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의 의견을 재판에 어느 정도 반영할지에 대한 논의가 일본 법조계에서 활발합니다. 한국이 택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 모델은 좋은 참고 사례가 됩니다."
무라이 도시쿠니(73) 일본 형법학회 이사장은 10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한 목적 등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틀 전 입국해 국내 사법기관 등을 방문하며 일본보다 1년 앞서 도입된 국민참여재판 현황을 살폈다.
무라이 이사장은 2008년과 2009년 한해 차로 양국에 국민참여재판이 나란히 도입됐지만 두 제도에는 차이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사법참여제도인 재판원재판에서는 배심원(재판원)이 유·무죄뿐 아니라 양형에까지 관여한다"며 "배심원 평결의 기속력을 명문화하지 않은 한국의 사례를 살피며 균형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히토쓰바시 대학교 명예교수이기도 한 무라이 이사장은 46년간 학계에 몸담은 형사법 전문가다. '재판원을 위한 형사법 가이드' 등 저서를 통해 재판원재판 정립에 일조해 왔다. 이번 방한은 그의 연구활동 일환이다.
피고인의 신청을 전제로 하는 국민참여재판과는 달리 일본은 '강제주의'를 택하고 있다. 일본은 살인, 상해치사 등 '재판원이 참가하는 형사재판에 관한 법률'이 정한 특정 범죄에 대해서 피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재판원재판을 연다.
또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에서 판사는 배심원의 유·무죄 판단을 따를 필요가 없지만, 재판원재판은 반드시 평결에 따라 판결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무라이 이사장은 1928∼1941년 시행되다 1943년 폐지된 일본의 배심원제가 재판원재판 도입 과정에서 반면교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배심원제는 신청제로 운영됐습니다. 피고인의 의사를 고려한 것입니다. 하지만 배심원제에서 형량이 더 많이 나온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신청자가 줄어들었고, 결국 폐지 수순을 밟았습니다. 2009년 제도를 다시 들이면서 1940년대의 경험을 반영했습니다."
도입 5주년을 맞은 재판원재판에 대한 일본 시민과 학계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무라이 이사장은 전했다. 이를 확대하기 위해 재판원에 요구되는 '비밀보호 의무'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도 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재판원으로 재판에 참여한 사람의 80%가 '또 참여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재판 미경험자의 80%가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답한 것과 대조를 이루는 결과입니다. 이에 따라 언론에선 재판원의 비밀보호 의무를 완화해 재판 경험을 다수와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간 너무 엄격한 의무 부과 때문에 재판원재판의 장점이 충분히 알려지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무라이 이사장은 한국과 일본의 사법 참여제도의 비교 연구를 통해 제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배심원의 사퇴율을 낮출 방안, 평결에 기속력을 둘 것인지에 대한 논의 등 양국 법조계에서는 동일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사례 연구가 활발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서울=연합뉴스)
"日 참여재판…1년 앞선 한국 사례 참고해 균형 잡는 중"
무라이 도시쿠니 일본 형법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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