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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투신 제자 막으려다 함께 떨어지자 선생님은…

[월드리포트] 투신 제자 막으려다 함께 떨어지자 선생님은…
세계 어느 나라나 그러하듯 중국에서도 교사로서의 삶은 쉽지 않습니다. 아니, 실상은 조금 더 어렵습니다. 교사들이 맡아야 할 학생 수가 훨씬 많습니다. 한 반에 60~70명 넘는 곳도 비일비재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형 학원에서처럼 마이크를 들고 수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 학생들은 다루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중국의 학생들은 모두 '샤오황디, 즉 소황제' 출신입니다.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으로 친가와 외가 통틀어 하나 있는 후손입니다. 부모, 친조부모, 외조부모 등 6명의 어른들이 자기 한 명을 놓고 총애 경쟁을 벌이다보니 건방이 하늘을 찌릅니다. 선생님 앞에서도 안하무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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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최근에도 산시(섬서)성 창우현의 한 가오중(高中, 우리의 고등학교)에서 학생 6명이 교사를 집단 구타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방학을 맞아 책을 정리하던 이 학교 3학년생들 가운데 일부가 자신의 책과 문제지 등을 찢어 창밖으로 던지다 이를 막는 차오모 교사를 대걸레 자루로 마구 때린 것입니다.

교사 구타에 가담한 학생들 가운데 이웃 학교 교사의 아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중국 언론들은 땅에 떨어진 교권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탄식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교사의 자질이 도마에 오르는 경우도 빈발합니다.

학생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가 구설에 오르는 경우가 심심치 않습니다. 학생들을 상대로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둘러 '쿵푸 교사', '쿵푸 교장' 등의 불명예스런 이름을 얻는 교육자가 속출합니다.

사제 간의 도와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립니다.

하지만 중국에 진심으로 가르치는 일을 사랑하고 제자들을 아끼는 교사도 있습니다. 자신의 모든 인생을 교육에 바친 참스승은 갈수록 삭막해지는 교육현장에 희망의 빛을 비춥니다. 저우장하이 선생님 같은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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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 선생님은 안휘성 텐장시 진지 차오중(初中, 우리의 중학교)에서 14년째 교편을 잡아왔습니다. 입버릇처럼 "나는 내 마음 전부를 제자들에게 줬다"고 말합니다.

실제 삶도 그렇습니다. 올해까지 14년의 교직 생활 가운데 대부분을 학급 담임으로 일했습니다. 교육에 모든 시간을 쏟느라 37세가 될 때까지 결혼도 하지 않았습니다. 교육에만 신경을 쓰다 담석증 치료 시기를 놓쳐 모진 고생을 한 적도 있습니다. 교육에 자신의 온 정력을 들이느라 췌장염이 재발해 교실에서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제자들에게 아낌 없이 베푼 반면 부모에게는 인색했다며 스스로를 '불효자'라고 불렀습니다. 2000년 사범대학을 졸업한 저우 선생님은 부모를 봉양하겠다며 고향 마을 학교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박봉의 월급 대부분을 어려운 제자들 돕는데 쓰느라 부모에게 얹혀사는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그마저도 학교에서 고작 5킬로미터 떨어진 집에 오가는 시간을 아끼다보니 한 달에 겨우 몇 번 부모 얼굴을 대할 수 있었습니다.

저우 선생님의 아버지가 뇌졸증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도 학생 지도를 우선하다 밤늦어서야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병상 머리에서 아버지 손을 잡고 죄송한 마음에 그저 통곡했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입원했을 때는 더 했습니다. 마침 학생들이 교련 검열을 받는 기간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땡볕에서 학생들을 훈련시키고 무사히 제식훈련 사열을 진행하고는 기진해 정신을 잃어버렸습니다.

