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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을 몽땅 주는 정몽준' vs '살림꾼 박원순'

[취재파일] '정을 몽땅 주는 정몽준' vs '살림꾼 박원순'
6.4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시장 여야 후보들의 유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닮은 점을 찾아보기 힘든 두 후보가 맞붙은 지역인 만큼 유세 현장도 각자의 특색대로 진행됐습니다. 재벌 출신으로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을 꼽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 현직 시장으로서 이번에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의 싸움은 그들의 이름값만큼이나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장훈경취재파일

그제 서울 중구 신당동 중앙시장에서 진행된 정몽준 후보의 유세 현장에는 수백명이 붉은색 조끼를 입고 정 후보의 사진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었습니다. 지원에 나선 인사들도 쟁쟁했지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와 맞붙었던 나경원 전 의원부터 정 후보와 함께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치렀던 김황식 전 총리, 이혜훈 최고위원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나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한 번 더 도와달라”며 “정 후보와도 가까운 사이인만큼 지역구였던 중구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박원순 후보에 대한 공격도 이어졌습니다. 김 전 총리는 “박 시장을 교체해야 서울시거 발전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서너 시간이라도 이야기 할 수 있다”며 “젊었을 적부터 틈만나면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외쳤던 사람을 서울시장에 둘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혜훈 최고위원 역시 “서울시장은 보도블록이나 신호등 수리에만 관심을 갖는 자리가 아니다”라면서 박 후보의 국가관과 애국심 문제 등을 지적했습니다. ‘박원순 OUT’을 외치기도 했지요.

장훈경취재파일

어제 서울 왕십리역 광장에서 진행된 박원순 후보의 유세 현장은 하늘색, 하얀색 등을 입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지원자들로 가득 메워졌습니다. 유세차를 없애겠다며 비교적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공언했던 만큼 지원 유세에 나선 인사는 지역구 의원인 홍익표 의원뿐이었습니다. 홍 의원은 “후보 본인이 많은 사람과 유세 현장을 다니기보다는 최소한의 인력으로 홍보하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나만 캠프와 연락해 현장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후보 본인들의 연설 내용도 이런 상황과 비슷했습니다. 정 후보는 자신을 ‘정을 몽땅 주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393’과 ‘7’이 적힌 숫자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재건축 재개발이 진행 중인 곳이 393개인데, 이 가운데 지구 지정이 완료된 곳이 7개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것이지요. 정 후보는 “서울시에게 건설경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15% 정도인데 재건축 재개발에 이렇게 소홀하면서 어떻게 골목경제를 살릴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농약 급식’에 대해서도 “박 후보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알았을 때 사과하고 반성해야 하는 게 서울시장으로서의 양심에 맞는 행동”일 거라고 꼬집었습니다.

박 후보는 상대 후보를 공격하거나 자신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기보다는 자신이 시장에 재임했던 2년 8개월동안의 성과를 강조하는 방식의 연설을 했습니다. 왕십리역 광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박 후보는 “작은 수제화 공장 하나에서 서울시에 파는 것만 160억 원”이라며 성수 수제화 거리를 테마공원으로 만든 것을 부각했습니다. 젊은 디자이너들을 끌어들인만큼 시장에 당선돼 4년만 더 집중하면 이탈리아의 볼로냐만큼 유명한 수제화 거리가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살림살이 잘 하는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20조원이 넘었던 서울시의 부채를 금년 말까지 7조원 줄인 것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연설에 치중했던 정 후보와 달리 박 후보는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수행비서가 박 후보와 사진을 찍기 위해 늘어선 긴 줄을 보며 “늦었는데, 늦었는데...”라며 다음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지요.

정 후보의 유세 현장을 지나던 59살 아주머니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추억이 떠오른다”며 정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 후보의 부친인 고 정주영 회장이 이룬 경제적 성과가 정 후보를 통해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지요. 박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만난 57살 아저씨는 “시장 재임기간 동안 전시행정 대신 내실 있는 시정을 편 건 사실 아니냐”면서 “자기 집 살림을 꾸리듯 알뜰살뜰하게 살림한 만큼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선거, 여러분은 어떤 후보에게 서울시의 미래를 맡기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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