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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취재파일] 숙명의 라이벌 일본…홍명보호의 자극제가 될까?

[브라질 취재파일] 숙명의 라이벌 일본…홍명보호의 자극제가 될까?
스포츠의 세계에서 라이벌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항상 상대를 경계하고 의식해야하는 심리적 부담감은 크지만 라이벌은 또 항상 선수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스포츠의 가장 큰 라이벌 국가는 어디일까요. 여러 나라가 있겠지만 단연 일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리적 위치도 그렇고 역사적으로도 서로 많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이가 아니겠습니까.

어쩌면 스포츠 뿐만 아니라 일본은 모든 면에서 우리가 항상 의식하는 숙명의 라이벌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이 하는 거라면 우리가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한국이 자동차와 반도체, 핸드폰, 가전 같은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데는 앞서가는 일본을 따라 잡기위한 우리의 라이벌 의식도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래서인지 각종 한.일전은 결코 단순한 매치가 아닙니다. '다른 팀 한테는 져도 절대 일본한테는 져서는 안된다'는 민족감정까지 합쳐서 가장 살벌한 경기가 됐습니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높은 축구는 더 했습니다. 일본 한테 이기면 선수들은 영웅이 됐고 지면 엄청난 질타를 받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승부는 지난 1997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이죠. 일본 원정경기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에 1대0으로 끌려가다 서정원의 동점골과 이민성의 역전골로 짜릿한 2대1 승리를 거뒀습니다. 승부가 워낙 극적이고 통쾌해 '도쿄대첩'으로 불렸습니다.

아픈 기억도 있습니다. 지난 2011년 8월10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돔에서 열린 일본과 친선경기에서 우리나라는 가가와와 혼다에 연속골을 내주며 3대0의 참패를 당했습니다. 이 패배는 '삿포로 참사'로 불렸고 대표팀 선수들은 한동안 언론의 거센 비난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02 한일월드컵도 이런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당시 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에게 2가지 목표를 주문했습니다. 하나는 잘 알려진 '16강 진출'이었고 또 하나는 비밀리에 전달됐는데 바로 "일본 보다 잘하라 (DO BETTER THAN JAPAN)이었습니다.

히딩크는 이런 한.일간의 민족적 감정을 승부에 십분 활용했습니다.

한일 월드컵 첫골을 뽑은 황선홍 감독(포항 스틸러스)으로 부터 직접 들은 은 이야기인데 당시 일본이 16강전에서 터키에 져 8강 탈락한 날 우리 선수들이 좋아서 웃고 농담하고 있으니까 히딩크 감독이 모든 선수들을 집합시켰다고 합니다.

히딩크 감독이 여기서 "우리의 기준은 일본이 아니다. 우리도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며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었다고 하는데 이런 정신교육이 우리 대표팀이 4강까지 가는데 원동력이 됐습니다.

라이벌 일본이 어제 조별리그 강호 코트디부아르와 첫 경기를 치렀습니다. 2대1로 역전패 당했지만 전반전에 보여준 일본의 경기력은 대단했습니다. 혼다의 선취골도 그렇고, 체격 조건이 좋은 코트디부아르 선수들을 상대로 보여준 일본의 강한 압박과 패스 연결은 훌륭했습니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도 직접 TV로 봤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지만 결과와 경기 하이라이트는 대부분 모니터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비록 졌지만 아프리카 강팀을 상대로 최선을 다한 일본의 모습은 우리 선수들에게 강한 자극제가 됐을 것입니다. 또 막판에 체력이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교훈도 얻었을 것입니다.

모레 러시아와 16강행을 가늠할 첫 승부를 펼치는 우리 대표팀, 결코 일본처럼 되서는 안될 것입니다.
일본보다 더 강한 압박으로 러시아의 발목을 묶어야 할 것이고, 후반 체력이 급격히 저하된 일본 선수들과 달리 끝까지 버텨야 할 것입니다. 우리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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