무려 9시간 가까이 의식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아픈 어머니가 오히려 아들의 병상으로 문병을 가야 했습니다. 가까스로 눈을 떠 초췌한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저우 선생님은 또다시 눈물만 쏟아야 했습니다. 저우 선생님의 블로그에는 ‘부모에게 죄송합니다. 저는 불효자입니다'라는 글이 올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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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그가 도대체 지치지도 않고 가르치는 일에 몰두했다고 기억합니다. 학생들을 제자라기보다 딸처럼 친구처럼 대했다고 말합니다.

학기 초 막 진학한 자신의 반 학생 상당수가 점심을 싸오지 못하자 이들을 모두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밥을 지어 먹였습니다. 저우 선생님의 부엌은 학급 식당이 됐습니다.

한참 사춘기에 접어들어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제자들을 위해 펜팔 친구 역할을 자임했습니다. 그 바쁜 시간을 쪼개 수십 명의 학생들에게 틈틈이 편지를 보냈습니다. 위로와 칭찬, 격려가 가득한 선생님의 편지에 학생들은 청춘의 열병을 예방하고 또 치료할 수 있었다고 증언합니다.

긴 여름 방학에는 제자들의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 잘 생활하는지 확인했습니다. "그해 가장 더운 여름날이었습니다. 저우 선생님이 학교에서도 한참 떨어진 저희 집을 찾아오셨어요. 선생님 몸이 뚱뚱하셔서 평소에도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인데, 등이 땀으로 완전히 푹 절어 있었습니다. 그 등을 잊을 수 없어요."

지난달 27일 저우 선생님은 점심시간에 린모 여학생의 자리가 빈 사실을 알았습니다. 책상 위에는 쪽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선생님, 죄송해요, 엄마, 아빠! 미안해. 도저히 공부를 더 못하겠어요." 쪽지에는 집을 떠나겠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저우 선생님은 린 양의 부모에게 즉시 연락하고 학교 주변에 갈만한 곳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하지만 린 양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린 양 부모와 함께 시내 곳곳을 찾아다녔습니다. 별무소용이었습니다.

그날 밤 10시 반 린 양의 행방을 수소문하다 린 양이 친구 집에 가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우 선생님은 한달음에 달려가 린 양을 찾아냈습니다. 린 양은 삶에 대해 몹시 낙담한 채 감정적으로 매우 혼란스런 상태였습니다. 저우 선생님은 한없는 인내심을 발휘해 생각을 바꾸도록 린 양을 타이르고 또 타일렀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으로 일단 돌아가자고 계속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린 양은 갑자기 창문틀로 뛰어 올라가더니 '저는 더 이상 살지 않을 거예요'라고 소리치며 창밖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순간 저우 선생님은 린 양에게 달려가 붙잡았습니다. 하지만 뛰어내리는 서슬에 저우 선생님마저 중심을 잃고 함께 창밖으로 떨어졌습니다.

창문은 3층에 있었고 지상으로부터 높이가 8미터에 달했습니다. 그대로 떨어지면 도저히 무사할 수 없었습니다. 저우 선생님은 떨어지는 과정에 린 양을 자신의 몸 위로 들어 올려 스스로가 밑에 깔리도록 했습니다. 린 양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에어매트 역할을 한 것입니다.

땅에 떨어진 저우 선생님은 중상을 입었습니다. 병원으로 옮기는 중에 끝내 숨졌습니다. 하지만 저우 선생님의 몸 위로 떨어진 린 양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한쪽 다리가 부러졌지만 그 외에는 가벼운 상처만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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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장시 뿐 아니라 중국 전역이 저우 선생님의 희생을 애통해 하고 있습니다. 중국 언론들은 저우 선생님을 앞 다퉈 영웅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저우 선생님이 영웅이라는 칭호가 탐나서 몸을 던졌겠습니까? 중국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싶어서 목숨을 내놨을까요? 그저 제자를 제 목숨보다 사랑하고 귀히 여겼을 뿐입니다.

그런 참된 사랑, 열정이 더 많은 중국의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일찍 스러져 정말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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