다. 일단은 두 종파간 갈등으로 비춰지는게 사실입니다.

수니파와 시아파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간단히 말하면, 이슬람의 정통성을 창시자 모하메드의 자손에 국한해야 한다는 게 시아파의 주장입니다. 그건 아니라는 게 수니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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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는 전체인구의 60%가 지금 정부와 같은 시아파입니다. 반군인 ISIL은 전 사담 후세인 대통령과 같은 수니파로 전체인구의 3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안에서는 소수파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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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파 정권을 몰아낸 시아파 정권이 수니파에게 잘 해줬을리는 만무합니다. 또 이라크 역시 아랍권의 '부족'중심 국가입니다. 역시 간단히 정리하면 지방의 수니파 부족이 '시아파 정권'의 독재와 압박을 견디지 못하겠다며 들고 일어난 무장봉기가 현재 이라크 사태인 것입니다.

이라크 북부에 있던 소수민족 쿠르드족마저 혼란을 틈타 북부 유전지대인 키르쿠크를 장악하며  독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쿠르드 민병대를 조직해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외신 화면이 속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라크가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 족, 이렇게 삼분 양상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번 이라크 사태가 이라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면서 중동의 종파 지도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중동 아랍권에서는 수니파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후세인도 이라크 내에선 소수지만 아랍권에서는 절대 다수인 수니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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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국이 후세인을 몰아내고 이라크에 세운 새로운 정권은 '시아파'입니다. 그러면서 이란과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로 이어지는 이른바 '시아파 벨트'가 등장한 겁니다.

이란 로하니 대통령은 "이라크에서의 테러세력을 그냥 두지 않겠다"며 시아파인 이라크 정부를 두둔하고 나섰습니다. 최정예 부대 2천명을 파견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오는 것도 사실 여부를 떠나 '시아파 벨트'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밝힌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 이란이 정규군을 파견한다면 이것은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수니파가 절대 다수인 사우디, 이집트, 터키 등 다른 아랍권 국가들을 자극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중동 내에서 종파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이란 내부에서도 실제 파병여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뒤이어 나오고는 있습니다.

물론 수니파 국가들이 이라크 사태에 개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ISIL은 단순한 수니파 종파집단이 아닙니다. 급진 수니파이며 무장 단체입니다. 다른 수니파 국가들도 사실 '급진 무장단체'의 테러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단순히 종파가 같다고 해서, 그리고 시아파에 대항하기 위해서 ISIL을 돕기 위한
분쟁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원죄라고 할까요?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나라는 바로 미국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수던 소수던 어쨌거나 이라크를 독재라는 방법을 써서라도 꽉 매두고 있던 수니파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고 시아파 현재 정권을 세운 게 바로 미국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아파 정권의 통치 능력이 후세인만 못한 게 현실입니다. 결국 미국은 현 정부를 지키겠다며 이번만큼은 숙적이면서도 시아파인 이란과 뜻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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